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프로젝트 #12

큰사람

벌써 아침에는 반팔을 입은 팔에 서늘한 느낌이 제법 강하게 와닿습니다. 이제 가을문턱을 넘었다고 환절기 감기를 조심하라는 신호같기도 합니다. 지하철 에어컨을 조심하려고 걸쳐 입던 옷들이 아니라 이제 제철에 맞는 옷들을 꺼내입기 시작합니다. 이러다가 어느새 매서운 바람이 코끝을 시리게 하는건 아닌가 하는 마음도 들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매우 빨리 지나갑니다. 혹자는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이 무섭기도 하다고 합니다. 그런 마음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늘 다니던 길이지만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도 하니까 ‘깨알재미’는 여전히 이어집니다. 하도 쓰레기 포함해서 건물, 건물에 붙은 장식, 이름표 등등을 찍다보니 오해를 많이 받습니다. 더 조심하면서 혹여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깨알재미’를 찾을 생각입니다. 뭔가 모르게 은근히 재밌게 느낀 것들을 나누어 봅니다. 시작해보겠습니다.




큰사람-> 아이들이 붙인 별명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제가 큰 사람입니다. 아직은 함부로 할 수 없는 사람. 큰~~사람.




#1. 의자 둘


어느 가게옆 구석에 필요없어져서 버려진 의자 두개를 보았습니다. 의자가 작은데 두껍지 않은 나무로 민들어져있고 오염없이 깔끔합니다. 누구나 앉을만큼 탄탄하고 든든한 의자도 아니고요. 그렇다고 장식품도 아니고요. 그런데 등을 맞대고 가지런히 놓아둔 모습을 보면서 잠시 상상했습니다.


이제

그만 싸워요.


이제

나이도 먹었고요.

다리도 가늘어졌고요.

키도 줄었어요.


그런만큼

이제는

그만 싸우고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등을 맛대고 있는 것처럼

서로 의지하면서 살기로 해요.


이제

싸우는 시간보다는

그간의 소회를 나누면서

잔잔하게

은은한 사랑을 이어가는 부부가

되기로 해요.


이제.



#2. 낙옆차..

큰 빌딩 앞에 거대하고 멋있는 중형차를 보았습니다. 웅장하고 멋진 자태와 어울리지 않게 가로수 낙옆이 떡하니 떨어져 있었습니다. 회사 임원분이 타시던가 임원분이 운전하시는 차이시던가 할 수 있는데 그보다 더 높은 사람마냥 뒤에 떡하니 올라가 있는 낙옆이 재밌어서 얼른 찍었습니다. 번호판이 안 찍히도록 했고요. 혹여나 안에 타고 계신 분이 없는지 확인했고요. 가능하면 방해나 침해가 되지 않도록 하면서 찍었습니다. 낙옆.



가을이 왔다고


이른 가을

낙옆이 홍보차 다닌다.



오늘은

어느 회사 임원분의 차였다.



나는 혼자 웃었다.

임원분의 중형차가

전혀 다른 느낌으로 와닿았다.



나이트클럽 홍보하느라

큰 호박을 천정에 올린 빨강 모닝차들.

그때가 생각났다.


너 덕분에

가을이 왔다는거

정확히 알았다.


준비할께

쌀쌀한 가을맞이


고맙다.

그리고 재밌다.



by Dd










#3.가로등..

구름이 제 모습 제대로 드러내지 못할만큼 화창한 날이었다. 푸른 하늘을 배경삼아 초록 잔디와 나무들이 아주 멋있는 풍경을 느끼게 해주는 아침이었다. 길가의 가로등이 재밌어서 찍어봤다. 덩쿨들이 꼭 타고 올라야만 하는 것처럼 열심히 타고 오르는 중이었다. 자연스럽게 자연친화적 가로등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뿐일것이다. 서늘한 가을기운을 시작으로 매서운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못견디고 시들어버릴수도 있다. 그러면 가로등은 고풍스러운 모습으로 변하겠지. 아무튼.. 덩쿨들이 타고오른 가로등은 더욱 멋있고 아름다워보였다. 금속 구조물이 진짜 친환경적이었다.


