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도 도전하세요
"안녕하세요! 데이비드 필름입니다."
2019년 2월 16일
유튜브에 나의 첫 영상을 업로드했다.
Davidfilm : https://www.youtube.com/davidfilm
내가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것은 순전히 나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었다. 그렇다고 유튜브로 벌이를 해 보자는 생각은 전혀 아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사진과 영상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되어 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나는 아마추어 사진가다. 누가 그런 이름을 붙여주냐고? 사실 아무도 그런 이름을 붙여주지 않는다. 그냥 취미 사진가일 뿐이다. 더 적나라하게는 취미가 사진 찍기인 일반인에 불과하다. 사진을 찍은 건 20년 가까이 되었을 것이다. 필름 카메라를 시작으로 2006년쯤에는 막 붐이 일기 시작한 디지털카메라에 입문했고, 2011년 정도부터 본격적으로 출사도 다니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대장을 30cm씩이나 잘라내고 몸에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암세포를 제거하느라 온몸의 털을 모두 반납하며 항암 치료를 받던 1년을 제외하고, 카메라는 항상 손을 뻗으면 닿을 만한 곳에 두었다. 가끔 500명도 채 되지 않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있고, 운이 좋게 몇 차례 공모전 수상을 해 본 적도 있다. 쏟은 기간에 비하자면 아직 나의 아마추어 사진 생활은 그다지 인상적인 수준은 아니다.
Instagram : https://www.instagram.com/davidfilm.creator
사실 처음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것도 내 사진을 조금이라도 더 알리고 싶어서였다. 내가 찍는 사진들을 조금이라도 더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사진을 편집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사진을 잘 찍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어떤 장비를 사야 되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 보다는, 이런 콘텐츠들이 모여서 나를 브랜딩 해 놓으면, 나중에 정말 내가 사진가가 되었을 때 굳이 내가 나를 홍보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내가 단순히 유튜버로써 성공하기를 원했다면, 더 인기가 있을 법한 카테고리를 골라서 도전했을 것이지만 내 목적은 정말 그런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유튜브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가 사진에 관심이 있겠느냐며 다른 카테고리를 할 것을 추천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미 레드오션인 유튜브를 뭐 하려 하느냐고 했다. 직장을 다니면서 꾸준히 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적어도 2주에 한 번은 영상을 올려야 할 텐데, 그게 가능하겠냐고 물었다. 이미 사진 카테고리에서 활동하는 다른 유튜버들을 봐도 크게 성공한 케이스가 없는데, 전문가들도 실패하는 채널을 너는 성공할 수 있겠느냐고 나를 찔러댔다.
나는 성공하기 위해서 유튜브를 시작했지만, 유튜브로 성공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수많은 의심과 질문들 속에서 호기롭게 첫 영상을 업로드했다. 그게 벌써 4년 전인데, 조회수는 아직도 104회 밖에 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채널을 시작한다는 영상이고 크게 정보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런 거라고 자위해 보지만, 실망스러운 감정은 어쩔 수 없다. 그 이후로 올린 영상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품 리뷰, 사진 편집 강좌, 사진 기초 강좌, 사진에 대한 생각들 등 다양한 주제로 영상을 만들어 올렸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2살, 4살 된 아이들을 케어하고 나서 자정 무렵 방구석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카메라 앞에서 말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터라 5-10분짜리 영상 녹화는 2시간이 넘게 걸리는 일이 많았고, 편집도 서너 시간씩은 꼬박 걸렸다. 매일 한두 시간씩은 서재방에 틀어박혀 촬영과 편집을 이어나갔다. 매일 5시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해야 하는 나로서는 수면 시간이 3-4시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사실 지금도 그 생활은 변하지 않았다. 20개가 넘는 영상을 올렸지만, 영상에 대한 별 반응은 없었다. 조회수도 별로 나오지 않고, 구독자들도 크게 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보게 된 신제품을 내돈내산으로 구매해서 리뷰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올렸는데, 정말 우연하게도 그게 국내에서는 1호 리뷰가 되어서 조회수가 터졌다. 진짜 조회수가 터진 게 아니고 그때 채널 상태를 보면 이제 내 채널이 빛을 보게 되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조회수 100도 겨우 나오던 채널에 갑자기 하루 만에 100 ~ 200명씩 리뷰 영상을 보러 들어왔으니 얼마나 감격했겠는가? 수도 없이 페이지를 새로고침하면서 조회수를 확인하고 와이프랑 눈빛을 교환하며 미소를 지었던 장면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구독자도 많이 늘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사진을 많이 보여주려는 보조 수단으로 유튜브를 활용하려고 했다는 내 생각은 아마도 내 자신이 유튜브에서 실패할 까봐 만들어 놓은 자기 방어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막상 조회수가 올라가니 나는 이제 내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인정받는 거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이제 나를 알아봐 준다고. 그리고 다음 영상도 비슷하게 터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다음 영상도, 그리고 그다음 영상도, 사람들은 별로 관심 있어하지 않았다. 내 처음의 의도와는 반대로 나는 사람들의 관심에 엄청난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하루 종일 유튜브 스튜디오 페이지를 새로고침만 하고 있을 정도였다. 초초하고 불안해하고 실망하는 나를 보며 와이프는
'조회수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러려고 시작한 거 아니었잖아'
라며 내 중심을 잡아주려 애썼지만, 별로 효과가 없었다. 나는 이미 조회수에 매몰되어 있었다. 출근을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사람들이랑 대화하다가도, 화장실에 가서도 시간만 나면 유튜브 스튜디오 앱에 들어가서 새로고침을 하고 또 했다. 내가 자주 확인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내 콘텐츠를 더 봐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영상 하나가 운이 좋게 조회수가 잘 나오게 된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지만, 나는 정체성을 잃어버렸다. 더 이상 내 사진과 영상을 보여주는 데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조회수를 잘 올릴 수 있는 콘텐츠 기획에 사로잡혔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중간에 섞어내지 못하니 흥미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흥미가 떨어지고 나니 바쁘다는 핑계로, 육아를 핑계로 유튜브를 피하기 시작했다. 제작을 하지 않기 때문에 조회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건 너무나 달콤한 핑계가 아닐 수 없었다.
