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보다 더한 강추위가 매섭게 몰아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걷다보면 우연히 깨알들을 많이 만나는 날도 있습니다. 그러면 의욕적으로 더 걷는 날도 생기는데 그러면 한쪽 발바닥이 아프게 됩니다.
몸의 밸런스가 맞지 않거나 허리가 안 좋으면 발바닥이 아프다고 했습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늘 불평을 했습니다.
저는 거꾸로 태어나면서 왼팔이 부러졌습니다. 그리고, 인큐베이터에서 긴 시간 지냈다고 했습니다. 태아때 깁스하며 접합한 팔이 정상적인 각도로 붙지 않아서 지금도 가동범위의 한계가 있습니다.
그 한계를 느끼는 순간마다 늘 불평했습니다. "왜 거꾸로 태어나게 해서 이렇게 살게 하느냐!"며 어머니를 원망하며 막말했습니다. 돈이 없어서 목숨을 걸고 자연분만한 어머니에게 사춘기부터 결혼전까지 수없는 불평과 막말을 퍼부었습니다. 아내의 출산 세 번을 곁에서 보고나서야 얼마나 잘못한 일인지 뼈저리게 후회했습니다.
깨알을 많이 본 날이라고 좀 의욕을 부렸더니 아파오는 발바닥 덕분에 반성까지 했습니다. 길을 걷고 깨알을 느끼다보니 이런 시간도 있습니다. 그러니 걷는 것을 즐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생각지 못하게 채워지는 하루가 소중합니다. 그러면서 느낀 것들을 이렇게 매주 토요일마다 나누고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차근차근 적어보겠습니다.
#1. 예쁜 화분..
길거리 다양한 화분들 속에서 더 예쁜 화분을 만났습니다.
다양한 화분과 꽃들 사이에서 단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화분을 보았습니다. 피자집이나 술집에서 흔히 쓰이는 물컵과 꽃잎 줄기였습니다. 크기도 작았습니다.
불그스레하면서 투명하고 각진 물컵과 초록 꽃잎 줄기의 조화는 심플하지만 강렬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했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작은 분홍 꽃잎들도 물컵화분 앞에 고개 숙인 것같습니다.
#2. 허수아비..
유치원 앞을 지나가다가 아이들의 준비물과 상상력으로 커스터마이징된 허수아비를 만나고 웃었습니다.
유치원 수업시간에 공동작업했나 봅니다. 허수아비가 칼라풀하고 위트 넘치는 모습입니다. 아이들이 만드는 허수아비는 항상 웃는 얼굴이라서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렇게 현대식으로 재밌게 만들 수 있는 허수아비도 이제 사라지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역할은 다양한 것들로 대체되고 있고요. 더 좋은 것으로 대체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허수아비와 얽힌 추억이 하나둘 사라지는게 아쉽습니다.
그래도 창작,미술수업 속에 남아 있어서 감사하기도 합니다. 시간이 더 흐르면 허수아비가 무엇인지 모르는 날도 있겠지요?
#3. 잠든 고양이..
따뜻한 햇살을 머리위로 느끼며 걷다가 펜스너머 고양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햇볕이 따스해서인지 늘어져있는 고양이 모습을 보면서 미소지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딴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죽은 것은 아닐까?' 그러면서 조용히 다가가서 살펴봤습니다. 그랬더니 배가 규칙적으로 볼록거렸습니다. 살아있는 것이고 자는 것이었습니다. 비로소 "휴"하는 안도감과 함께 따스한 햇볕을 즐기며 자고 있는 고양이가 다시 재밌어졌습니다.
조용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고양의 단잠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펜스가 있는 아기 침대에서 곤히 자던 우리 아이들 모습도 추억해봤습니다. 재밌었습니다.
#4. 의자 두개..
어느 가게앞에 놓인 의자 두개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종종 가게 앞에 놓인 것들이 재밌어서 사진을 찍다가 오해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조심하면서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고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똑같은 의자 두개 인줄 알았는데 은근 조금 다른 모습이 재밌었습니다.
등받이의 모양도, 엉덩이판도, 다리 모양과 심지어 의자 높이도 다릅니다. 비슷한 것은 의자 나무와 엉덩이판 색깔만 똑같은 셈입니다. 그런 것을 보면서 저는 '부부'를 연상하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닮은 부부도 있고, 살다보니 닮아가는 부부도 있습니다. 끝까지 다른 부부도 있습니다.
비슷한데 어딘가모르게 다른 두 의자와 부부는 비슷한 것같았습니다. 아! 우리 두 사람은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둘 다 둥글둥글하면서 비슷하다는 반응들이고요.
모르는 사람이 소개해줬는데..신기합니다.
#5. 지하철역 밖..
지하철역 밖을 나가기위해서 엄청 많은 계단을 힘겹게 올라가다가 본 광경을 얼른 찍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계단의 3배 이상을 걸어올라오니까 아래에서 안 보이던 바깥 풍경이 보였습니다. 날이 어두워가고 있는 저녁, 모든 것을 비춰주던 해가 사라지며 빛을 잃어가는 사물들이 조명덕분에 또 다른 아름다움을 가지기 시작한 시간이지요.
아래에서는 보이지않았는데 어느정도 올라오니까 보이는 광경이 묘한 느낌이었습니다. 인생도 그런 느낌일까요?
보면서 그림자 에니메이션의 배경도 생각났고요. 저 위로 올라가면 '라라랜드'의 두 주인공이 아름다운 춤을 추고 있을 것같은 착각도 들고요. 알라딘 왕자의 소원을 들어줬던 지니와 호리병이 바닥에 있을 것같은 상상도 했네요.
걸어올라가다보니 허벅지와 종아리가 슬슬 통증을 느낄즈음에 보는 풍경이라서 더 재밌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나이 드신 분들은 이 풍경을 못 보고 엘리베이터로 올라가시겠네. 아쉽다.' 라는 생각도 하다보니 계단을 모두지나서 현실로 들어갔습니다. 다시...
역시나 길을 걷다보면 만나는 깨알들이 대단합니다. 재미도 있고 삶의 지혜도 느끼게 해주고요. 여전한 '깨알'들의 매력에 감탄합니다.
이쯤에서 슬슬 다른나라 깨알들을 맛보고 싶은 욕심도 생깁니다. "깨알프로젝트"를 함께 하며 공감하고 나누는 글로벌 프로젝트도 꿈꿔 봅니다. 다른 나라사람들과 각 나라 언어로 "깨알"을 느낀 느낌을 공유해보고 싶습니다.
영어로 "Sesame project by global" 이 되겠네요.
아침부터 밤까지 길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보고 느끼게 해줍니다. 그걸 나눌 수 있으니 이것도 감사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함께 사진을 보고 제가 느낀 것을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느낀 것을 잘 정리해서 다음주 토요일에 뵙겠습니다.
늘 미리 감사드립니다.
큰사람의 깨알프로젝트 #25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