어디까지

타고오를건가?

덩쿨!!


가로등이 도와달라고 했어!


누가?

가로등이? 왜?


왜 그랬을까?


하루종일 땡볕에 서 있어서

은색 바디가

바디가 너무 뜨겁대.

그래서 도와달래!!


우리는 힘껏

타고 올라서 감싸주고 있지모.



가로등이 매일매일 고맙대.

무더위를 피할 수 있어서 좋대.



아하!! 자연과 인조구조물이

상생이 되네.

재밌네. 너희들.



by Dd






#4. 지붕 위

산책을 하면서 두리번거리는게 이제 일상이다. 그러다가 어느 빌라 지붕위를 보게 되었다. 바람에 흩날리다가 지붕위에 떨어졌으리라. 아니면 새가 쪼아서 먹다가 흘린 씨앗이 떨어진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지붕 위 난간에 위태로울 수도 있지만 조용히 자라고 있었다. 마치 귀한 집 딸이 절대로 세상과 연결되지 못하도록 성에서 제일 높은 탑방에서 지내도록 한 동화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저 작은 것이 잘 자라고 있는지 가끔 지난가면서 들여다볼 생각이다. 안테나와 붙어서 자라던 나팔 덩쿨도 여전히 잘 자라고 있는 걸 가끔 확인하기도 한다.


거기

안 무섭니?


무섭지는

않아!

그런데 심심해.


절대로

내려가지 말래.

그래도

하루종일 보는 것은

괜찮대.



근데

나도 내려가서

함께 놀고

흙냄새 제대로 맡으면서

살고 싶어!!


그래.그럴거 같아!!

근데 지금은 어려워보인다.

잘 지내.

종종 지나가며 인사하자!

건강하게 무사히!!


by Dd





#5. 하차벨..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항상 불편한게 있었다. 맨 뒤에 앉아 있다보면 ‘하차벨’을 누르는게 쉽지 않다. 물론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곳에서 내리면 그런 문제는 자동적으로 해결이 된다. 탑승 승객이 많지 않고 제각각 내리다보면 맨뒷자석에서 내리기가 쉽지 않다. 먼저 ‘하차벨’을 눌러야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나마 전기버스는 그래도 부드러운 출도착과 운행으로 수월할 수도 있다. 작고 오래된 마을버스에서 맨뒷자리 하차시도는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어느날 탔던 마을버스에 예상치못한 곳에 부착된 ‘하차벨’을 보았다. 매우 반가웠다. 이런 섬세함을 한국에서도 보게 되었다는것에 감동했다. 맨뒷자석 창가 구석에 ‘하차벨’이 있는 것이었다. ‘유레카’였다. 그저 기뻤고 ‘와우’ 감탄하고 내렸다. 그 와중에 얼른 한 컷 찍어놨다. 그 때의 마음을 나누고 싶어서였다.



오우!

너가 거기 있다니



뒷자석에서 버스 하차하기

매우 어려웠는데.

하차벨이 멀리 있어서.



하차벨이 멀었거든.



그런데 널 보면서

“유레카 유레카”였다.


얼마나 편했는지 몰라.

버스야 고맙다!

아니 기사님 감사해요.

아니 버스회사 고맙습니다.


섬세함이 잘 사용되면

편리한 생활의 시작이다.



뒷자석

구석

하차벨

따봉!!



by Dd



여전히 돌아다니다 보게된 “깨알”들을 나누었습니다. 저 “깨알”들에서 다시 삶의 즐거움과 기쁨과 묘미를 찾아볼 생각입니다. 여전히 매순간 재밌습니다. 가끔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가 1000만명 고객을 몰고 다니는 작가가 아니기에 조용히 사과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을만한 행동을 줄이기로 마음먹기도 합니다. 사진으로 얼른 찍어놓으면 다시 짬내서 보는동안 너무 재밌습니다. 아직은 일상이 감사하고 즐겁습니다. 더 섬세한 관심과 관찰을 통해 더 다양한 즐거움을 찾고 찾아서 계속 나눌 예정입니다. 오늘도 여기까지 읽어주신 작가님들께 미리 감사드립니다. (“ . ”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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