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두툼한 옷을 입어야 하는 날씨로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길을 걸어 다닙니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갈 곳이 있고, 할 것이 있고 길을 잃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걸을 수 있고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로 매일 감사를 느끼면서 풍성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걸으면서 '깨알재미'를 느낄 때도 있고 '감사'를 느낄 때도 있습니다. 같이 나누면 도시 속에서 알게 된 소소한 재미들이 커지는 것 같아서 계속 나누게 됩니다. 그런데, 가끔은 얼굴을 찌푸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깨알'같이 작은 것들이 생각지 못한 것들을 알게 해 주는 이 시간이 소중합니다. 그 소중함을 함께 나눠보고 싶습니다.
#1. 금연구역.
길을 걸어가다가 금연구역 안내문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재밌지는 않았습니다.
금연구역 안내문은 가로수밑 잔디밭을 보호하고 주차구역도 깨끗하게 사용하자는 취지로 설치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안내문 옆에 버젓이 담뱃갑을 던져 놓은 것은 재미가 없었습니다. 혹여 그 앞에서 흡연을 했더라도 그렇게까지 담뱃갑을 던져놓을 필요가 있었을까 싶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살아가는 도시 공간 속에서 지킬 것은 지키는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2. 주차 주의
단지 내 주차장 앞 '주의표시'를 보면서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낮에 주차장에 진입은 전혀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어둑어둑한 저녁이 되면 주차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이미 몇 차례 사고가 있었는지도 모르고요. 형광 테이프를 붙여놓은 것을 보면서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늘 그 자리에 있는 주차장 기둥이 낮에는 괜찮지만 밤에는 조심해야 하는 것처럼 똑같은 말도 상황과 상대방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생각에 저도 상황을 잘 판단하면서 말과 행동을 해야겠다고 느낀 아침 출근길이었습니다.
#3. 나무 벤치
어느 가게 앞 나무 벤치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어서 가져와 봅니다.
식당 옆 나무벤치는 역할이 다양합니다. 식사 순서 대기, 식후 흡연, 휴식 등등입니다. 그런 용도와는 다른 느낌이 들어서 나무 벤치를 찍었습니다.
나무로 만든 덕분에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흔적이 무색하리만치 제 역할을 여전히 하고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오래되었고 모양이 조금 변했을 뿐 여전히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 나이 든 어른들도 "하던 일의 모습과 속도는 달라질 순 있어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을 수도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게 해 준 '나무 벤치'가 그 자리에 오래오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4. 꿈의 궁전
주택 골목길을 걷다가 엄청난 장소를 발견했습니다. 멀리서 보는 순간 저의 심장을 요동치게 하는 장소였습니다.
아마도 "헤어샾"인 것 같았습니다. 걷다가 멀리서 보는 순간 심장이 쿵쾅거렸습니다. 비슷비슷한 주택들과 사무실 건물들 사이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눈에 쉽게 띄게 되었으니 마케팅은 이미 성공입니다.
가까이 다가갔더니 심장이 더 쿵쾅거렸습니다. 제 표현에 의하면 "쌧노랑색'으로 전체 페이팅 되어 있었습니다. 이 정도로 튀게 페인팅했다는 것은 기술력으로는 자부심이 있다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또, 무채색 건물들 사이에서 골목모퉁이에 "노랑노랑"한 가게는 깜깜한 밤 가로등 불같았습니다. 이 가게 앞에서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 같고, 가냘픈 여학생도 무서워하지 않고 지나갈 것 같았습니다.
마치 학교 앞에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옐로카펫"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점점 더 각박해지고 헛헛해지는 세상 속에서 "옐로카펫"같은 곳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볼 때마다 여전히 가슴이 뛰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5. 연탄불
어릴 때 어른들과 가서 먹던 연탄불 고깃집이 생각나서 얼른 찍어봤습니다. 거기에 올린 석쇠에서 "파사삭"소리를 내며 익어가는 고기와 열기를 다시 떠올리게 했습니다.
여전히 서울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물론 연탄가스며 환경오염과 다양한 문제들을 걱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냥 보는 자체로 좋았습니다. 어릴 적 추억이 떠올랐다는 것도 참 좋고요.
가끔 길거리에 잊혀가는 것들을 보면 사진 찍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보고 있으면 사람은 과거를 벗 삼아서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꿈꾼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과거의 추억을 방패 삼아 현재의 어려움도 이겨나가는 것도 같고요. 이제는 연탄을 아무 데서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능하면 "오래 있어주라!"라는 당부와 함께 가던 길을 이어갔습니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것임을 여전히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생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길에서 길을 물으라는 말도 있는가 봅니다. 물론 길을 만든 것이 사람들이니 길에서 길을 찾는 것도 당연한 말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아직 많이 살지 않았고 대단한 부를 축척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길 위에서 만나는 것들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그리고 돈 대신 풍성한 생각이 매일매일 채워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더 행복해지는 것 같습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도 다양하고 신기하고요. 이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에 감사하고요.
그래서, 계속 길을 걸을 예정이며 "깨알 재미"들을 계속 나눌 예정입니다. 모든 사물들 속에서 저만의 "재미"이지만 읽으시는 분들도 색다른 재미를 느끼시면 좋을듯합니다.
여기까지 읽고 공감해 주셔서 미리 감사드립니다.
큰사람의 깨알프로젝트 #22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