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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vid Nov 28. 2020

행복이란 고민의 시작

꿈 그리고 행복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던 그 때, 

회사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행복에 대한 고민을 사치로 여기던 그 때, 

나에게 찾아온 행운의 불행은 내 모든 것을 흔들어 놓았다. 


 대장암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를 되돌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병기가 높지 않고, 예우도 좋은 암이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죽음의 두려움에 맞딱뜨리지 않을 수는 없었다. 나는 무섭고 두려웠다. 어쩌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 얼마나 주어져 있는지 알 수 없는 시간을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허비할 수는 없다. 내가 아프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일이라는 것은 알 수 없는 것이다. 말기 암을 판정받고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음에도 생존하는 환자들도 많다. 건강을 자부하며 살아가지만 불의의 사고나 돌연사로 목숨을 잃게 되는 경우도 많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매 순간이 나에게 소중하다는 사실은 안다. 매 순간들은 나에게 소중했다. 내가 아프기 때문에 더 소중해 진 것이 아니다. 다만, 내 아픔으로 인해서 이제서야 깨달은 것일 뿐이다. 


 사고로 동생을 잃은 한 소녀의 말이 생각이 난다. 그녀는 사고로 동생을 잃기 전에 동생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며 눈물을 보였다. 동생이 아이스크림을 먹자고 했을 때, 지금은 바쁘니 다음에 먹자고 했단다. 동생이 어느 콘서트에 같이 가자고 했을 때, 다른 약속이 있으니 다음에 가자고 했단다. 하지만, 사고로 동생을 잃고 나자, 자신이 매번 말했던 '다음'도 함께 사라졌다며 가슴을 쳤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그녀는 말했다. 지금 누릴 수 있는 행복은 '지금'누리라고. 행복은 미룬다고 다음에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0대의 배낭 여행도 그 때 떠나지 못하면 20대의 배낭여행에 대한 행복과 추억은 30대의 그것과는 또 다른 것이다. 현재 누릴 수 있는 행복은 시간에 국한된 것이다. 행복은 은행에 넣어놓고 나중에 찾아간다고 해서 이자가 붙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변질되거나 같은 행복을 찾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현실을 핑계로 '나중에', '다음에'를 기약한다. 


 나는 원래 현실의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아프기 전에도 그랬다. 당장 얼마 되지 않는 돈으로 아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중에 살 집을 위해서 돈을 모은다는 핑계로 몇 천원, 몇 만원에 쩔쩔매며 현실의 행복을 포기하는 어리석은 일은 없다. 그렇다고 돈을 물쓰듯 쓴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무게중심이 현재의 행복에 더 맞추어 져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나에게 이러한 사실을 더욱 절실히 깨닫게 해준 행운의 불행이 바로 암 판정이었다. 불행하게도 내 몸이 아프게 되면서, 지금의 행복의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은 분명히 행운이다. 현실의 행복이 중요해 지고나니, 비로소 무게감 있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내가 무엇을 할 때에 가장 행복한가.


 그리고 드디어 나는 이 행복에 대해서, 꿈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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