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람
길을 걷는다는 것은 몸에 좋은 것 같습니다. 복잡한 머리가 비워지거나 화가 사라지기도 합니다. 여러모로 좋은 효과가 많습니다. 길거리에서 공짜 박카스를 한 병 얻어먹고 시원함을 느끼는 것같시골 논밭사이를 걸을 때면 사계절 자연의 깜찍한 생물들의 신비를 맛보고요. 도시 속에서는 사람의 손길이 만들어낸 다양한 재미를 맛봅니다. 그런 즐거움과 청량감을 얻는 길거리 걷기를 추천합니다. 이제는 아침에는 서늘한 기운을 제법 느끼게 됩니다.
길을 걷다가 갑자기 나타난 "깨알"들을 포착하고는 얼른 찍는 모습에 주변 사람들이 놀래기도 합니다. 왜 찍는지 전혀 이해를 못하는데 제게만 보이는 "깨알 재미"가 신기할 때도 있습니다. 제가 잡아 놓은 "깨알"들을 나누어 봅니다. 나중에 한번쯤 저보다 더 멋진 솜씨로 "깨알"을 찾아내시는 분들과 "깨알 메사" 매거진을 만들어보고 싶기도 합니다. 지금부터 나누어 봅니다.
#1 귀걸이.
아무 생각없이 길을 걸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시선을 끄는 광경이 눈에 들어 옵니다. 찾으려고 한 것도 아니고 너무도 눈에 "콕"들어오는 것들도 있어서 놓칠 수도 없고요. 안 찍을 수도 없고요. 상상안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무상지급"받는 느낌이라서 재밌기도 합니다. 손수레 높이 쌓아올린 박스덕분에 흥겨울 주인도 생각나고 나름대로의 센스로 양쪽에 매달아 놓은 가스통도 재밌었습니다.
흥얼흥얼 꽉 찼네.
신난다.
오늘은
귀걸이도 예쁘네
당신도 길에서 기분 좋게 얻으셨나봐요
나도 매일 길에서 깨알들을 얻거든요.
그러고보면
우리
길거리 동무네요.
길거리 동무.
오늘은
귀걸이가 압권이었어요.
By Dd
#2 황금
길을 건너서 가다가 큼지막하고 하얀 돌을 발견했습니다. 아이들과 "황금놀이"한 것이 문득 생각났습니다. 아이들이 꼬맹이들일때 길을 걸어다니다가 반짝거리는 돌을 보면 크기불문하고 "황금"이라며 주웠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깨끗이 씻어서 서로 크기자랑하며 놀기도 했습니다. 꼬맹이들이라서 대부분 손가락 한마디정도의 돌들을 고사리손으로 꼭 쥐고 오는 놀이었고요. 길을 지나가 보게 된 돌은 어른 주먹만했습니다.
이것이 황금이라면
얼른 가져갔을텐대
아닌가보다.
아무도 안 가져가는걸 보니
아이들이 늘 가져왔었다.
금 캤다고, 금 주웠다고 ㅋㅋㅋ
#3 .깔깔깔..
건물입구에 놓여 있는 물건입니다. 거기에 다양한 표정으로 감 따는 모습이 저희 가정 삼남매 같아서 잠시 시선이 머물렀습니다. "하하"웃고는 잠시 서서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작은 것들은 다 귀엽고 재밌고 아름답습니다. 그것을 만든 작가의 의도도, 거기에 놔둔 주인의 의도도 생각해봤고요.
아이구야
벌써 따서 먹고 있네.
먹겠다고 올라 오고 있는 너
쉽지 않겠어.
또 따주겠다고 올라가는 너
대단하다.
아무리 싸우고 싸워도
그럴때는 또 서로 돕고 즐기는구만.
좋네. 그런게 형제인가보다.
그렇게 늘 사랑하자.
By Dd
#4.깨진 창문..
길을 지나가다가 건물옆에 기대어놓은 깨진 유리창을 봅니다. 이중유리라서 아직 덜 깨졌지만 이미 깨진터라 버리게 되는가 봅니다. 보면서 우리 마음을 생각해 봤습니다.
상처를 받고
또 서운함에
여기저기 멍들고 지쳐서
잠시 앉아 있는 너.
그래도 아직 남아 있는
사랑을
힘으로 삼아
툭툭 털고
다시 사랑합시다.
실수를 반성하고 사과하고
용서하고 여전히 사랑하기
깨진 유리창은 버려지지만
상처 받은 마음은
다시 추스려봅시다.
우리
여전히
사랑하니까
By Dd
#5.숙제..
비가 온 다음날은 구석구석에 버려진 우산들이 많습니다. 대부분 손잡이가 부러지거나 댓살이 부러지거나 우산이 꺽여서 버려집니다. 별거아닌것같고 구닥다리같은 물건인데 없으면 서운하고 정작 제 기능을 못하면 화를 내며 내팽겨치기도 합니다. 또, 대부분 부러진 것과 나머지들이 함께 있는 경우는 없습니다. 가지런히 놓인 부러진 손잡이와 우산을 보면서 생각해봤습니다.
숙제 언제 하니?
무슨 말이야?
손잡이.
다시 붙여 놓으라고.
다시 가지러 오는거 아니야?
설마
너한테
스스로
다시 붙으라고 한 건 아닐테고
근데.
그 숙제를
누가 하라고
내신 걸까?
하긴
숙제를 낸 사람을
다시 만날 순 있을까?
다소곳하게
치맛폭에 앉아 있는
고양이 같은
손잡이
너.
By Dd
오늘은 이렇게 여기저기에서 만난 "깨알"들을 나누어 봅니다. 여전히 "깨알"들을 우연히 만날 때도 있고, "사냥"하듯 눈에 불을 켜고 걷는 날도 있습니다. 방법보다도 "깨알"들을 찾는 날들은 새로운 상상도 하게 되어 그저 기분이 좋습니다. 그 덕분인지 대충 흘러보내는 것들을 챙기려고 하는 노력도 하기 시작합니다. 단, 쓸데없는 것들에 신경쓰면서 감정싸움하지않도록 조심하려고 합니다. 섬세함이 키워지다보면 예민함도 덩달아 커질 수도 있으니까요.
깨알 프로잭트는 마치 저의 집 앞에 깔판 한 장 깔아놓고 여기저기서 줏어서 모아둔 물건들을 주욱 늘어놓고 "구경"하며 지나가시도록 하는 것같은 느낌으로 쓰고 있습니다. 가볍게 "프훗"하시고요. 다음에 또 깔판 깔아 보겠습니다. 미리 감사합니다.
--큰 사람의 깨알프로젝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