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프로젝트 #25

큰사람

길을 걷는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배운다는 것같습니다. 앞선 분들이 계획하고 만든 것들을 느끼면서 다양한 것들을 배우는 것같습니다. 인위적 건축물이나 구조물에게서는 기발찬 기획력을 배우고, 어우러진 생명들을 통해 각자의 질서를 따라 살아가는 생명의 신비를 느낍니다. 그리고, 버려지는 다양한 것들을 통해서도 생각외의 상상들을 하면서 길을 걷게 됩니다.


그래서, 길을 걷는 자체로도 매일 재미꺼리가 생깁니다. 그러다보니 그것을 함께 나누려고 생각을 정리해보는 시간이 제일 감사한것같습니다.





#1. 커피컵..

길을 걷다보면 버려진 커피컵을 볼 때가 진짜 많습니다. 볼 때마다 다양한 생각이 들어서 재밌습니다.

오늘도 주인 잃은 커피컵을 만났습니다. 주차장을 들어가려고 대기하는 자동차같기도 하고요. 주차장 앞에서 담배를 피는 직원같기도 하고요. 친구를 기다리는 사람같기도 하고요. 먼 하늘을 바라보는 것같기도 하고요. 비치는 햇빛덕분에 커피컵 속의 커피의 다양한 색들이 은은하게 느껴집니다.


커피의 다양한 색이 전부 느껴지는 것처럼 우리 사람 마음속도 복잡다양하지만 그래도 속이 훤히 보이면 어떨까라고 생각해봤습니다.


다양한 모양의 커피컵들은 한 모금 마셔야만 내용물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품은 플라스틱컵은 내부에 있는 얼음도 볼 수 있으며 내용물도 있는그대로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렇게 느끼면서 내 마음부터 속이거나 숨기거나 응큼하게 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봅니다.




#2. 소화전..

건물 앞 소화전을 보면서 절묘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떤 생각일까요?

예쁜 옷을 입고 서 있는 아이를 내려다보는 어른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저렇게 아이를 내려다보고 있지 않을까? 그럴때마다 아이는 얼마나 큰 사람으로 느껴질까? 바라보는 어른이 인자하고 따뜻하다면 편안할 것이고, 무서운 인상에 차가운 말투라면 아이는 마주치고 있는게 얼마나 힘들까요?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가끔 반성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요즘은 뒤뚱거리는 아이를 보면 웃으면서 도와줍니다. 비가 오는데 우산을 손에 들고 비를 맞으며 엄마를 향해 걷는 아이를 보았습니다. 제가 우산을 씌워주며 걷는동안 도와줬습니다. 엄마한테 갈때까지 접어서 손에 들고 있는 우산을 절대 펴지 않아서입니다. 엄청 귀여웠습니다. 아이 엄마가 대신 감사인사를 해줬습니다. 그랬더니 아이가 제게 손을 흔들어줬습니다. 나름 뿌듯했습니다.



소화전과 열린 창문의 묘한 구도가 아이와 어른을 연상케했습니다. 길에서 보이는 것들은 다양한 상상을 해볼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3. 우산..

건물 모퉁이에 붙어있는 우산이 궁금했습니다. 나름대로 상상해보았고요.

골목길을 걸어가다가 건물 모퉁이에 붙여놓은 우산을 보게 되었습니다. 용도가 무엇일까? 사장님의 의도가 무엇인가? 가끔 그런 쓸데없는 생각도 해보기도 합니다.


건물구석의 CCTV 카메라를 위한 것일까? 에어컨을 향해 내리꽂는 수만개의 빗줄기를 막아주는 것일까? 아니면 때때로 구석에 나와서 담배피는 손님들을 위한 것일까? 그런데, 위치상 CCtv를 위한 것같았습니다.


CCTV는 좋겠다. 우산이 항상 지켜주니까 너는 일만 하면 되겠네. 사장님이 세심하게 신경써주네. 그렇게 일만 집중하도록 해주는게 회사의 기본이라던데. 덕분에 저도 길을 걸으면서 성장해야 하는 회사를 위해서 저의 역할을 고민해봤습니다.




