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프로젝트 #13

큰사람.

이제 제법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습니다. 반팔 소매아래 당당하던 맨살이 '으스스'함을 느끼는 날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쉽고 속상한 것은 이제 저도 이 쌀쌀함을 피부로 꽤나 진지하게 느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하철의 에어컨도 이쯤되면 반팔,반바지로 감당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가 어른들이라고 말하던 분들처럼 되어가는 것이 아직은 서운하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속에서 다행히 변하지 않는 것은 여전히 길거리에 "와우!"라고 쾌재를 부르며 만나게 되는 "깨알" 재미가 계속 있다는 것입니다.


살아 숨쉬는 우리와 함께 존재하는 모든 것이 매력덩어리들입니다. 그 매력들이 때로는 우리가 살면서 겪는 "속상함"을 상쇄시켜주는 “재미”가 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각 사람들이 겪은 “슬픔과 속상함”과 “재미와 매력”의 갯수가 똑같아서 자기전에 하루가 “0“으로 리셋되는 것도 재밌겠다고 생각해봅니다. 그러면,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을텐대 말입니다. 지금부터 제가 찾아낸 ”깨알“들을 나눠 보겠습니다.




#1. 두 대

크기가 다르고 색깔이 다른 두 "모터"가 주차되어 있습니다. 꽁무니를 대고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의 상상이 예상되시지요? 그 예상대로 저는 상상하면서 혼자 웃었습니다.



지금 막 싸웠나보네요.

화해가 안돼요?



얼마나 극한 싸움이었길래

노랗게 질린 얼굴이

아직도 회복이 안 되네요.



얼마나 소리 지르고

정색을 했길래

아직도 얼굴이 하얘요.



그렇게 등 돌리고

아무 말도 안하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요.



부디

얼른 화해하시고

다시 아침 먹어요.


By Dd





#2.배달통

길을 가다가 진짜 "원조"를 만났다. 실물로 배달통(일명 철가방: 좋지 않은 표현이라는 설명을 참조하여 배달통으로만 통칭합니다.)을 본게 "얼마만인가?" 감탄을 하며 잠시 멈췄습니다. 정말로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이 배달통도 완전 원조는 아닌 것이 손잡이가 플라스틱으로 개량이 되었거든요. 그래도 이런걸 본게 어딘가 싶긴 합니다. 온통 지글지글 구겨진 모습들이 을씨년스럽기도 하면서 구수한 맛을 느끼게 합니다.


이제는 플라스틱 배달통만 남아 있거나 아예 비닐봉지 통째로 배달하는 시대이다보니 더이상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릴 때 늘 보면서 자라고 사회생활 시작할때도 온갖 추억과 함께하던 배달음식의 원조격인 배달통은 많은 추억을 남겨주었습니다. 배달통의 칸칸이 선반마다 다른 추억을 가지고 전해주는것같고요. 너무 반가워서 잠시 서서 구경하다보니 떠오른 생각이 있습니다. " 점점 더 잊혀질 것들이 많아지겠구나 !!" 약간은 서글프기도 합니다.



아이고!! 이게 얼마만입니까?

요즘 일을 하긴 해요?



그럼. 일하지.

그런데, 이제는..

잘 안 부르네.



나보다

더 깨끗해보이고

더 가볍고

더 예쁜 것들이 많아서

별로 필요가 없대.



요즘..

적적해.



오늘 오랜만에 일하고

가지러 올 주인 기다려.


또 보기로 해요.

진짜 반가웠어요.


By Dd








#3. 둘이 꽉..

밥을 먹고 주변 걷기를 매일 합니다. 밥을 먹고나서 커피를 바로 넣는게 매우 배부르고 힘들기도 합니다. 건강을 지키려는 의미도 있지만 걷기를 하는동안 저의 오감이 자극됩니다. 그러면서 저는 오감이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됩니다.


피부로 느끼는 햇살의 따스함과 뜨거움, 흘러내린 땀방울이 남아 있는 목둘레에 느껴지는 산들 바람, 한낮의 찌는듯한 태양때문에 느끼는 눈부심, 매미가 막바지 울어대는 귀를 째는 소리, 각종 새들이 날면서 푸드득하는 날개짓, 파란 하늘과 퐁실퐁실한 흰구름의 조화, 만들어놓은 길따라 흐르는 강물의 철철거리는 소리, 말라가는 목구멍과 건조해지는 손바닥, 젖어가는 티셔츠를 불쾌함으로 느끼는 등살,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발바닥 등 엄청 많은 것들이 오감을 자극해주기때문에 재미가 상당합니다.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도 큽니다. 그 재미를 알게 된 저는 점심식사후 매일 걷게 됩니다. 앞만 보고 걷다가 심심해지면 밑으로 내려가서 걷기도 합니다. 내려가던 중에 계단 옆 손잡이로프의 마감을 보게 되었습니다. 포개놓은 로프가 어떤 순간에도 풀어지지 말라고 붙잡고 있는 스텐 U볼트 두 쌍은 제게 메세지를 던져 줬습니다. 그 메세지는 제게 큰 의미가 되었습니다.


