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람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찬바람이 제법 쌀쌀하구나라고 느끼면서 출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추위가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겉옷을 입어야겠구나가 아니라 제법 도톰한 옷을 입어야 하겠구나정도입니다. 이런 계절변화를 느끼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면서도 염려가 됩니다. 나이 드신 어른들은 속수무책으로 아파하시기도 합니다. 그리고 더불어서 염려되는 것은 지금 아픈 분들입니다. 마음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컨디션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으시기 때문입니다. 길을 걸으면서 ‘깨알’들을 찾아서 보고 느끼려는 노력을 하다보니 주변을 돌아보게 됩니다. 모든 촉각들이 하나하나 제 역할들을 이제서야 하는 것같기도 합니다.
쌀쌀하게 느끼는 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되지만 다행인것은 ‘깨알’들을 보는 눈은 닫히지 않았습니다. 그런 것이 다행입니다.
길 그리고 골목 그리고 구석구석의 모든 것들이 저에게 주는 ‘깨알재미‘들이 참 고맙게 느껴집니다. 그런 느낌들을 찬찬히 나눠보겠습니다.
#1.옷체통과 오토바이
점심을 먹고 동네를 돌다가 만났습니다. 너무 재밌는 것은 서 있는 옷체통과 그것을 바라보듯 주차되어 있는 노랑 스쿠터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프로필로도 썼던 이유는 두 사물의 조화가 부부같았기 때문입니다.
흥!! 자꾸 그럴꺼에요?
미안해요.
안 그럴려고 했는데
자꾸 당신 속상하게 하네요.
여기까지 와서 싸우자는 거에요?
아니에요.
고집부리지 않을께요.
By Dd
#2. 의자 둘
골목어귀에 있는 까페였습니다. 까페 외관을 우아하게 꾸며놔서 얼른 들어가고 싶다는 충동도 생기기도 합니다. 그런 까페앞에 놓인 의자 둘이 멋스러웠습니다. 우아한 자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다리가 길게 뻗어 있고 색깔도 나름대로의 품위도 느껴집니다. 그 자태를 보고 잠시 서 있으면서 부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따뜻한 햇살아래
잠시 서서
햇살을 느끼는건지
생각에 잠긴 건지
잠시 멈춘
그
모습
멋스럽다.
아름답다.
by Dd
#3. 새싹
댕강 잘린 나무줄기를 보았습니다. 이미 잘린지 오래되었고 페인트칠도 되어 있어서 희망이 없어 보였습니다. 놓인 자리도 울창한 나무가 될 조짐도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지나가던 길에 보고서 “와우” 탄성을 질렀습니다. 잘리고 그냥 놓여 있던 나무더미에 여기저기 잎들이 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느낀 느낌은 고기 구워 먹으려고 사온 숯에서 새싹이 나온 것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경이로운 느낌이 들면서 기분이 덩달아 좋았습니다.
내가
이대로
무너질줄 알았는가?
아니
꼭 그런건 아니지만…
난 죽지 않아.
다시 잎들이 나고
다시 꽃을 피울거야.
그래.
그렇게 희망을 가져
희망을 가지고 지내
오며가며
같이 해줄께.
by Dd
#4 웃어? 울어?
정말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건물 주차장의 시설물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나가는 길에 느끼는 느낌은 ’울고 있다.‘였습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서 시선을 달리해서 보니까 울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잠 자고 있다.‘였습니다. 지나가다가 느끼는 그런 느낌들이 제가 얻는 “깨알재미”입니다. 모든 사물들이 각각의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고 생각지 못한 깨달음도 줍니다. 물론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고 저의 시선일 수도 있습니다. 가능하면 자연스럽게 느낀 그대로 가져오려고 합니다. 이럴때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엄청난 사진기술을 가지지 않았고 좋은 카메라로 찍고 다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자연스럽게 보고 느낀 그대로 적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왜 울어요?
아닌데.
자는 중인가?
아닌데.
잠시 생각하고 있는데.
아. 그렇군요.
내가 잘못 생각했네요.
by Dd
#5. 가이드
따스한 아침 햇살을 등으로 느끼면서 걷고 있었습니다. 새로 심은 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주인이 통을 연결한 울타리를 보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연약해보이는 식물들이 우람한 통들의 보호를 받으며 커갈 수 있다는 생각에 흐뭇하기도 했고요. 저런 모습에 지나가는 우리들도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거나 하지도 않을 것같고요. 지나가는 작은 동물들도 함부로 밟거나 훼손하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재활용의 묘미도 느꼈고요.
아이고
한참 조그맣네.
우람한 당신들의 보호가
든든해보이네
가정도 그렇겠지.
사회도 그렇겠지.
위협감보다는
든든함을 느끼는
울타리가 되어보자.
여기까지 적어 봅니다. 쌀쌀해져서 여며야하는 옷깃과 달리 눈은 더 크게 뜨게 되고 길을 멈추거나 길에서 쪼그리고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는 요즘입니다.
다시한번 언급하고 싶은 것은 이런 계절의 변화에 아픈 분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아픈 분들이 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원치 않는 불치의 병을 감내하며 지내시는 분들도 더 어렵지 않은 요즘이길 소원합니다. 서툰 글과 사진을 읽고 함께 해주심에 대해 미리 감사드립니다.
큰사람의 깨알 프로젝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