그 해 가을 와이프와 다녀온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코로나가 터졌다. 별 것 아닐 거라고 생각했던 코로나를 지켜보며 이탈리아 여행 영상을 업로드하고 나니 이번엔 전 세계가 코로나 패닉에 빠졌다. 그리고 거의 모든 이동이 제한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내 콘텐츠 제작도 제한되어 버렸다. 이제 와서 이야기지만 이때 더 많은 콘텐츠를 만들었다면 아마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지만, 이건 마치 비트코인을 20년 전에 가지고 팔지 않았으면 부자가 되었을 거라거나 20년 전 분당에 땅을 사 두었더라면 지금 쯤 놀고먹어도 되었을 거라는 말과 같을 것이다. 나는 코로나를 핑계 삼아 콘텐츠 제작을 줄였고, 결국 더 이상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게 되었다.
1년 반 정도 콘텐츠 제작을 하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유튜브에 대한 미련은 남아있었다. 이런저런 콘텐츠들을 소비하면서
'나도 저렇게 만들 수 있는데...'
'저 사람은 나 보다 콘텐츠가 좋지도 않은 것 같은데 잘 나가네?'
이런 쓸데없는 열등감 가득한 감상평만 쏟아내던 때, 드론 영상과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까지 찍었던 사진이나 영상과는 전혀 다른 시선이 신선했고, 드론을 조종하는 것도 너무 재미있어 보였다. 뭐에 홀린 사람처럼 와이프에게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지금까지 소소하게 모아둔 돈과 미래에 모아 둘 돈으로 오래 생각할 틈 없이 덜컥 드론을 사 버렸다. 첫 드론 비행의 떨림은 아직도 손 끝에 생생한데, 조종법이나 촬영 기법은 거의 알지 못하고 이리저리 하늘을 나는 새가 되어 이곳저곳을 비행하고 다녔다. 그렇게 촬영한 영상들을 하나둘씩 모아서 배경음악을 넣고 편집해서 올리기 시작했는데, 웬걸? 사람들의 반응이 남달랐다. 댓글도 적극적으로 달리고 조회수도 이전에 비하면 굉장히 높았다.
'드론에 소질이 있는 걸까?'
근거 없는 긍정 마인드는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여하튼 드론 커뮤니티 활동까지 하면서 영상을 만들고 공유까지 하다 보니 조회수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다. 드론 콘텐츠를 늘리고 드론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의 구독도 꽤 많이 늘어났는데, 문제는 드론 콘텐츠는 자주 제작할 수가 없고 촬영에 굉장히 많은 시간이 든다는 점이었다. 어차피 자주 영상을 올리고 있지는 않았으니, 여행 갈 때마다 드론 영상을 찍어서 올리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조금씩 채널을 근근이 연명하고 있을 때쯤, 드론 리뷰가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았다. 유명한 채널이나 콘텐츠에 비하면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았다고 생각하기에는 민망할 만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또다시 희망회로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나 자신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먼저 채널이 유명해지고 난 다음에 내 이야기를 해도 늦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건.
‘그래, 먼저 유명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지. 일단 뭘로 든 이름값이 생기면 내 작업을 알아봐 주는 사람도 늘어날 거야.’
