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자격증 시험 치는 동안 기다리면서 본 자동차가 재밌었습니다. 길에서 보던 휘황찬란한 겉옷이 없다 보니 속이 훤히 보였습니다.
특별한 깨알들을 보면서 제 자신을 돌아봤습니다.
나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면서 겉은 반지르르한데 속은 시커먼 민트색 화분 같은 사람일까? 속이 훤히 보이는 실험용 자동차처럼 투명해서 만나는 사람들과 형통하는 사람일까? 그런 생각을 해보게 해주는 '깨알'들이었습니다.
#2. 마음의 깨알-감사 & 행복
아이들 숙제로 시작된 방울토마토와 해바라기, 먹고 뱉은 수박씨, 참외씨 그리고 식용달팽이 식재료로 시작된 상추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매우 많았습니다.
아이 숙제와 장난으로 시작했는데(좌)->>>> 일이 커졌다.(우)
1. 딸아이 학교 관찰일지숙제로..
1) 방울토마토
방울토마토 열매를 맺다.
방울이 주렁주렁 열렸다. 마침내..
2) 해바라기
해바라기.. 결국.. 꽃을 피웠다.
2. 장난 삼아 씨를 뱉아서..
1) 수박씨
콩알 수박이 열렸다.
2) 참외씨
참외도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3. 식용달팽이 식재료로-상추
시작한 이유가 전부 다르지만 매일 조금씩 자라더니 급기야 열매를 맺었습니다. 푸룻푸룻해졌습니다.
아침이 오면 해가 비춰주고, 오후에는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고, 저녁이면 선선한 바람이 불고, 가끔 비가 와서 제가 물 주기를 생략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한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자연의 흐름에 따라 자라더니 조용히 열매 맺는 것을 보면서 경이로움과 함께 이런 과정을 함께 하고 있음에 대해 '감사'했습니다. 이사 온 집에 우리 가족 외에 생명체가 자라더니 열매까지 맺었다는 사실에 아내와 아이들이 매일 즐거워하고 놀라는 아침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식용달팽이도 무럭무럭 커가고 있습니다. 어느 날인가, 채집통을 봤는데 바나나 붙여놓은 줄 알았습니다. 달팽이가 채집통 옆면에 붙어서 기어가는 모습이 영락없는 바나나 반토막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이런 과정을 매일 신기해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지켜볼때마다 저는 '진짜 행복'합니다. 아내는 자기 손으로 화분, 비료흙 사러 다니는 것이 태어마서 처음이라면서 신기해했습니다. 어느날인가는 아침에 화분들의 열매를보더니 아내는 '어머머'하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그런 아내의 미소는 아침해의 반짝임과 똑같이 느껴졌습니다. 제 마음에는 '말할 수 없는 행복'이 쑤욱 차올랐습니다. 저는 지금 '행복'합니다.
#3. 마음에 깨알추가 -초심
아들과 길을 걷다가 보이는 표지판을 찍어봤습니다. 아이폰4 화면이 작고 날이 맑은 탓에 액정이 잘 보이지 않아서찍기가 어려웠습니다.
집에 와서 열어봤더니 제 눈에는 참 좋은 느낌의 사진이었습니다.
늘 "천천히 해"라고 말씀하시는 어른들이 생각나는 사진이었습니다. 오래된 스마트폰은 초고화질 극사실주의 사진은 아니지만 구수하면서도 정겹고 인간미 넘치는 사진이어서 점점 더 좋아집니다. 신혼때의 '초심'이 새록새록해집니다.
한 주를 보내면서 느낀 것들을 정리하는데 생각나는 우스갯말이 있었습니다.
'밥 먹고 똥 누다 보니 하루가 다 갔다.'
그런 말처럼 한 거 없는데 하루가 지나가고 밤이 되더니 이불 덮고 자게 되는 날도 있습니다. 그런 느낌 때문에 허무하다고 느끼려는 찰나에, 저와는 반대로 조용히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는 식물들과 그 열매들을 보면서 느끼는게 있었습니다.
조용히 할 일하면서 열매까지 만든 식물처럼 요란 떨지 말고 해야 할 일을 잘해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집니다. 아이들에게도 요즘 배우고 있는데 이제는 식물들에게서도 배우기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