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재미"를 일상생활에서 찾아가며 재미를 나누다 보니 이런 것들이 또 생각났습니다. 현재를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놓아줘야 하는 아쉬움'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들과 바닷가에 간 날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놀고 있을 때 남들처럼 모래 한 줌을 움켜주고 손바닥을 펼쳐 봤습니다. 그러자 순식간에 손가락 사이로 바닷모래가 '스르르' 흘러내렸습니다. 사라지는 모래 알갱이들을 눈으로 보고 있어도 붙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바닷가 모래사장에 두 발을 짚고 서 있어 봤다. 파도가 '포르르' 물거품 일으키며 다가오더니 금세 '샤르르'하고 되돌아갑니다. 그러면서 발 밑의 모래를 슬며시 가져갑니다. 아무리 발가락에 힘을 줘도 '스르륵' 빠져나가는 모래들을 붙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알고 있지만 절대 붙잡을 수 없었기에 마음에 남는 '아쉬움' 그 아쉬움을 잊지못하도록 하는 것은
손바닥에 남은 모래 조금,
발바닥 밑에 남은 모래 조금,
이었습니다.
그런 느낌들을 일상에서 여전히 느끼고 있습니다.
길을 걸으며 만나는 많은 깨알들은 생각지 못한 재미를 느끼게 해 줍니다. 그런데, 사실 매번 재미를 느끼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오랜만에 본 물건인데 이제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방치가 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제는 방치되야만 하는 물건의 현재가 느껴지면서 슬펐습니다.
"나는 저 물건에 추억이 있는데 이제는 필요 없구나." 한 편으로는 허탈하고 한편으로는 그것과 관계된 나의 추억도 서서히 사라져 가야 한다는 것이 서글펐다.
"깨알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낀 것들 중에서 잊히고, 사라져 가고,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을 만나게 되면 따로 모아서 적어보고 싶었습니다. 그것들이 여전히 남아 있음에 감사하며 보고 떠올리게 되는 나만의 추억도 적어보고 싶습니다. 다만 보여야 추억을 소환하기 때문에 비정기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억의 전달자'라는 임무를 맡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가끔 보이는 것을 통해 기억과 추억을 소환해서 나누어 봅니다. 특별한 것은 아닐지라도 그것을 통해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감 또한 삶의 향기가 그윽하게 전해지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1. 브라운관모니터
길을 걸어가다가 이제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고 쌓여 있는 '브라운관 모니터'를 접했습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와 얽힌 저의 기억도 소환해 봤습니다.
처음 컴퓨터를 선물로 받아서 즐긴 때는 국민학교 입학 전이었습니다. "천리안" 대우컴퓨터
대학교 때 한글타자를 배우고 컴퓨터로 캐드를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각 단과대 컴퓨터실에서 연습해야 했고요. 졸업 무렵 본격적으로 PC방이 각지에 생기면서 난리가 났었고요.
첫 입사한 회사에서 컴퓨터가 포함된 책상을 배정받았습니다. 브라운관 모니터를 잘 배치해서 책상이 좁지 않아야 했고요. 그러면서 건너편 책상 선배얼굴을 가리지 않아야 하지만 일부러 가렸던 기억도 납니다. 책상배치가 바뀔 때마다 빵빵한 모니터를 두 손으로 감싸 안고이동시키고 짐을 날랐던 기억도 납니다.
언제부턴가 갑자기 납작한 모니터를 쓰기 시작하면서 브라운관 모니터가 퇴출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이제는 쓸모없는 덩어리로 취급받으며 저렇게 폐기처리되어 갑니다.
제가 가진 브라운관 모니터와의 추억도 슬슬 지워져야 하는가 봅니다. 이렇듯 내 기억과 추억은 남아 있는데 관련된 물건이 이제 더 이상 사용되지 않으니 서서히 기억도 더불어 지워야하나 봅니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아무도 공감이안 되니까 말도 안 꺼내겠지요.
너무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이 야속하기도 합니다. 저보다 더 아쉬워하기는 분들도 많으시겠지요.
여기까지만 적어 봅니다. 또 만난 물건이 사라져 가는 것이라면 "잊사잃 프로젝트"로 소통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