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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과 장보기 무한동행..

나만의 필살기?

아내와 살면서 싫다고 한 번도 불평한 적 없는 두 가지.

쇼핑 장보기 동행이다.



1. 쇼핑 동행

아내가 필요한 것을 사기 위해 멀리 가야 할 때가 있다

우리가 사는 곳은 도시 속 섬처럼 사방이 논이다.

아내요청에는 가능하면 동행한다. 충분히 돌아보면서 살 수 있도록 참견하기도 하며 따라다닌다. 함께하는 동안 나는 다른 부부들의 모습을 보기도 하는데 함께 알콩달콩 쇼핑하는 부부도 있고, 무심히 걸어 다니는 부부도 있고, 정말 억지로 다니는 부부들도 있다. 는 새로운 소나 특이한 것들은 꼭 사진 찍어둔다. 다음에 가족이 함께 거나 아이들에게 사주면 좋을 것 같은 것들도 메모하듯이 사진 찍는 것이다. 수시로 주변을 보면서 뭔가를 하기 때문에 아내는 내가 금붕어 눈 같다고 한다. 아내는 앞과 양 옆 정도만 보면서 걷는데, 나는 앞, 뒤, 옆, 위까지 보면서 다니는 것처럼 안 보는 게 없다는 것이다.


필요한 물건이었지만 아내는 가격 또는 스타일 때문에 최종결정하는 것을 망설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얼른 제안한다.

"여보. 커피 한 잔 하고 최종 결정해요."

"그럴까요? 다리도 아프네."

아내는 맘에 드는데 가격이 고민되면 그냥 포기한다. 매월 밀려오는 재정압박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 아내는 마음의 결정을 했다. 그래도 사기로 결정한 물건 앞에 가면 또 망설인다.


"여보, 사요. 당신은 그 가격 뽑을 때까지 사용하니까요"

"아니에요. 안 살래요."

"그냥 사요. 여보. "

머뭇거리는 사이 나는 계산대로 가져간다.


"편. 나 안 살 거예요."

"계산해 주세요."


쇼핑 후 나오는 길에 아내는 기분이 좋지만 미안하다고 한다.

"남편도 사야 할 게 있는데 나만 샀네요 "

"그러지 마요. 당신 맘 알아요."

"남편도 필요한 거 사요."

"아뇨. 그냥 오늘은 갑시다." -나는 필요한 것이 있지만 오늘 계획에 없었다며 포기한다. 아내는 그런 것에도 맘이 힘들다고 했다. 전히 나는 타이밍을 못 맞추는 노력을 하기도 한다.


신혼 때 '제로섬 게임'처럼 살았던 것에 대한 상처일 수도 있다. 누가 돈을 많이 쓰면 누군가는 쓸 돈이 적어진다.

5년 동안 아내는 묵묵히 견디며 힘든 내색을 안 했다. 그저 남편이 현실을 직시해 주길 기다렸다고 했다. 그래서 내는 여차하면 포기했다. 그때는 그냥 포기하는 줄 알았다. 꼭 필요한 것을 못 사면 내는 온라인 최저가 쇼핑을 한다. 아내가 려고 하는 것은 보통 정말 필요해서 참다가 사는 것이므로 가능하면 사도록 밀어붙인다. 최종결정까지 2시간 이상 걸어 다녀도 불평하지 않는다. 함께 해줄 수 있다는 것과 내가 불평하지 않을 수 있는 일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종종 아내가 다음 달 결제 때문에 포기한 것을 아내 생각한다고 덜컥 사버리면 아내가 매우 힘들다고 했다. '그건 배려보다는 무대책이라서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요즘 쇼핑 동행 때는 아내가 고심 끝에 결정을 미루는 이유가 '다음 달 결제 걱정'이라면 '무대책 밀어붙이기'는 하지 않는다. 이제 그렇게 변해간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건 무한만랩처럼 동행청에는 '항상 콜'하며 따라나선다.






2. 장보기 동행

아내는 장을 보러 간다. 아주 급한 것은 온라인 초특급 주문처리한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짐이 많으면 배달을 요청하거나 내가 가능할 때면 직접 사 오는 걸 택한다. 근거리는 가능하면 걸어서 간다. 근거리이지만 양이 많을 땐 차로 이동한다.


"이것저것 사야 하는데 함께 가 줄 수 있어요?"

"그럼요."

