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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프로젝트 2 #26

깨알 감사

길을 걸으면서 도움 받는 일이 많은 저로써는 길을 그냥 걷는 자체를 즐기고 있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보다 보니 똑같은 길을 저보다 먼저 걸어가시는 분들이 보였습니다. 

목적이 있어서 분주하게 가시는 분들, 아무 일없이 그저 걷는 것처럼 보이는 분들

그런 광경들이 보이면서 저의 마음속에는 깨닫는 것이 있었습니다. 



먼저 이 길을 걸은 분들은 혹여나 이 길을 걸으면서 힘들지 않도록, 넘어지지 않도록, 엉뚱한 길을 걸어가지 않도록 말해주고 싶은 분들도 있겠다 싶고요. 그런 마음이 인생을 먼저 살은 선배들의 마음은 아닐까

아이들을 키우면서 늘 "안돼!"라고만 말하면서 조금이라도 상처받거나 실패하는 것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지 않은 부모의 마음은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여전히 길을 걷고 있음에 감사하고요. 

가능하면 길을 걸으려고 하는데 춥다고, 힘들다고 자꾸 차를 끌고 다니는 제 모습에 약간은 실망할 때도 있습니다. 걸으면서 만나는 '깨알'이 엄청 행복한데도 춥다고 안 걸으려고 하는 이중적인 제 마음을 다시 추스르면서 만났던 '깨알'을 올려 보겠습니다. 


#!. 길 위의 깨알들..


1. 선택과 무게감의 차이..

길을 걸으면서 꼭 선택해야 하는 것들을 고민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길을 걷다고 만나는 택배 박스는 저를 위로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골목벽에 그려진 그림과 라바콘의 절묘한 위치는 제 마음의 고민을 나타내주는 것 같았습니다. 



기적 같은 당첨으로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자기 방이 코딱지만 하다고 갑갑하다면서 힘들다는 아들, 딸 둘.. 집에 들어가느니 밖에서 놀다 들어가자고 매일 노래노래하는 삼 남매.

승용차에 삼 남매가 타고 다니는 것은 우리 집밖에 없을 거라면서 패밀리카를 사자고 조르는 삼 남매.


그들의 분노가 섞인 제안들을 들을 때마다 저는 마음속으로 고민하면서 '선택'을 하고 '선택'을 하곤 합니다. 요즘 그런 선택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당연히 '돈'입니다. 혹여 애매한 선택에 대해서도 '언제나 오름'이라며 격려받는 것 같아서 내심 위로받는 것 같았습니다. 


2. 너를 담아보다.. 내가

가게 간판아래에 정말 아름다운 거울이 놓여 있었습니다. 


버려진 것인지, 놓여 있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 거울을 보고 재밌어서 얼른 찍었습니다. 


재활용수거함 앞에 버려진 오래된 거울이 담은 건너편 풍경은 그 어떤 것보다도 아름다웠습니다. 여왕의 방에 놓일만한 거울이 담은 건너편 풍경은 도시의 한 조각이었습니다. 아름답지는 않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우리 일상을 담아주는 것이라서 재밌었습니다. 생각해 봤습니다. 저는 어떤 마음을 담고 향기내고 사는지를요.


3.  오아시스 같았던 블록..

목마른 사람에게 보이는 오아시스처럼 오피스텔 옆에 놓인 건축자재들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영화에서 보던 돈다발 묶음으로 보였습니다. 수많은 실수와 실패를 거치다 보니 가정의 재정은 구멍이 났습니다. 머리를 사용하는 지혜는 바닥나고 노동을 기반으로 한 수입에 의존하고 살고 있습니다.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라고 비관하기도 하고요. 길을 걸어 다니면서 자재 묶음을 보면서 '돈이면 얼마나 좋을까?'라면서 상상도 합니다. 


그래도 허황된 돈을 좇아 살지 않으니 그것만으로도 아내가 덜 속사 해하긴 합니다. 가끔은 그렇게 기도합니다. 더도 덜도 말고 딱 우리 가족이 먹고 버텨낼 만큼만 채워졌으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하고 남은 것은 또 다른 누군가들을 위해 나누겠다고 말입니다. 길을 걸으면서 본 보도블록 더미를 보면서 잠시 '비관'과 '희망'사이를 오고 가는 시간이었습니다. 