우리

이렇게 꽉 잡기로 해요.



결혼식날

우리 소리치며 약속했듯이



우리

서로 의지하며

우리

새 역사를 하나하나 만들어가요.



우리

꽉 붙잡고 놓지 맙시다.



그럽시다.



By Dd






#4. Closed..

골목모퉁이 어느 길쯤에 있는 까페를 보게 되었습니다. 하얀 기본 테두리 바탕 속에 자연을 조금씩 담아 놓은 듯한 외관이 점잖은 까페였습니다. 한번쯤 들어가서 앉아 있고 싶기도 합니다. 이른 시간에는 주로 닫겨 있습니다. 닫겨 있는 시간에는 "closed(닫았음)"라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재밌는 알림판을 보게 됩니다. 친절하면서도 기발한 “알림판”이 아주 센스있어보여서 ‘닫힌 가게“를 대하면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나중에 또 재밌는 느낌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NOW)

닫았나? ( closed?)


네.( yes.)



알고 싶은걸

품격 있게 알려준 덕분에


다음 기회에

만나기로 약속을

해버렸다.


By Dd






#5.주차..

점심시간에 한참을 걷다보면 시간이 흘러 뛰어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두리번거리며 사진 찍으며 마음껏 걷다보면 되돌아가기에 한참 멀리 와있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알람’을 해놓습니다. 혹 정신없이 즐기며 걷더라도 ‘알람’이 울리면 되돌아가면 됩니다. 그런 시간동안 걷다보면 자연의 꽃과 나무 , 풀들이 계절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줍니다. 어느샌가 매미도 마치 주차하고 마트에 들어가는 사람들처럼, 라인에 맞춰서 자기 허물을 벗어놓고 볼일 보러 떠났네요. 내가 살아있듯이 자연 속의 모든 생물들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매미 허물을 보다보니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어?

어디갔노?



응.

주차하고

할 일하러 가야해서

얼른 나왔지.



주차하고

전화해서 얼굴 보려다가

시간이 촉박해서

빨리 이동했어.



아쉽다.

구럼 이제 언제 보냐?



아마도

내년 이맘때쯔음.

내년?


다.





By Dd







#6. 그녀의 행보

뜨겁게 해가 내리쬐는 어느날! 운동삼아 자연을 느끼려고 시골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해가 쨍쨍하다보니 시골길에 나온 수많은 지렁이와 달팽이들이 더 잘 보입니다. 어제 길을 나왔다가 밟혀 죽은 것도 있고 말라죽은 것도 있었습니다. 무릎을 구부리고 보니까 햇볕에 반짝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크레파스로 그려놓은 것인줄 알았습니다. 더 가까이 허리 숙여 보았더니 달팽이가 지나간 길들이 "반짝반짝"하면서 눈에 들어왔습니다. 생각보다 먼 여정을 이리저리 나름대로의 속도로 가고 있었습니다. // 덧붙임 : 제가 길을 따라 색칠한 것이 아닙니다. 저렇게 쨍볕아래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었습니다. 달팽이는 저렇게 먼 길을 열심히 가고 있었습니다. 먼 길을 힘겹게 가는동안 밟히지 않도록 기도해줬습니다.



잘 가고 있네.

거의 다 갔네.



건너편 가면

뭐 하려고?



건너편가서

동료들 만나서

대화하려고.



그러기에는

너무 덥다.

너무 위험해.



그래도 갈꺼야.



와우! 엄청 열심히 가고 있네.

지나간 길이 말해주네

엄청 노력중이라고.



사람도 똑같애.

각자의 길을 각자의 속도와 방향으로 가고 있거든.

우리 다 똑같구나.



오늘 너의 행보를

응원해



부디

건너편까지 무사히!!


By Dd


여기까지입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면 자연을 볼 때도 있고요. 사람이 만든 것들을 볼 때도 있습니다. 다양한 것들을 볼때마다 느끼는 것은 사람과 함께 하는 것들은 모두 시간의 흐름 속에 있는 것같습니다. 커지고 변하고 달라지고 사라지고 말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보다보면 모든게 아쉽고 소중하다고 느낍니다. 오늘도 쓰다보니 "깨알"같이 작지만 "빅재미"를 준 것들이었습니다. 그 재미를 함께 느끼고 싶었습니다. 목적지를 몰라서 힘들게 지내기도 하지만 이런 것들을 느낄때면 ‘참 재밌는 세상’인 것도 같습니다. 함께 읽고 보면서 "깨알재미"를 공감해주신것에 대해 미리 감사합니다.


큰사람의 깨알프로젝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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