그리고 이 시기는 육아 휴직을 계획했던 시기와 우연히 맞아떨어졌다. 육아와 집안일을 하고 남는 시간들은 모두 콘텐츠에 매달렸다. 그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딱 1년이라고 생각했다. 남은 1년 동안 채널을 수익이 가능한 채널로 만들지 못하면 이제 나에게는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고 매달렸다. 구독자 1,000명과 시청시간 4,000시간. 남들에게는 그렇게 쉬운 것 같아 보이는 이 목표가 나에게는 너무나 큰 도전이었다. 영상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무조건 업로드했다. 여기저기 가입되어 있는 커뮤니티와 카페, 그리고 팔로우 숫자도 얼마 되지 않는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도 적극적으로 홍보를 했다. 할 수 있는 수단을 모두 동원했지만 노력에 비해 조회수는 별 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여전히 인기 있는 콘텐츠는 리뷰영상이었다. 그렇게 구독자 유입은 너무 느리지 않게 조금씩 채워졌고, 그 해 여름 구독자 1,000명을 확인하며 벅찼던 아이들과 본가로 내려가던 고속도로의 이미지는 아직도 사진을 찍어 놓은 것처럼 머릿속에 선명히 남아있다.
사실 이때만 하더라도 목표를 다 달성한 줄 알았는데, 정말 큰 오산이었다. 채널 조회수가 많지 않은 채널에서 구독자 1,000명보다 더 어려운 건 1년 누적 콘텐츠 시청시간 4,000시간을 달성하는 것이었다. 1년이 365일이니까 4,000시간을 대략 계산해 봐도 하루에 내 콘텐츠가 10시간 이상은 소비가 되어야 한다. 600분이 소비되려면, 내 채널의 콘텐츠 평균 시청시간이 3분 정도 되었으니까 1일 조회수가 200은 나와야 한다. 이때 내 채널의 48시간 기준 콘텐츠 조회수가 아마도 200-300 정도였고, 목표한 1년이 반 정도 지났으니 지금부터라도 하루 평균 조회수가 600 이상이 꾸준히 나오지 않으면 4,000시간을 달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자연스럽게 조회수를 높일 수 있는 콘텐츠에 조금 더 집중하게 되고 어느새 내가 하고 싶었던 사진 콘텐츠는 머릿속에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다. 오로지 리뷰 위주로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채널의 영향력이 거의 없다 보니 리뷰를 하기 위한 장비들은 모두 내 돈으로 구매한 것들이어야만 했다. 신제품 리뷰는 그림의 떡이었다. 아니, 나에게는 질투의 떡이었다. 신제품 리뷰 협찬이라도 들어온다면 늘어나는 검색량에 맞춰서 콘텐츠 조회수도 잘 올릴 수 있을 텐데, 이런 신제품 리뷰는 모두 이미 잘 나가고 있는 유튜버들의 몫이었다. 그들의 신제품 리뷰를 볼 때마다 너무 속상하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사실은 끓어오르는 열등감을 감출 곳이 없었다. 세상은 왜 이렇게 불공평한 거야? 이미 잘 나가는 사람들은 왜 더 기회를 받는 거야? 당연한 시장논리가 너무 불공평하게 느껴졌다. 나는 이런 감정을 가지는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이기도 해서 이때부터 신제품 리뷰는 유튜브에서 절대 찾아보지 않게 되었다.
‘왜 이렇게 조회수에 신경을 써, 유튜브 시작한 목적이 그게 아니었잖아.’
언제나 중심을 잡아주는 건 아내였다. 아내의 말이 맞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서 다시 몸을 망치게 될 까봐 사진을 하려고 했었고, 그 사진을 하기 위한 준비로 유튜브를 시작한 것이었는데, 지금은 그 유튜브가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즐겁지 않았다. 오히려 고통스러웠다. 그렇게 조회수와 수익화에 대한 부분은 슬그머니 내려두었다. 물론 완전히 내려놓지는 못했지만, 수익화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사실 내가 뭘 어떻게 한다고 해서 4,000시간을 내 힘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렇게 1년이 지나버리더라도, 내가 지금까지 해 온 것들이 결코 의미 없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조금 마음을 바꾸니까 머릿속이 한 결 가벼워졌다.
콘텐츠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으니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은하수, 일출, 제품사진, 풍경, 길거리 사진.
내 사진 이야기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케케묵은 내가 가진 장비들에 대한 소개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유튜브가 즐거워졌다기보다는 콘텐츠를 만드는 내 생활의 즐거움을 다시 찾았다. 그리고 운이 좋게 발견한 스마트폰 영상을 따라 하려고 구매한 스마트폰 짐벌 리뷰가 남은 걱정들을 모두 없애주었다.
복직을 정말 얼마 남기지 않고 시청시간 4,000시간을 달성했다. 그리고 채널 수익화 신청까지 마쳤다. 이때 내 구독자 수가 아마 1,300명 정도였을 것이다.
