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길을 걷습니다. 아직도 늘 다니던 길에서 "깨알 재미"를 찾습니다. 억지로 찾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눈에 띄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그러다가도 가끔은 "에이!" 저번에 본 거네. 라면서 새로운 것을 찾아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1초 웃음을 준 것들이 고맙고 재밌기도 합니다. 아이들과 다녀도 여차하면 사진을 찍고 웃는 아빠 모습에 "에이. 또 아빠 찍네."라며 핀잔을 들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즐겁고 재밌는건 재밌는 것입니다. 정말 재밌었습니다. 한번 나눠보겠습니다.
#1 수줍은 핑크 바가지..
점심을 먹고 동네를 걸을 때였습니다. 오래된 빌라 구석에 놓여있는 수줍은 듯 살짝 핑크핑크한 플라스틱 바가지를 봤습니다. 색깔이 마치 수줍은 아이돌 의상같기도 하지만 모양도 아주 살짝 하트느낌입니다. 맨날 보던 빨강 바가지가 아니라서 오히려 신선했습니다. 요즘에도 바가지가 있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습니다. 그런 생각과 함께 서글픔도 있습니다. 이런 바가지들도 이제는 서서히 용도를 잃어가고 있고 주변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를 논할 날도 곧 오겠지요? 그런 날이 오더라도 사용했던 사람으로써의 기억을 꽉 붙잡고 있을 생각입니다.
뭐하다가 쉬고 있니?
바가지계의 아이돌.
핑크핑크
수줍은 듯
난간에 걸터앉아서
쉬고 있구나.
오랜만에 널 보니까
그냥 설렌다.
너의 색깔탓일까?
모양탓일까?
늘
우리와 함께하면
좋겠다.
by Dd
#2. 미니 화분
점심 식사후 다시 살이 차오르는 느낌에 발걸음을 재촉하며 걷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크고 어두운 화분들 밑에 작은 화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회색빛 화분을 배경으로 알록달록한 작은 화분이 더 도드라져 보였습니다. 색깔도 예쁘고 모양도 무늬도 아기자기했습니다. 마치 어른들 앞에 서 있는 아이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요즘에는 어른들앞에 아이, 큰 물건앞에 작은 물건들, 큰 차앞에 소형차들을 봐도 아이들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작은 것들은 모조리 예쁘게 보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옛날 모습도 생각나게 하는 화분이었습니다.
아이구야.
몇 짤?
나 ..나이 몰라.
아이구
구엽네.
얼른 자라서
하고 싶은 말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일
맘껏 하고 살아라.
근데
너 너무 이쁘다.
by Dd
#3. 깃대
빌라 가스배관을 벽삼아 걸려 있는 깃대를 보았습니다. 애국심일지 명분일지는 모릅니다. 다만 배관들을 의지하여 매달려있는 깃대를 보면서 “와우‘ 놀라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거기에 매달아 놓은 주인분의 기발함도 ”엄지척“이고 때마다 거기에 의지하여 애국심을 전해줄 ”태극기“에게도 ”엄지척“해봅니다. 문득 생각나는 것은 우리에게 나라가 있고 내가 내 나라의 이름으로 여권을 가지고 살고 있음에 일단 감사하는 마음이 듭니다.
와우!!
무섭지 않아?
어쩌다 거기
매달렸나?
태극기는
괜찮대?
태극기가
괜찮으면
다행이고!
너도 덜 위험할테니까.
무튼
조심해!
