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프로젝트 #16

큰사람의 뚜벅

여전히 시간이 흘러가고 길에서 만나는 다양한 것들이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그러면서도 '푸훗'웃게 해주기 때문에 즐거울 때가 많습니다. 깨알프로젝트를 하면서 주변의 모든 사물들을 더 의미있게 바라보는 것같습니다. 심지어 쓰레기더미 속에서도 나름대로 '깨알'을 느낄때도 있고요. 그런 것들을 찬찬히 나눠 보겠습니다.



#1. 반들반들

지하철이 마지막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반대편에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날따라 지하철의자가 유난히 반들거리면서 저의 시선을 끄는 것이었습니다. 긴 시간 지하철을 타고 온 저의 몸도 파김치이지만 하루종일 수많은 사람들을 태운 지하철의자도 많이 지쳤겠다 싶었습니다.


의자가

반들반들



그만큼

시간이

흘렀지.



그만큼

느낌이

편안해.



반들반들

그 느낌

참 좋다.



By Dd







#2. 위에 비둘기.

요즘 비둘기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같습니다. 위에도 여유롭게 서 있습니다. 횡단보도에서 하얀 선만 밟는 아이처럼 보였습니다. 차가 지나가면 비키겠지만 위태로워보였습니다. 아이들이 횡단보도에서 하얀색만 밟기, 까만색만 밟기하는걸 종종 봅니다. 마치 그런 느낌같기도 했습니다.



하양만 밟기!!

아이들 놀이

횡단보도



비둘기 도전

노랑만 밟기



이번에는 멀다.

무섭다.


두리번 두리번.



나는

비둘기.



By Dd






#3. 말리기.

빌라 골목을 걸으면서 '고추 말리기'를 만났습니다. 아직은 자연의 햇빛을 벗삼아 일광욕하듯 말려지는 도심 속 '고추 말리기'가 재밌습니다. 정겹기도 하고요. 아직도 이런걸 볼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하고요.



햇빛이

뜨겁다.



골목길

고추들



내리쬐는 햇빛에

빨강이

새빨강이 되네.



엄청

자랑하네.



아름답다.

새빨강

고추들.




By Dd







#4.강아지 인형

골목을 지나다가 모퉁이에 사뿐히 올라가있는 강아지 인형을 만났습니다. 귀여워서 가까이 가서 봅니다. 그런데, 보는 방향에 따라 느낌이 달라집니다. 그때 드는 생각은 모든 일이 보기 나름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물론 햇빛의 영향도 있겠지만요. 어쨌든 강아지 인형을 만난 계기로 모든 것에 대해 관점을 달리하기로 마음 먹어 봅니다.


놀러 나왔니?



처음 볼 때는

엄청 신나 보여.



지나가면서 보니까.

쓸쓸해보여.



아!!



넌 그대로인데

보기나름이네.



관점 차이



하나

배웠다.



땡큐~




By Dd






#5. 아빠 미소

도시 속 빌딩 숲을 헤치며 걸어다니다가 보게 된 건물앞 아트입니다. 이 작품의 작가님의 기획의도는 모릅니다.(죄송) .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통에 얼른 지나가면서 언뜻 눈에 보여서 느낌만 잊지 않으려고 사진 찍어 놨었습니다. 그 느낌을 적어 봅니다.



슝슝 부는 바람에

모든 걸 날려 버리고

간신히 앉아 있는

남자.



그래도

나비가 희망을 노래하며

옆에 있어준 덕분인가



아이를 안고 있는

팔이 무게감을 느끼지 못하고,

여전히 미소를 띄고 있네.



오늘도 그렇게 버텼으니

내일도 잘 견뎌보자.



By Dd






이제 점점 더 추워집니다. 그러다보니 금새 투툼한 옷입은 사람들이 제법 많아졌습니다. 부쩍 쌀쌀해지니까 옷을 여미게 되고 덩달아 마음도 걸어잠그게도 됩니다. 아침 출근길에는 무심하고 무덤덤하게 옷을 여미고 바삐 걷지만, 퇴근길에는 아무리 옷을 여며도 얼굴과 마음은 여며지지 않습니다. 오늘을 살아낸 것에 대해 감사와 기쁨도 있고 해방감도 있기 때문입니다.



골목길 '깨알재미'를 함께 나눠보려고 시작했는데 그 이상의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잊사잃 프로젝트- 사라지는 것들과 추억나누기' 도 시작했고요. 앞으로도 길 많이 걸어볼 예정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끝까지 읽으며 때로는 '라이킷'으로 격려해주시는 작가님들의 손 끝에 묻어난 마음 한조각에 늘 미리 감사드립니다.


큰사람의 깨알 프로젝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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