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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던 옷을 사주고 신났다가 슬펐다.. 아빠

만족도

아이가 원하는 옷을 위해 쇼핑을 과감하게 나섭니다. 그러면서 가격 신경 안 쓰고 구매합니다. 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질 않습니다. 아이가 그렇게나 원하던 옷을 사줬습니다. 아이가 원하는 브랜드.

부모와 아이 모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그렇게 해 줄 수는 없습니다. 그건 꿈입니다.   

우리집 현실은 너무 다릅니다. 그랬던 날을 차분하게 적어봅니다. 


언니들의 모든 것이 궁금하고 부러운 우리집 딸아이가 너무 사고 싶은 옷이 있다고해서 매장에 갔습니다. 아이가 신나게 입어보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아이는 옷이 마음에 든다면서 난리가 났고요. 정말 사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지만 가격택을 들춰본 순간!! 다시 내려놓았습니다.  

아이는 세상전부를 가진 표정으로 웃고 있었습니다. 



그런 옷을 입고 다니는 아이들의 부모님이 부러웠습니다. 아이가 원하는 옷을 사줄 수 있는 부모님의 여력이 부러웠습니다. 옷의 가격이 생각보다 너무 비쌌습니다. 도저히 사줄 수가 없었습니다. 아내와 시선을 교환한 후 '회유'를 했습니다. 마음껏 입어보고 사기 직전의 마음으로 사진까지 찍었던 옷들은 행거에 다시 걸어놓고 매장 매니저님께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아이 손을 잡고 나왔습니다.  



아이에게 가격이 비싸서 못사준다는 말은 차마 못 하고, 애꿎은 옷만 탓했습니다. 


"사이즈가 생각보다 작다. 색깔이 너와는 조금 안 어울린다. 너가 원했던 핏이 아니더라. 집에 가서 고민해 보고 사줄게~"


아이는 서운한 표정으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오는동안 아이가 좋아하는 젤리와 탄산음료를 손에 줬습니다. 오자마자 아까 봤던 브랜드 옷은 아니지만 그 느낌이 살아있는 옷을 사주겠다고 인터넷 쇼핑몰을 얼른 열었습니다. 마음껏 골라보라고 제안합니다. 아이는 다시 신나는 얼굴로 한참을 고민하면서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이면서 고르고 골라서 말합니다. 그 옷은 저렴하고 스타일은 비슷했습니다. 아내와 함께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얼른 구매버튼을 눌러 줍니다. 

 


아이는 미소 띈 얼굴로 우리를 바라봅니다. 하루 만에 제품이 도착해줬습니다. 그것도 새벽에 문 앞에 놓여있었고요. 밤새 잠을 설친 아이가 현관문을 열고 찾아옵니다. 그리고 얼른 옷을 꺼내고 바로 입어봅니다. 생각보다 예쁘다는 말에 아이 얼굴은 환하게 미소가 퍼집니다. 현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이 이쁘다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학교에 바로 입고 갈 예정이라고 하면서요. 



내심 '다행이다.'를 연발하면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가지고 싶었던 옷을 가졌다면서 '흐뭇한 미소'로 웃어주고 학교를 갑니다.  



옷을 입고 빙그르르 돌면서 사진을 찍고 기분 좋아하는 아이를 보면서 사실 마음은 씁쓸했습니다. 아이가 입은 옷은 색깔도 이쁘지 않고, 핏도 최상은 아니었습니다. 길에서 본 여중, 여고 언니들이 입은 브랜드옷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아이가 비슷한 옷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해 주니 다행이었습니다.  



그 옷을 입고 학교갔다와서는 "아이들이 이쁘다고 했고 자기가 생각해도 너무 예뻐서 한동안 계속 입겠다"고 말하는 아이를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아이가 울상이 되었습니다. 너무 좋아서 다른 언니들처럼 거의 매일 입고 빨고를 반복했더니 핏이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한동안 세탁, 건조를 반복하더니 옷이 늘어졌습니다. 생각보다 다른 핏이 되고 나니 아이는 울상이 되었습니다. 입을 수가 없게 되었고 입어도 이제 예쁘지 않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실밥도 풀어지고요. 



그런 아이를 보는 부모의 마음은 모래바람만 날리는 텅 빈 사막 같은 마음으로 변합니다. 아이를 혼내지 않습니다. 너무 좋아서 매번 입는 것을 말릴 수가 없으니까요. 다른 아이들도 그렇게 입고 다니니까요. 그런데 우리 아이 옷만 견디지 못하고 늘어나거나 줄거나 실밥이 터져버렸습니다. 아이옷이 너무 저렴해서 원단과 봉제상태가 견뎌주지 못한 것입니다. 아이는 정말 속상해했습니다. 



우리는 황폐화된 사막 같은 마음을 감추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사춘기로 접어들고 세상을 바라보면서 하고 싶은 것이 점점 더 많아지는 요즘... 씁쓸한 일이 점점 많아집니다. 




아이들이 다니다가 예쁜 옷들을 보면 입고 싶다고 말합니다. 예쁜 옷일 때도 있고 언니들처럼 입고 싶은 마음일 때도 있습니다. 모든 옷을 전부 사줄 수는 없기에 그저 아이가 말한 옷을 인터넷에서 사주곤 합니다. 옷의 퀄리티를 따져서 사기보다는 당장 사줄 수 있는 정도의 초저가 옷을 알면서도 사주게 됩니다. 

  


그 결과는 패스트푸드를 먹는 것처럼 잠시 원하는 옷을 입지만 금새 입지 못하게 되는 옷도 많습니다. 옷을 전공하고 일하다보니 모든 것을 알지만 사주게 됩니다. 그 결과를 지켜보면서 아이의 울상을 경험하는 것이 고통스럽기는 합니다. 그런 것을 알면서도 묵묵히 감당해 내는 아내에게도 미안하기도 하고요.

 


큰아들은 가지고 싶은 옷이 많지만 쉽지 않은 가정상황을 알고 참아줍니다. 딸 둘은 이제 사춘기가 시작되어서 길에서 본 언니들, 친구들의 옷들을 엄청 부러워하면서 사달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매번 씁쓸한 일들이 늘어갑니다. 나이 들면서 아는 것이 많아지고 이해폭이 넓어지면서 혜안이 생기는 것이 감사하지만 현실적인 면에서는 부족한 능력이 자꾸 드러나서 미안함이 커지곤 합니다.

 


매일 매 순간 아빠의 부족한 것들이 점점 많이 드러납니다. 금전, 감정 여러분야에서 부족함을 채워보려고하다보니 마음만 분주한탓에 짜증이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면 안되는거 알면서도 말입니다. 정서적으로 좋은 부모, 금전적으로도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더 노력해야 함을 매순간 느끼는 요즘입니다. 다음번에는 아이가 원하는 옷을 제대로 사주려고 노력하려고 합니다.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의 aisv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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