위험해 보여!!
by Dd
#4. 싸이다 두 병
아침 출근길에 산책삼아 운동삼아 회사 근처로 일찍 도착해서 걷습니다 .동네를 계속 돌면서 두리번거리기도 합니다. 뭔가 새로운 게 없나? 새로운 것을 만나면 아침에 기분이 참 좋습니다. 아침부터 상큼한 커피 한 잔을 마신 느낌이 듭니다. 아직은 덜 부산스러운 동네를 찬찬히 걷는 것도 참 재밌는 하루의 시작이고요. 심하게 비온 다음날이었는데 도로옆 물 웅덩이에 사이다 병이 두개나 있었습니다. 재미있는건 두개가 꼭 붙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부부처럼 보였습니다. 형제나 자매로 보는 분들도 있으시겠고 그냥 쓰레기로 보시는 분도 있으시겠지요. 저는 부부의 회복을 1순위로 삼으며 지내고 있다보니 마치 서로 의지하고 있는 부부로 보였습니다. 혼자 재밌어했습니다. 이른 새벽나오느라 누워있는 아내 모습이 떠올랐기도 하고요.
‘뭐’눈에는 ‘뭐’만 보입니다. : )
재밌니?
누워있는게.
바다나
하늘이나
같은데
하루종일
하늘만 보고 있구나.
그래도
둘이 꼭 붙어서 누워있으니
이뻐 보인다.
부부라고 너무 티내는거
아니다.
쌤나네. 보고 있으니까.
by Dd
#5. 더워서 휴무
매우 더운날에 걷는 운동을 한다고 밖에 나왔습니다. 나온지 5분도 되지 않아서 등에 땀이 줄줄 나기 시작했습니다. 매우 더운 날이라서 용기내서 밖에 나온 것을 후회하면서 걸었습니다. 문득 걷는 길 옆에 고철장이 쉽니다. 휴무의 이유가 “너무 더워서”입니다. 이유가 재밌어서 보았지만 사실은 이유보다도 그 사실을 알리기위해서 화선지를 꺼내고 벼루를 꺼내서 먼지를 닦고 나서 물을 조금 적셔주고는 얼른 적어야 하셨기에 먹물을 조금 부으시고 먹을 갈으셨겠지요. 땀이 줄줄 나는데 이제 마음에 드는 붓을 골라서 벼루 한켠에 모인 먹물에 붓을 곱게 적셔서 한자 한자 적으셨겠지요. 다 쓰신 화선지를 들고 낭시면서 매우 흐뭇하셨을 사장님을 떠올리며 웃었습니다. 붙여놓으시고는 “내 센스와 아이디어 그리고 붓글씨 솜씨‘에 한번 더 만족하시면서 집에 들어가셔서 에어컨을 켜셨을 것같습니다. 그런 과정들을 떠올리며 맘껏 웃었습니다. 무더위를 잠시 잊고 상상하며 맘껏 웃었답니다.
아니!
너무 더워서
쉬신다고요?
올 겨울에
매우 춥다는데
너무 추우면
또
쉬시겠지요?
그 때는 손시려운데
또 써서 광고하실건까요?
사장님?
이번 광고문
너무 재밌었습니다.
정감과 센스가 만점
붓글씨 솜씨도 만점입니다.
재밌었습니다.
by Dd
이렇게 우연히 만나게 된 “깨알”들은 아직도 수없이 많습니다. 아직도 평범한 일상에 잠깐의 재미를 곁들여주는 “깨알”들이 여전히 여기저기 산재해있음에 감사했습니다. 만날때마다 새로움에 한번, 위트에 한번씩 웃다보면 아무리 죽일듯이 더운 날씨도 잠시 잊게 됩니다. 아!! 안테나와 어울려 크던 나팔덩쿨은 아직도 잘 자라고 있습니다. 슬픈 소식은 나사못과 함께 자라던 잎파리는 그만 사라졌습니다. 지금은 나사못만 남아 있습니다. 잎파리는 유학을 갔나요? 출장을 갔나요? 아무튼 그렇게 된 것을 최근에 다시 보았습니다. 사람인생 다양한 것처럼 사람근처의 모든 사물들도 다양합니다. 그런 재밌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신동엽님의 멘트 “ 별 일 없는 하루가 최고의 행복” 이 말은 정말 멋진 말입니다. 저는 거기다가 “깨알”들을 만나니까 더 행복한 하루가 맞습니다. 함께 끝까지 읽어주신 작가님들 미리 감사드립니다.
큰사람의 깨알프로젝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