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프로젝트 #24

큰사람

날씨가 부쩍 추워지고 있습니다. 이제 눈이 소복이 내리는 날을 맞이할 때인가요? 그럼에도 장갑을 끼기도 흐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걷고 주변을 돌아봅니다. 그러다가 "깨알재미"를 찾게 되면 일간 웃으며 잠시 길을 멈춥니다. 그 재미덕분에 마음 속 깨알 휴식이 생기기도 합니다.



매번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한 이유는 억지로 찾는건 아니지만 매번 어디선가 보이고요. 큰돈을 들여서 인위적으로 만든 것도 아닌데 재미도 느낄 수 있어서요.



저 혼자 보고 느낀 것을 올리고 있는데 점점 작가님들의 공감이 많아집니다. 작가님들이 읽으시면서 "재미있네요." 라는 격려말씀에 자꾸 올리고 있습니다. 중장편 소설을 쓰시는 작가님들, 불치의 병을 힘겹게 이겨내시는 분들이 저의 "깨알"을 보시면서 1초 "피식"웃으시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행복합니다. 이번에도 찬찬히 나누어 보겠습니다.




#1. 상시 대기

저 썰매가 며칠 전에는 분리배출함에 올려져 있었습니다. 그랬는데 어느샌가 담벼락에 기대어 있습니다. 아마 필요한 누군가가 가져가라는 '암묵적인 제안'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거창한 눈썰매장을 제대로 가본 적 없습니다. 대신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경험을 시켜줬고요. 저는 그대신 빨강 눈썰매 한 개를 샀습니다. 그런데, 한 개로 삼 남매가 어떻게 놀까요?



집에서 조금만 달려가면 잔디로 뒤덮인 근린공원이 있습니다. 그 공원에서 빨강 눈썰매로 사계절 놉니다.

여름에 비가 많이 오면 빨리 달려갑니다. 빗물이 흐르는 잔디능선을 슬로프 삼아 타고 놀고요.

가을이 되면 마른 잔디와 낙엽들을 스치며 타고 내려갑니다.

겨울에 눈이 내리면 밤낮 가리지 않고 눈이 쌓인 잔디에 첫 발자국 내며 눈썰매 탑니다.

눈이 왔다가 낮에 녹고 얼게 되는 늦저녁에 우리는 또 달려갑니다. 녹은 눈이 군데군데 얼음이 되면 정말 빠른 속도로 내려오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사계절을 사용하면서 놀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길을 가다가 가끔 내리막이나 깨끗한 아스팔드 길에서도 끌어주면서 타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눈이 없는 나라에서 지내고 있는 조카들이 와도 계절상관없이 썰매 타러 가자고 합니다.



그래서, 제 차 트렁크에는 항상 빨강 눈썰매가 타고 있습니다. "상시 대기"

버려진 초록 눈썰매를 보면서 잠시 생각해 봤습니다. 아마 집근처였으면 제가 얼른 얻어 갔을 수도 있습니다.





#2. 응답하라 2009

퇴근길에는 항상 지하철을 타게 됩니다. 서로 부대끼며 탔다가 정신줄 놓고 졸다가 종점경고에 정신 차리고 내리는 게 일상입니다.

지하철을 타게 되면 사람들의 열기와 땀, 그리고 냄새로 불쾌감을 가질 때도 있습니다. 애매한 공포감에 떨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사람들과 부대끼며 하루를 보내고 또 부대끼며 함께 퇴근하는 일상 그 자체가 제게는 감사입니다.



지하철을 탈 때는 '승객 초과'로 시작하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는 휴대폰을 보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책을 보기는 더욱 어렵고요. 보이는 건 앞사람 뒤통수이거나 등판입니다.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가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도 지하철 천장을 바라봅니다. 그러다가 차량의 명찰을 보게 되었습니다.

'현대로템 주식회사 2009년 제작'

저는 역사적인 차량에 타고 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에 만든 객실을 아무 사고없이 매일 타고 다님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이 차량이 지금도 현역이기 위해 정비와 점검을 하시는 수많은 숨은 손길들에 잠시 감사했습니다. 감동을 느낀 지하철 승차소감이었습니다.





