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프로젝트 #19

큰사람

날씨가 점점 더 쌀쌀해집니다. 그런데, 여전히 비도 뜬금없이 내리는 11월입니다. 맑은 날씨와 먹구름이 공존하는 하루를 보낼때는 뜨뜻한 궁물도 찾고 싶기도 합니다. 그러다가도 흐리멍텅한 날씨탓인지 달달한 빵과 씁쓸한 커피를 찾고 싶기도 합니다. 이런 다양한 마음을 가지고 걷는 와중에도 한결같이 "깨알"들이 재미를 느끼게 해줍니다. '깨알'덕분인지 불쑥 다가온 추위도 마음 속의 감성은 얼어붙게 하지 못하는 것같습니다. 추위에 고개는 숙이지만 눈,코,귀,입은 더 예민해지면서 '깨알'들을 느끼고 있습니다. 행복합니다.



길거리의 사람들이 '얇은 옷 하나를 더 걸치는구나' 싶었는데 벌써 두툼하게 입기 시작합니다. 조금의 바램이 있다면 옷이 두꺼워지는만큼 마음 대문이 굳건히 닫히지 않았으면 합니다. 점점 더 쌀쌀해지는 날씨는 마음의 거리감을 만들고 나도 모르게 미소를 잃게 만듭니다. 그러면서 점점 더 나만 불편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옷이 점점 두꺼워질수록 '마음의 거리감'이 생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 아직.. 함께.. 세상을 살아가야 하니까요.

이번에도 즐겨본 '깨알재미'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1. 두 잔

보통 우리는 무언가를 버릴때 그동안의 추억도 과감하게 버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손길은 무척이나 빠릅니다.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손길은 빛의 속도이고, 쓰레기를 버리는 손길은 무심한 광속입니다. 그렇게 버려지는 쓰레기나 물품들은 제멋대로의 모양으로 쌓여갑니다. 그게 일반적인 우리 모습입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다소곳이 버려진 물품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쩜 저렇게 다소곳이 놔두셨을까? 그 모습을 보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컵 두개, 접시 두 개...




뭐해요?



그냥 있어요.

집에서 나왔어요.



어디 가요?



몰라요.

어디로 갈지,

버려질 지,

다시 쓰일지,

우린 몰라요.



너무 다소곳이 있길래

인사했네요.




by Dd






#2.자전거

매일 길을 걸으면서 바닥이나 벽 또는 구석만 보고 다니는 것같아서 가끔은 머리를 들어 하늘과 건물들을 봅니다. 그러다가 정말 재밌는 것을 만났습니다. 자전거입니다. 그런데, 이 자전거는 이제 더이상 보기 쉬운 자전거가 아니었습니다. 소위 "짐자전거"라고 말하는 자전거입니다. '잊사잃 프로젝트'에 쓸까 고민하다가 깊은 추억을 되새기기보다는 "깨알 재미"를 느낀대로 적어 보기로 했습니다.



오우.

자전거닷!!



거기서 머하누?



밤이 되면 날아다닐꺼야!

지붕을 도약해서 하늘을 나는거지.



신나겠네~~



엄청 신나지! 달도 만나고

지나가는 드론도 만나고

밤새 인사하고 놀다가

아침이면 다시 온단다.



아! 가끔 들키기도 해!

누구한테?

술 한잔 드신 분들이 알아보시더라고.


"어! 내가 취했나? 자전거가 날아다니네?"



by Dd






#3. 라이딩.

메론바같은 오토바이가 서 있어서 종종 눈길을 돌리기는 합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는 곰돌이가 떡하니 타고 있는겁니다. 이거는 안 봐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주인의 위트"를 알아주고 지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인생 별거 인나?"라는 표현처럼 "재미 별거 있나?"입니다. 그저 무심히 갖다놓은 인형 하나, 그냥 놔둔 것들이 재미를 주고 즐거움을 나눠주기도 합니다. 아기처럼 타고 있는 인형이 너무 재밌어서 적어 봅니다.



그 자리는

아기 자리 아닌가?


맞는데

자꾸 다른 것들이 타서 말이야.



안 지켜도 되는거 아닌가?

지켜야 해!

안 지키면 자전거가 와서 쉬다가 가거든.



자전거?

자전거가 자전거를 탄다고?



응. 지붕 위에 있는 자전거인데,

등치도 큰 데 가끔 힘들다고 여기 앉아서 쉬더라고.



그래서, 내가 지키는 중!!

아기를 위해.



by Dd






#4.화로

가게 밖에 나와 있는 숯검댕이 화로를 만났습니다. 이 화로를 보면서 고기를 구워먹기위해 철판을 올리던 생각을 합니다. 여전히 사용되고 있지만 반쯤은 자리를 잃어가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 화로를 만날 때면 연탄을 만났을때와 같은 생각이 듭니다.



활활

타오르며

할 일 하는

화로



불사르고나면

조~용히

숨고르기 한다.

숭고하게.



나는

무언가를 위해

활활

열정을 태운 적이

얼마나 있는가?



열정다하고 나서

당당히 쉰 적이

얼마나 있는가?


돌아보게 된다.

화로.



by Dd





#5. 말리기

점심을 먹고 길을 걷다가 일행들의 대열에서 이탈했습니다. 한 차량을 보자마자 주인의 위트를 무시하는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시 서서 '푸훗' 웃고는 얼른 사진을 찍었습니다. 찌는 듯한 태양의 열기를 품은 자동차의 앞유리는 '빨강 고추'를 품고 있었습니다. 저는 모릅니다. 진심 말리고 있는건지 디스플레이인지 재미인지 저는 모릅니다.


다만, 차량 주인의 위트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습니다.



작열하는

태양아~



수분 한 조각까지

가져가다오.



바싹 바싹

말려다오.



다만!!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말려다오.



주인과 함께

많이 다녀보다가

할 일 하고 싶어.



바싹 바싹

빨리 말라버리면,

얼른 궁물에 들어가니까

싫어잉.



by Dd






날씨가 추워지면서 우리의 마음들이 너무 각박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봅니다.


출근길, 퇴근길에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표정을 보기도 합니다. 천천히 길을 걸으며 떨어지는 낙옆 한 조각의 의미를 음미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깨알 프로젝트를 하면서 시간의 흐름과 변화의 순간들을 느끼는 분들의 발걸음에 깊은 공감이 가기도 합니다. 매순간 오감을 열어놓고 걸어다닙니다. 이 가을, 더 다양하고 즐거운 느낌들을 느끼고 함께 나눠보고 싶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시고 공감하며 살짝 미소지어주심에 미리 감사드립니다.


깨알프로젝트 #19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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