수익화를 달성 한 이후로는 콘텐츠를 생각보다 많이 만들지 못했다. 복직을 하면서 회사에 다시 적응도 해야 하고, 업무량도 많아지면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진 탓이다. 그럼에도 유튜브는 나에게 꾸준히 구독자들과 조회수를 물어다 주었다. 그리고 올해 여름, 1년 만에 1,000명이 추가된 구독자 2,000명을 달성할 수 있었다.
사실 구독자 2,000명이 되면서는 꼭 구독자 이벤트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구독자 1,000명이었을 때에는 나에게 물리적으로 들어오는 부가적인 수입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내가 받은 관심과 사랑을 돌려준다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 말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채널 수익화도 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솔직히 돈을 쓰는 것이 꺼려졌다. 그러나 구독자 1,000명에서 2,000명으로 오면서는 사실 많은 긍정적인 일들이 있었다.
사진 채널이다 보니 아무래도 콘텐츠를 핑계로 사진을 정말 많이 찍었다. 아무래도 반 강제적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사진 실력도 굉장히 많이 늘었고, 그동안 찍은 사진들이 아까워서 참가한 사진 공모전에서 운이 좋게도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 후로도 공모전에서 입선은 꽤 했는데, 사진가가 되고 싶던 나에게 공모전 당선이라는 건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어떤 업체에서는 인터뷰를 요청해 오기도 했고, 몇 명 되지 않지만 팬이라며 나를 응원해 주는 분들도 생겼다. 그 모든 긍정적인 기운들이 모여 내 사진 생활과 유튜브가 풍족해진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꼭 얼마 되지는 않지만 사비를 털어서라도 구독자분들께 보답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은 구독자 2,215명.
유튜브를 하면서 돌아보니 참 많은 것을 배웠다. 사실 나는 그렇게 도전적이거나 호전적인 성격의 인물이 아니다. 어떤 것을 시작할 때 실패가 두려워서 기회비용 같은 핑계를 대며 도전 자체를 시작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건 순전히 손해 볼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었고 내 미래를 위한 대비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작할 수 있었지, 돈을 목적으로 했다면 결코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유튜브로 아직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지난 4년 동안 겨우 구독자 2,000명 밖에 모으지 못한 보잘것없는 채널 운영자이지만 이 한 걸음이 내 인생을 많이 바꿔놓았다. 유튜브는 작은 도전을 쌓아갈 수 있는 공간이다.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고 시장의 반응을 보고 다른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해 주는 마케팅 연습장이다. 그리고 매번 어떤 콘텐츠를 만들까 고민하고 계획하게 나를 밀어 넣는 기획노트이다. 내가 그 콘텐츠를 만드는 동안 그 분야를 강제로 연습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운동장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쌓여 나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킬 수 있는 학교다.
아마 내가 유튜브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도 아마추어 사진 실력에서 발전 없이 머무르고 있었을 것이다.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고 있었던 사진을 실제로 구현하려고 애를 써 볼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은하수 사진은 꿈도 꿔 보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 나는 거의 발전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평범한 취미 사진가와 같았을 것이다. 방구석에 앉아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공모전 수상작이라고 자랑하는 글에 질투하고 사진도 별로인 것 같은데 공모전 당선씩이나 되었다며 깎아내리는 데에 내 인생을 소모하고 있었을 것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여전히 유튜버들은 몇 마디 아는 척하는 것으로 손쉽게 돈을 번다며 그들의 노력을 손쉬운 것으로 치부했을 것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아무 발전이 없는 나 자신은 절대 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 뻔하다.
구독자 2,000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4년 동안. 정확하게는 가장 열심히 달렸던 지난 1년 반 동안 나를 성장시켜 준 것이 유튜브였다. 조회수가 신경이 안 쓰일 수는 없겠지만, 그것으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둘 수 있다면 내가 어떤 분야에 있어서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플랫폼이 바로 유튜브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를 내가 구독자 1만이나 10만이 넘는 유튜버로 성장하고 나서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영향력이 있고 좋겠지만, 그렇지 않음에도 이런 글을 남기는 이유는 딱 하나다.
여러분도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말고 꼭 경험해 보라고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경험을 하고 있는 군소 유튜버들은 꽤나 많을 것이다. 다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언젠가 유명 인플루언서가 될 날을 고대하며 마음속에 깊이 이 말들을 간직해 놓고 있을 것이다. 구독자 2,000명 밖에 되지 않는데도 이러한 경험을 누릴 수 있는데, 앞으로 구독자가 늘어나게 되면 어떠한 기회들이 더 생기게 될지 너무 궁금하고 기대되고 설렌다. 구독자 5,000을 달성하면 2,000명일 때와 또 어떤 것들이 다른지, 1만 명이 되면 또 뭐가 달라지는지 앞으로도 계속 써 나갈 예정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는 있겠지만, 언젠가는 달성할 수 있을지도 모를 실버 버튼을 향하여. 여러분들도 함께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