#3. 커피와 술병

처음 간 날 참 좋은 느낌으로 음식을 먹고 대화했던 기억이 있는 피자집입니다. 그 앞뜰에 놓인 것들을 보면서 잠시 생각해 봤습니다.

그곳을 지나갈 때마다 '맛있었던 메뉴를 좋은 사람들과 먹으면서 또 왁자지껄하게 얘기하고 싶다.'라고 생각합니다.



전날의 수많은 손님들이 먹고 즐긴 흔적이 아침에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그것들을 보다가 생각나는 것이 있었습니다. 술과 커피는 서로 다른 음식입니다. 그리고 섞이기도 하고 따로이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니 사람들도 그렇네요.


그런 생각 중에 문득 저를 생각해 봤습니다. 그러다가 반성까지 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과 어우러져 지내면서 '나만 다르다.' '나는 달라.'라며 아무렇지 않은 언행으로 교만하지는 않았을까? 무심히 한 언행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유별나게 굴며 상처 주지는 않았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버려지고 버려질 것들을 보면서 저를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4. 쓰레기 금지 2

무단투기 안내표지판과 찢어진 맥주캔을 보면서 잠시 생각을 해봤습니다.

길을 지나가다가 금연표지판 곁에 던져진 담뱃갑을 보고 속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안내문 옆에 당당하게 맥주캔을 찢어서 던져놓은 것을 또 봤습니다.



하지 말라는 것을 더 하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인 것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그런 시간들을 지나서 세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요. 그런데, 이제는 '안 해줬으면~~'하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함께 깨끗한 환경 속에서 지내자는 제안에는 함께 동조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 먼저 노력하겠습니다.





#5. 날 것의 묘미.

길을 걷다가 어느 가게의 문구에 웃으며 지나갔습니다.

'날로 먹는다'라는 표현은 직장 생활하면서 참 많이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직접적인 수고 없이 수익이나 공을 가져가는 사람을 많이 미워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인생도 날로 먹는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이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조금은 덜 힘들게 살아가고 싶은 우리 모두의 '염원'이기도 합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있습니다만,

그저 그렇게 평탄하게 살아간다면 지금처럼 '공감'과 '소통'의 소중함을 모르고 '저만 알고 저를 위해서만'살아가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지낼것같습니다. 그래서, 적당한 굴곡이 저에게는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매일 힘들 때면 매 순간 '날로 먹으면 어떨까?' '조금 수월하게 변칙할까?'라고 번민합니다. 이런 구멍투성이 사람인 것도 때로 감사할 때가 있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여러 가지를 보게 되고 느끼는 이 순간을 여전히 감사하게 됩니다.




저는 요즘 일상을 시작하게 되는 아침이 가장 소중합니다. 제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자고 일어났는데 또 하루가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더 소중한 이유는요.



운이 좋으면 '재밌는 깨알'을 많이 만나기도 합니다. 고민으로 시작해서 고민으로 끝나는 하루이지만 그 사이사이에 만나는 '깨알재미'들이 숨을 쉬게 해 줍니다. 그리고, 그것과 연관되는 '재미와 감정'을 적어서 토요일에 함께 나눌 생각에 벅찬 설렘이 들 때도 있습니다.



덧붙여서:

제가 찍어서 올리는 사진의 생동감이 줄어들었습니다. 큰 차이 없을 수도 있지만요.

남들처럼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하는 죄책감에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고자 제 휴대폰을 팔아서 아이에게 아이폰 11을 사주었습니다.



사진의 생동감은 떨어졌지만 사진 속에 보이는 물건, 깨알들의 위트는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날 것'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앵글이나 노출을 신경쓰는 의도적이고 작가적인 사진을 찍지는 않습니다. 그런 의미로 '깨알'을 즐겨주시면 더욱 감사드리겠습니다.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읽어주시는 분들께 늘 미리 감사드립니다.



또, 다음 주 토요일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큰사람의 깨알프로젝트 #24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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