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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왈칵했던 지하철..남자

비와 창문..

  퇴근하는 길에 지하철 안내방송이 나왔다. 지친 모두를 위로해 주시는 내용이었다.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지상으로 나온 지하철 차장 밖을 보시라 안내다.  트를 따라 창 밖을 바라봤더니 시야가 훤해지며 박하사탕을 받아 든 느낌이었다. 이어지는 멘트는 박하사탕을 깨물어 나오는 더 상큼한 진액 같았다.


"그치지 않는 비는 없습니다........"


차장 밖을 바라보던 눈이 뜨끈해졌다. 가슴속이 후끈해지면서  울컥했다.


  모든 상황이 끝없이 이어지지만은 않을 거라는 내용이었다.  흔히들 주식투자하시는 분들이 하락세에 대해 하는 말 중에 "지금 바닥이다. 더 이상 내려갈 일이 없고 곧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다."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해 준다. 실상은 며칠 지나지 않아  "이런!! 바닥이 끝인 줄 알았는데 지하 3층까지 있을 줄이야." 측방송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좌절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런 것과는 다른 인생살이 곡선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그 말 한마디에 큰 위로를 받으며 지하철이 다시 어둠 속으로 내려갈 때까지 차장 밖을 바라봤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말로 은근히 무마시킬 때,  아이가 꼭 가지고 싶어 하는 '다이소 제품'을 "그래!! 사자!!" 라며 호탕하게 사 주지 못할 때 늘 나 마음은 깨져서 물을 한 방울도 담지 못하는 도자기 그릇 같다. 호기 부리는 아빠의 모습으로  아이들에게  해주고 나면 그 뒷감당을 하기 위해 맘고생하는 아내의  알기에 마음껏 호기 부리지도 못한다.



  그런 생각들로  퇴근길에는 멍하니 앉아 있거나 차리리 눈을 감고 앉아 있곤 한다. 그런 퇴근길에 듣게 된 "그치지 않는 비는 없습니다..."는 정말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언젠가는 은 날이 올 테니까.



  퇴근하고 마음에 호기를 부려서  "여보, 퇴직금 받아서 애들 비행기 길게 태워줄까요? 남들처럼 초등학교 내내 비행기 한 번도 못 태워줘서요." 그 말에 아내는 속상해하며 말했다.



  "그렇게 하는 건 퇴사잖아요. 다녀와서 그다음 계획은요? 제발 이제 그러지 말아요. 맘이 너무 힘들어요."

"알겠어요. 하도 애들하고 싶은 거 못해주니까 그렇게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에 말해봤어요. 미안해요."



  지하철에서 들은 박하사탕 같은 멘트는 정말 도움이 되었다. 그 좋은 기분에 편승해서 괜한 호기를 부려서 아내의 걱정보따리를 또 크게 만들었다. 내가  그렇게라도 해서 아이들에게 뭔가 해주고 싶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하정우 주연의 영화 "허삼관매혈기"의 주인공같은 마음이 충분히 와닿는다.



  지금도 여전히 직장인이다. 지금도 노동력을 주공급원으로 살고 있다.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여전히 없다. 이럴 줄은 몰랐다. 일단 잘 견뎌내기로 한다.그래서,  지금은 할 수 있는 가정 회복 우선순위를 두기로 했다.



  지하철에서 종종 특별한 멘트를 또 깜짝 선물처럼 받지 않을까 싶어서 이제는 귀를 기울이고 아 있는다.




  


"그치지 않는 비는 없습니다..." 그 진리를 다시 깨닫게 되었으니 지치지 말고 오늘도 내일도 살아내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크고 대단한 것으로 해주지 못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탕후루 1 꼬치"를 건네주"꺄악"하고 놀래며 좋아해 주는 아이들의 웃음에 위로받습니다. 그 꼬치가 금 열 돈이 되어 각자에게 건네주는 꿈을 꾸어 봅니다. "비가 그치고 좋은 날씨를 만날 때까지..." 가정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열심히 직장 생활해보려고 합니다.


"그치지 않는 비는 없습니다."



출처: unsplash- rinald vana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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