4. 내가 의지할 것은 이것뿐..

재활병원을 들리느라 주차를 하고 나서 보게 된 물건입니다. 


주차한 차를 타기 위해서 잠시 놓았다가 그대로 출발을 하셨나 봅니다. 요즘에 보기 드문 지팡이라서 많이 반가웠습니다. 예전에는 동네를 걸어 다니면 익숙하게 보는 지팡이었는데 말입니다. 요즘은 안전을 생각하고 멋을 생각해서 진짜 멋있고 대단한 지팡이도 많은 세상이라서 어쩌면 초라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누구나 지팡이를 의지할 날이 오겠지요. 아무렇지 않은 계단을 지팡이에 의지해서 한 발 한 발 디디는 분들을 볼 때면 '나도 저런 날이 올 텐데! 저 날을 어떻게 받아들일까?'라면서 조금은 묵직한 마음을 가져보기도 합니다.


#2. 마음에 감사 & 행복 더하기.. 


1. 여전히 태양은 떠오른다..

바다 위로 해가 보란 듯이 떠오릅니다. 잠깐 바라보고 다시 돌아보면 어느새 더 떠올라있습니다. 

잠깐 사이에 해는 성큼성큼 떠오르면서 오늘도 하루를 시작합니다. 아무렇지 않게, 아무 말도 없이요. 



그런 해를 바라보면서 마음속에는 감사가 떠올랐습니다. 

어제 떠오른 해를 오늘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오늘 찬란하게 보란 듯이 떠오르는 해를 '함께'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아이들을 깨우고 흔들었습니다. "엄청 멋있게 해가 떠오른다. 저 해는 오늘만 볼 수 있는 거야!! 후회할지도 몰라!! "라는 저의 간절한 외침과 달리 아이들은 "아빠! 너무 피곤해요! 이따가 볼게요.!"라고 대답합니다. 그래도, 그렇게 아이들에게 말할 수 있어서 저는 행복했습니다.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할 수 있고요.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라고 말할 수 있어서요. 떠오르는 찬란한 해가 저에게는 오랜만에 가슴 벅차게 다가왔습니다. 바위틈사이에서 먹을만한 물이 퐁퐁 솟아나듯이 제 마음에 감사가 감사로 이어져서 느껴지는 아침이었습니다. 




깨알을 만나는 순간들은 위로받는 시간입니다. 

깨알을 통해 느끼는 것들이 재미와 함께 저를 위로해주기도 합니다. "괜찮아!" "아름답지?"

그런 것을 느낄 때면 발걸음을 멈추고 다른 사람이 보든 말든 잠시 서 있습니다. 그때 느낀 마음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놓습니다. 그리고, 깨알 프로젝트를 하는 시간에 최대한 잘 나눠보려고 합니다. 혹여 제가 받은 위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요. 



감사는 황금 같습니다. 

늘 말씀드리듯이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듭하다 보니 가정 경제는 바닥입니다. 아내는 매월말일이 두려울 정도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돌파구를 찾을 지혜도 고갈된 채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만나는 길거리 깨알들이 저에게 감사를 느끼게 할 때면 그 순간, 그 자체가 '황금'같았습니다. 위로도 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잠시 얼어붙은 마음이 녹아내리고 '살아보자! 살 수 있다! 잘 될 거야!'라는 마음으로 다시 채워지니 '황금'같습니다.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만나는 깨알들은 항상 소중합니다. 길거리 쓰레기라고 함부로 발로 차고 툴툴거리면서 걷다가도 그것의 재미를 느끼면서 사진을 찍고 나면 그것은 하찮은 것이 아니라 '재밌는 깨알, 특별한 깨알'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길을 걸으면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이렇게 저는 길을 걸으면서 위로받고 격려받으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다가 덤으로 만난 깨알이니 '그저 감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들의 하루 중에 깨알을 만나는 시간이 잠깐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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