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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프로젝트 2 #27

깨알 감사 초심

길을 걷거나 길을 멈추는 동안 생각은 단순해지고 눈에 보이는 깨알들을 통해서 많은 재미를 얻어서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여전하고요.



오늘도 길을 걷다가 본 것들이 저에게 추억도 소환시켜 줘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여전히 감사하며 하루를 잘 살아가보자고 다짐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그런 느낌을 느낀 대로 잘 나눠보겠습니다.



#1. 길 위의 깨알들..


1. 아무나 못 타는 그네..

아이들과 함께 길을 걷다가 멈춰 서서 웃었습니다.


"나 저 그네 타고 싶어!!. 아빠"

"뭐? 아이고.. 안돼!! 탈 수가 없어!! 너희는.. 이제!!"


제가 이이들을 약 올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 그네는 어린이집 앞에 있는 것인데 정말로 어린 아가들이나 탈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그 모양이 신기하기도 하고 호기심이 생겨서 자꾸 타고 싶다고 해서 제가 웃으면서 해준 답변이었습니다. 그 답변을 해주면서 마음 한구석은 뿌듯하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했습니다.


"아! 벌써 아이들이 컸구나. 이제 저런 그네는 아예 타지도 못하니.... 더 잘 놀아주고 더 많이 사랑해 줄걸...."



2. 여전한 방식..

여전한 방식이라..


아내가 갓 구운 크로와상이나 페스츄리의 식감과 느낌을 좋아하기에 늘 관심을 가지고 보는 빵이다 보니 간판을 보는 순간 멈췄습니다. 빵을 여전한 방식으로 굽는다는 것에 '끌림'이 있었고 신뢰가 그냥 갔습니다. '여전한 방식'을 따른다는 것에서 빵집의 뚝심도 느껴지고요. 나중에 사주면 아내가 좋아할 것 같다는 기대감도 있고요.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저에게는 여전한 방식으로 하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늘 새로운 것, 새로운 동네, 색다른 일을 추구하느라 늘 배우고 익히 고를 반복하고 살았습니다. 오랜 시간 '여전한 방식'으로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저 같은 삶과 다르게 '한 직장생활 25년째입니다.' '이 동네에서 40년째 살고 있어요.'라는 말을 들으면 숨이 막히기도 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느 것이 좋다고는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때로는 제가 추구했던 방식들이 저만 즐겁고 제 주변 모두는 힘들었다는 생각을 하니까 이제는 저도 '여전한 방식'으로 살아봐야겠다고 생각해 본 시간이었습니다.



3. 태어날 것인가? 먹을 것인가?..

출근길에 어느 담벼락밑에 떨어진 닭알을 보고 웃었습니다.



이것은 우연히 떨어진 것인가?

알만 놓고 도망간 건가?

누가 먹을 것인가? 부화되어서 나올 것인가?



'우리를 나온 암탉'이라는 아이들 동화가 생각나는 아침이라서 웃으면서 출근했습니다.




#2. 마음에 감사 더하기..


1. 커피 두 잔..

주말에 악기를 배우고 있는 아이들을 기다리기 위해 아내와 앉아 있으면서 커피 두 잔을 주문했습니다. 공부 학원보다는 각자 다양한 표현방법을 가르치는 편입니다.



주문한 커피를 받아 들었는데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내를 마주 보고 하트가 들어 있는 커피 두 잔을 본 순간 마음에 '감사'가 느껴졌습니다. 예전에는 아내와 이렇게 커피를 놓고 마주 앉는 것이 있을 수 없었습니다. 마주 앉아도 아내가 별로 편안해하지 않았습니다. 대화와는 거리가 먼 주고받음을 했고요. 대화를 하더라도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주거나 공감해 주는 말랑거리는 가슴을 가지지 못한 남편과의 테이블이 즐겁지 않았습니다.



시간을 두고 제가 아주 조금씩 변하면서 이제야 '공감'이라는 것이 가슴속에 생겼습니다. 아내와 대화하면서 조금씩 아내말의 의도와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야 아픈 사람의 말을 듣거나 보게 되면 그 아픈 마음이 제 마음에 와닿으면서 눈물이 주르르 흐르기도 합니다. 이제 아내와 커피 두 잔을 놓고 앉아서 대화를 하게 되면 아내 말이 귀에 들어오고 아내 마음이 제 마음에 쏙 들어옵니다. 그런 것을 느끼는지 아내는 저와 대화하는 시간이 이제 조금 나아졌다고 말해줍니다.



그런 느낌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 주는 까페라떼 두 잔과 커피잔 속 하트가 감동적이었습니다. 감동이 더해진 '감사'를 기억하면서 앞으로도 아내와 더 열심히 사랑하면서 회복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깨알들은 제게 오늘도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해 줬습니다.




깨알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느꼈습니다.

어린이집 아기들용 그네를 보면서 삼 남매가 절대로 탈 수 없는 나이가 어느새 돼버린 것이 허무했습니다. 다른 또래보다 키도 작고 순진해서 걱정만 했던 삼 남매가 어느새 그런 그네를 탈 수 없을 만큼 컸고 세상 속에서 각자 살고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또, 아이들이 훌쩍 더 커버리기 전에 잘 지내보려고 합니다. 혼내고 나면 이제 속상하고 후회하곤 하고요.



왜 늘 새로운 것만 추구하고 살았을까?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은 거부하고 루틴으로 일관된 삶을 부정하고 살았던 시간들이 스릴 넘치고 재밌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똑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그 일에 대해서는 한 치의 오차도 없지만 스트레스 없이 일처리 해내는 전문가들, 평생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아직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호날두처럼 늘 새로운 것만 추구하는 것이 최고는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가끔은 부모님들이 제안하셨던 교육공무직을 해서 아이들에게 좋은 비전을 심어주는 평생 선생님이었다면 행복했을 수도 있었겠다..라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길은 언제까지 걸을 것인가?

길은 항상 걸을 것입니다. 항상 걷는다는 의미는 여차하면 걷는 것입니다. 무조건 차키를 들고 집을 나서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걸어보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깨알을 찾아다니면서 걷는 것은 아니고요. 길을 걸을 때마다 보이는 것들로 다양한 생각을 하는 시간이 매우 행복합니다. 지치거나 아무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아서 멍하게 걷고 있는데도 '여기 있지요!' 하면서 고개를 빼꼼히 내밀듯 보이는 깨알들이 소중합니다. 그런 찰나의 시간을 통해서도 느끼는 재미와 깨달음이 상당합니다. 배우 하정우는 걷기를 즐기는 마니아라고 했습니다. 그 배우처럼 저도 시간이 나거나 두 다리가 허락한다면 취미처럼 걸으면서 우연히 만나는 깨알들을 있는 그대로 나눠보고 싶습니다. 당장 삶의 여력이 없으니 기적같이 이벤트에 당첨되어 다른 나라의 길을 걸으면서 깨알을 만나고 싶은 허황된 꿈을 매일 꿉니다.



오늘도 제가 길을 걸으면서 만난 깨알들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진짜 별거 아니고 큰돈을 지불한 것도 아닌 깨알들을 재밌게 보시고 읽어주심에 대해 감동하며 감사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제가 걷듯이 꾸준히 저의 깨알프로젝트를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지속하고 있는 이유는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이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일반인인 제가 이런 호사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계속 발행하게 됩니다.


항상 함께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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