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비가 오거나 햇빛이 쨍쨍한 오후이더라도 열심히 걸어 다닙니다. 그러면서 구석구석 숨어있는 깨알재미들을 찾아봅니다.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는 횟수만큼 깨알만큼 작거나 예상치 못한 것들이 알싸한 재밋거리를 느끼게 해 줍니다. 정말 하찮을 수도 있고, 쓰레기더미일 수도 있지만 그 속에서 느낀 것들은 단순재미일 때도 있다. 때로는 인생의 희로애락과 연륜을 느끼게도 해줍니다. 묘한 깨알들을 나누어 봅니다.
#1 그의 폴댄스
점심을 간단히 먹은 날 운동삼아 열심히 걸었습니다. 점심을 먹은 직후라서 몸도 무겁고 해는 여전히 쨍쨍거리며 땀을 흠뻑 흘리게 해 줍니다. 열심히 걸으면서 주변을 관찰하듯 돌아보는 것도 잊지 않았고요. 크지 않은 줄기에 깜장 그 녀석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녀석의 모습은 마치 "폴댄스"를 시연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잠시 그 녀석의 퍼포먼스를 지켜보았습니다. 잠시 지켜보는 동안 막바지 울어대는 매미소리만큼이나 등줄기의 척추뼈를 따라 흐르는 땀방울도 멈추지가 않는 오후였습니다.
아.
너의 공연을
내가 볼 줄이야.
아무도
모르고
그냥
지나가던데
너는
열심히
공연 중이네
잠깐이지만 즐거웠다.
다음에는 더 우아한 동작을
기대하게 되네.
By Dd
#2 제군들..
출근길에 많은 냉매통들이 열을 맞춰 보관되어 있는 것을 봤습니다. 사용완료인지 출고대기인지는 모릅니다. 이 통들이 유명한 제품인지 아닌지도 모릅니다. 다만 차곡차곡 열을 맞춰서 놓여 있는 것을 보면서 잠시 상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냉매통 회사는 번창하세요. 저에게 잠시 재밌는 상상을 제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군들!!
곧 만오천 피트 상공이다
제군들은 사막 한가운데로 보내진다.
내려가면서 사주경계를 철저히 하고,
하강 때 사고가 많다. 조심하도록!
너무 비장할 것 없다.
임무가 끝나면 다시 복귀하기 위해
우리가 만날 것이다.
그럼!!
By Dd
#3 엄지 척
골목을 지나가다가 음식점 구석에 있는 바리케이드를 보게 되었습니다. '사장님의 위트'를 모른 척할 수 없었습니다. 꼭 제가 알아줘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몰려왔습니다. 음식점 맛이 최고인지는 모릅니다. 음식점 사장님이 은근 "우리 집 맛있어!"라고 어필하시는지도 모릅니다. 길을 걷다가 억지로 찾아낸 것이 아니라 '나를 꼭 봐줘요'하는 것이었습니다. 아 바리케이드 머리 위 명함집게 디테일도 ‘풋’ 웃게 만듭니다. 만세 하며 붙어있는 녹슨 ’ 쪼꼬만 집게‘ 사장님의 센스는 어디까지이신가요? 보는 내내 웃었습니다. 상상하다가 또 웃게 되고요.
오늘도 출근?
좋은 하루 돼요!
최고의 하루 돼요!
퇴근길에
우리 가게도
좀~
들리고요^^
맛이
기가 막혀.
최고야!
꼭~
들려!
네.. 그럴게요.
자꾸
생각날 것 같아요.
By Dd
#4 샵 앞에 삽..
삽과 삽
샾 앞에 삽들이 차곡차곡 놓여 있었다. 다음작업을 위해 잘 정리해 놓으신 사장님의 마인드를 본받을만했습니다. 사용한 지 오래 하신 듯 빛바랜 삽자루와 수많은 삽질을 통해 작업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삽을 보면서 숨길 수 없는 "은근한 노련미"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아 둔 삽만 봐도 “일 좀 오래 해본 사람이 주인임” 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일보다 엉뚱한 상상을 해봤습니다.
오늘은
일하러 어디로?
아닌가?
어?! 막내아들도 동행했네
아~ 놀러 가시는구나.
맨날 열심히 일하시더니
이런 날도 있네요.
가족 모두 출동이니
신나겠어요.
오늘은 일하지 말고
꼭 제대로 놀다 오세요.
By Dd
#5 아가 간판
골목모퉁이에서 무심히 지나치면 안 될 것 같은 간판을 만났습니다. 앙징맞고 귀여운 간판이었고요. 옷을 붙여놔서 작은 아기용품샾인가 했습니다. 가까이 가서 제대로 봤더니 양말까지 널어놨습니다. 오랜만에 색다른 간판을 본 덕분에 밑에 계속 서서 감상을 했습니다. "위에서 아래까지"모든 것을 세탁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간판들을 보고 있으면 특이한 주제를 다룬 단편영화 한 편 본 느낌입니다. 덕분에 도시 속에 걸려 있는 개성 넘치는 간판들도 관심 가지게 되었습니다. 잠깐 대화해 봤습니다.
놓고 갔나?
맡겨 놓았나?
사라는 건가?
빨라는 건가?
아기 것인가?
줄어든 것인가?
카페인가?
세탁소인가?
널 보면
화창한 날 파란 하늘
위
동동 떠 있는 흰 구름
생각나.
오늘
넌
내게
재미를 줬어.
By Dd
길을 걷다 보면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수만 가지입니다. 그것들이 늘 다양한 느낌과 재미를 알게 합니다. 누군가가 의도해서 만들어 놓은 것도 있고, 의도하지 않은 것도 있고요. 아니면 저만의 해석을 통해 그들이 "깨알재미"가 되기도 합니다. 여전히 쨍 볕인데 선선하고 힘이 들어간 바람이 귓가 솜털을 살짝 자극하는 계절이 어느새 코 앞에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내가 자주 봤던 익숙한 것들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겁니다. 그러면 저는 또 다른 ”깨알재미“를 얻을 것이라서 벌써부터 설렙니다. 여행을 통해 느끼는 것들 통해서 리셋과 리프레쉬를 한다고들 합니다. 저는 새로운 계절이 다가오면 새로운 느낌과 감성을 얻어서 색다른 재미를 또 얻을 겁니다. 저만의 라셋.리프레쉬 타임이 될 것입니다. 물론 새로운 나라 여행을 통한 리프레쉬가 최고이긴 합니다만 지금은 일상 속에서 제게 주어질 것들을 가지고 ”깨알“을 찾고 그것들이 주는 작은 힘들을 모아서 내일을 살아갈 것입니다. 이번에도 재미있고 즐거웠습니다. 끝까지 읽으며 "허허, 하하.. 참 내~"등으로 공감해 주실 분들께 미리 감사드립니다. 깨알은 제게 많은 것을 줬습니다. 이번에도.
큰사람의 깨알프로젝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