얼른 준비하고 주저함 없이 출동한다. 카트를 밀고 다니며 물건 담는 걸 돕고, 사야 하는 것들을 놓치면 말해주곤 한다. 카트를 밀면서 한 번도 불평하거나 얼른 끝내기를 독촉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카트 밀고 다니면서 나름대로 즐긴다. 가끔 어른들과 함께 먹고 싶은 걸 사자고 할 때도 있다. 때로는 아내가 장보기가 일찍 끝났다며 나에게 살게 있냐며 물어본다.


"먹고 싶은 거 있어요? 남편? 살 거 다 샀어요. 당신 먹고 싶 것은요?"

"나는 없어요." 얼른 대답한다.

"말해요. 한번 사 가기로 해요."

"없어요. 그냥 가요. 여보"

"사도 돼요. 아까 슬쩍 만지던 거 있던대요?"

"알겠어. 알았어요. '짜파게티'요."

" ㅎㅎ. 그래요. 한 묶음 사요."

나는 아직 짜파게티를 즐긴다. 그런 영향인지 아이들 모두 짜파게티를 아주 좋아한다.


장보기를 마치고 계산이 끝나면 빛의 속도로 물건들을 박스에 담는다. 항상 내 머리를 시험당하는듯한 압박을 받으며 물건들을 계산 속도에 떠밀려 담곤 한다. 스캔마감과 함께 계산을 하는 동안 박스테이프로 마무리하고는 흐뭇해하며 아내 앞에 들고 선다.

"가요. 여보"

"잘 담았네요. 뭘 또 테이프로 칭칭 감쌌어요."

"집에 가다가 박스 밑도 터지고 그래서요."

의류회사 일하며 물류창고 방문할 때마다 배운 박스테이프 사용법을 잘 활용한다. 세상에서 배운 것들은 다 써먹을 때가 있다는 말이 이것일까? 맨손으로 박스테이프 자를 수 있는 것도 여전히 자랑이기도 하다.


장보기를 동행하며 열심히 카트를 밀고 다니는 것도 내가 할 수 있는 아내사랑이다. 힘들다거나 귀찮다고 한 적은 없다. 아내 장보기 동행은 내 마음속에 항상 뿌듯함을 준다.

"휴~~~ 오늘도 완수!!"


쇼핑동행과 장보기 동행할 때 만나는 동네 분들이 종종 놀라며 부러워한다고 한다.

"늘 남편이 함께 해주네요. 부럽네요."

내 대답은 이렇다.

"부러워하지 말라 해요. 남편이 돈 많이 벌어와서 원하는 거 맘껏 사고 배달하시는데. 뭘"

" 나야 못 니까 내가 자처해서 동행하는 건데요."

"장보기 빼고는 남편분들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아내를 잘 사랑하고 있으실걸요."라고 마음속으로만 말한다.


요즘에는 아내에게 렇게 말한다.

"혹, 동네 엄마들과 겸사겸사 장 보러 가야 하거나 쇼핑하려면 가요." "나랑 해야 한다고 얽매이지 말고요." 아내는 내가 하고 싶어 서 동행해 달라고 그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못 하게 되면 내가 삐질 거고 그러면 또 힘들다는 생각에 그런다고도 했었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사람 피곤하게 하는 것 같다.

"아니에요. 그런 상황 생기면 말할게요. 남편"이란다.

아이들이 각자 생각으로 행동하기 시작하는 초등 고학년을 배려하듯이, 부부관계도 회복과 사랑을 위해 함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편과 매번 하고 싶지는 않을 수 있다. 아내 생각을 잘 헤아려주는 것도 필요하다 했다.


아직은 다행이다.

쇼핑과 장보기 동행을 싫어하지 않는 내가 다행이다.

나름 필살기이 자랑스럽다. 편으로는 참 별거 아닌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웬만한 가정들 다 그렇게 살고 있는데 말이다.




나는 일상생활의 내 실수와 그에 따른 아내와 아이들의 아픔을 나누고 있다. 하나하나 적으면서 느끼는 것은 '겸손해야 하고 감사해야 하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잘 지내시는 가정도 많고 다른 사람을 적절하게 잘 배려하는 가정도 많다. 오늘은 필살기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나만 뿌듯한' 필살기를 자랑한 것 같아서 민망함이 동반한다.

더 많은 나의 실수를 찾아서 고치며 아내와 아이들과 감사하며 살겠다고 오늘도 다짐한다.


사진출처: Unsplash의 Tara Cl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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