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프로젝트 #18

큰사람

날씨가 점점 더 쌀쌀해지기 시작합니다. 스산한 기온을 며칠간 느낀 나뭇잎들이 맥없이 벌써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한없이 푸르고 울창하던 가로수들과 나무들이 갑자기 알록달록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우리가 모르는 사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매일 보는 가로수들과 나무들이지만 그들의 조용한 변화를 제가 미처 못 알아채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많은 변화가 또 일어나고 있는 것과 함께 길거리의 많은 것들은 여전히 '깨알재미'를 전해줍니다.



그저 이런 일상 자체에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소소하고 작지만 제가 느낀 것들을 이번에도 찬찬히 전해보겠습니다.




#1. 바게트

보는 순간 기분 좋게 웃으며 길을 멈췄습니다. 저도 막 구워낸 빵을 사서 아삭한 식감 후에 느껴지는 촉촉한 속내를 느끼고 싶었습니다. 빵을 사 먹고 싶어지게 하고, 입 안에 침이 조르륵 흐르게 하는 광고 부착물입니다. 그것을 보면서 자극을 받았다는 자체도 즐거웠습니다. 한 덩어리를 들고 내달리는 아이가 느끼는 햇살의 느낌도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생각해 봤습니다. 상업적 광고일지라도 제가 먹고 싶어지고 아이의 웃음을 느꼈으니 '최고의 광고'입니다.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너를

바라보고

즐거웠으니



0칼로리



먹었는데도

행복하다.



그냥

행복해진다.


by Dd





#2. 넘어진 커피-safe

길을 걸어가다 보면 수많은 커피컵들을 만나게 됩니다. 먹다 버린 커피, 아직 많은데 떨어뜨린 커피, 차에 깔려서 부서진 커피, 제대로 먹지 못하고 놔두고 간 커피, 숙취를 염려했는지 술병과 함께 남겨진 커피 등등을 아침길에 다양한 모습으로 만나게 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까맣고 쓴 물'을 매일같이 즐겨 마시는 것을 이해 못 한다고 합니다. 커피는 종이컵, 플라스틱컵, 재생종이컵, 플라스틱 캔, 알루미늄 캔, 텀블러 등등 다양한 것에 담겨서 주인을 만납니다. 길에 떨어진 플라스틱컵과 그 안에 남겨진 커피양을 보면서 잠깐 상상했습니다.



세~잎 (낫 아웃)


커피가

흐르지 않았으니까!!



근데

심하게 넘어졌나 보네.


철퍼덕.



주머니 속에서

다 튀어나왔어.



아프지 말기를..



by Dd






#3. 프레임

잠시 기다리는 동안 책꽂이 뒤로 보이는 POP 스탠드를 보았습니다. 작은 POP 스탠드를 통해 뒤의 책꽂이를 보다가 순간적으로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아! 좁은 소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내 눈으로 바라보지만 좁은 소견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는 왜곡되고 나만의 느낌으로 평가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살다 보면 온통 불만투성이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늘 넓은 세상을 보지 못하고 살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별거 아닌 것이 내게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깨알"들은 이따금씩 재미뿐만 아니라 깨달음도 줄 때가 있습니다. 그것들은 어디에나 있고 불쑥 나타나서 느끼게 하는 맛이 있기에 늘 주변을 둘러보는 습관도 생깁니다.



나는

돋보기가 아니야.



이렇게 작은 것으로

저 뒤의 큰 것을 보면 안 되지.



전부 볼 수가 없잖아.



큰 것을 보려면

큰 눈을 가져야지.




by Dd








#4. 아이스크림

새로 생긴 무차별 할인 아이스크림가게의 풍선간판을 만났습니다. 새로 생긴 곳이라서 다양한 아이스크림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얼른 들어가서 구경도 했습니다. 나오면서 또 보게 된 풍선간판을 보고 상상해 봤습니다.



개미들이

음식물에 새까맣게 달려들듯이



저 아이스크림이

실제라면



엄청 많은 사람들이

한여름에

신나게 달라붙어서

먹겠네.



신난다.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아.



by Dd




#5. 쓰레기-핑크

재활용 쓰레기들을 분리배출하신 곳들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분류해서 정갈하게 내놓으신 것 중에 저의 시선을 끄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분명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는 쓰레기들인데 이쁘게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색깔도 곱고 마치 자매들이 나온 것 같은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쓰레기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잠시 서서 웃다가 가던 길을 이어 갔습니다. 우리가 사는 도시 속에 다양한 색깔들이 공존한다는 것이 때로는 재밌기도 합니다. 다양한 색깔들이 여전히 우리와 함께 있다는 것도 색다른 재미입니다.



어딜

가려고?



이쁘게

옷 입고 나왔네.



우리 자매인데요.

어린이집 가요.



그렇구나.

너무 이쁘게

입고 나와서



물어봤다.



by Dd






길을 걸어 다닐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와 함께 여기저기 걷고 보고 느낄 수 있음에 또 감사하고요. "깨알"들은 항상 저에게 빅 재미를 줍니다. 이제는 종종 깨달음도 줍니다.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는 일상 속에서 "깨알재미"는 한 잔의 사이다입니다. '톡' 쏘면서도 '아'하면서도 '크'하는 그 느낌들을 '깨알'통해 느끼기 때문입니다.



항상 저의 "깨알 프로젝트"를 읽어주시는 분들도 주변의 모든 것들 통해서 색다른 묘미를 느끼시면서 평범하거나 머리 아픈 일상 속에서 잠깐 웃을 일이 생기시길 소원해 봅니다. 모든 것이 소중한 것 같습니다.



항상 읽어주시고 '라이킷'눌러주시며 격래해주시는 작가님들의 따스한 손길 덕분에 여전히 요일마다 글을 적고 있습니다. 늘 감동하고 있으며 미리 감사드립니다.



깨알 프로젝트 #18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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