#4. 당구장 사인..

날씨 좋은날 길을 지나가다가 하늘을 가끔 바라봅니다. 그러다가 웃었습니다. 왜 웃었을까요?

많은 전기줄이 얽힌 전봇대 옆에 당당하게 서 있는 당구장 사인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웃었습니다. 당구 큐대와 당구공을 직관적으로 표현해놓은 것입니다. 딱 봐도 당구장 안내 간판입니다.


그런데, 저는 다른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저처럼 생각하신 분들이 분명히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바로 여름내내 최고의 히트아이템이었던 '탕후루'였습니다. 이런 절묘한 연상을 예상하고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닐 거고요. 아이들은 당구장을 모르니까 '탕후루'로 알고 가는건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당구장을 모르고 사는 시다가 오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신문이나 타자기를 몰라도 되는 시대가 이미 왔고요. 당구장 탁구장도 잘 모르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만화방이 더 현대화되어 온 가족 놀이터가 되었듯이 당구장 탁구장도 첨단 3D연동되어 세대를 아우르는 놀이터가되면서 살아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





#5. 아이스크림콘

길을 아무 생각없이 걷다가 어느 음식점 구석에 떨어진 아이스크림 콘을 보게 되었습니다. 울었을까요? 웃었을까요?

보고 나서 울지는 않았습니다. 바닥도 블럭마다 색칠해놓은 것을 보면서 조형물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이런, 조형물은 아니고 흘린 것이 맞았습니다. 그렇게 상황을 파악하자 상상은 두 가지로 떠올랐습니다. 아이가 먹다가 흘려서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콘일까? 소프트하고 시원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다 핥아 먹고 와플콘은 필요없다고 던져버리고 간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문득 저도 소프트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래가 되어도 먹거리중에 소프트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사라지지 말았으며 좋겠습니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그 어떤 순간에도 우리를 위로해주니까요.





이렇게 길에서 보게되는 깨알들은 다양한 생각들을 하게 해줍니다.

몇가지로만 정리해보면서 깨알들의 재미와 소중함도 다시 떠올려 봅니다.


길에서 만나는 깨알들은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비바람, 건물, 사물, 가로수, 쓰레기들이 공존하면서 다양한 스토리들이 생깁니다. 억지로 짜낸 것보다 더 다양한 상상을 하게 되고요. 동시에 상상하는 시간에 오감으로 느낄 수 있기도 합니다.


알고 봤더니 깨알들의 이야기는 다양합니다.

처음에는 '재미와 위트'를 느끼며 보고 다녔는데 오래 보다보니 점점 다양한 것들을 느낍니다. 눈으로 느끼는 것을 떠나서 오감이 자극되면서 재미, 감동, 반성, 후회등등도 느껴집니다. 찌그러진 맥주캔을 보면서 마시면서 신났을 누군가를 떠울려도 보고요. 버려진 의자가 낡았지만 반들거리는 것을 보면서 긴 시간 애정을 가지고 사용하다가 버렸을 누군가를 상상해보기도 합니다.


깨알을 느끼는 시간은 축복입니다.

깨알을 오감으로 느끼면서 걸을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걷기만 하는데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축복으로 여깁니다. 그래서, 느낀 것들을 소중하게 다루면서 생각을 적어서 나눠보고 있습니다. 사진 찍고 올려 놓은 것들을 보면서 작가님들이 1초 '미소'가 터지거나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게 된다면 대성공입니다. 제가 느낀 것을 함께 느끼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의도해서 만들어 놓은 것, 자연적인 것, 우연인 것등을 보면서 느낀대로 계속 나눠보려고 합니다. 넓은 세상을 깔대기의 좁은 구멍으로 보는 것일수도 있지만 '그럴 수도 있는 시각'으로 생각하시면서 함께 했으면 합니다. 가끔 그런 활동이 부작용을 유발합니다. 제가 사진 찍거나 잠시 서서 보는 대상이 뭔가 대단한 것인줄 알고 옆으로 다가오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오늘도 오감이 살아숨쉬는 하루되세요.

여기까지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미리 감사드립니다.



큰사람의 깨알프로젝트 # 25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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