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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ER May 02. 2016

막간극: Aphorism #4

1.피터지게 얻어맞고 고문당하는 것을 견디는 것보다는 신념이 꺾이는 순간을 견디는 것이 더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2.모든 사람들은 신념과 목숨이라는 평행선의 양극단 사이의 어딘가에 위치해있다.

3.살기 위해 상황과 타협하고 신념을 포기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라면 신념을 위해 반항하고 목숨을 포기하는 것이 옳은가.

4.언어는 유동하는 세계를 멈춰 세우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5.시간이 흐를수록 아무는 상처가 있나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벌어지는 상처도 있다. 전자가 성장의 촉진으로 이어진다면 후자는 광기의 시발점이다.

6.무언가에 대한 시간투자가 언제나 그 무언가에 대한 질의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결과에는 오히려 어느 정도의 운이 기여한다.

7.불완전함에는 정도가 있으나 완전함에는 정도가 없다. 완전에 가깝다는 표현은 결국 불완전하다는 진술을 다른 맥락으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8.무신론이 곧 지적 성숙함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신앙과 지성은 완전히 무관하다. 지성이 말할 수 있는 것에 관해 이야기한다면 신앙은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 이야기한다. 말해질 수 있는 것과 말해질 수 없는 것─그 둘은 관계하지 않는다.

9.사람들을 가르치는 것은 철학자의 과제가 아니다. 철학은 근본적으로 그것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질문하게끔 하는 힘을 줄뿐 누군가에게 답을 제공해주는 학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철학자의 과제는 인간에게 보다 명료한 질문을 던지는 것, 그 뿐이다.

10.친함과 편함은 정비례한다.

11.논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논리적 추론 어쩌고 하는 것을 보면 나는 이러한 사이비 논리학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논리학이라는 단어를 단지 자신의 주장을 그럴싸하게 보이게끔 하기 위한 일종의 눈속임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12.말만 하는 사람들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정해져있다.

13.사고될 수 없는 것은 개념화될 수 없다. 개념화되지 않은 것은 또한 말해질 수 없다. 그것은 단지 느껴질 수 있을 뿐이다.

14.사랑. 사랑의 주체가 객체와 맺는 관계는 이카로스와 태양의 관계와 유사하다. 지나치게 가까이 가면 녹아 사라져 버리고 지나치게 멀어지면 떨어져 죽어버리는. 사랑이 힘든 이유가 거기에 있다. 적당함,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불타오르지도 얼어붙지도 않을 만큼의 적당함, 딱 그 정도.

15.애증은 사랑과 증오 사이의 감정을 지칭하는 용어가 아니라, 사랑과 증오의 양립을 의미하는 연언적 용어이다.

16.좁아지는 선택의 폭과 무거워지는 책임들과의 조우는 시간에 비례한다. 갈수록 갈피를 잡지 못하겠는 삶이다. 매순간이 처음인 인생이니 매사가 서툴고 매번이 새로운 순간들의 연속이니 어설픈 대처를 차선책으로 삼아야하는 삶일 수밖에.

17.슬픔 속의 미소가 슬픔 속의 눈물보다 더 비극적인 법이고, 기쁨 속의 눈물이 기쁨 속의 미소보다 더 희극적인 법이다.

18.보이는 것이 의미 있을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보이지 않는 것을 지시하고 있기 때문이며 드러난 것이 의미 있을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드러나지 않은 것에 관한 일말의 진실을 머금고 있기 때문이다.

19.원하는 것이 멀리 있을 때보다는 그것이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 있을 때 훨씬 더 고통스러운 것 같다. 인생은 우리에게 보이지도 않는 곳에 보물을 꽁꽁 숨겨두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 보물을 내려놓고 우리를 유혹한다.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보물은 그러나 눈속임이고 진실은 그 앞에 있는 낭떠러지에 담겨있다. 낭떠러지를 쉽게 건널 수 있는 장비를 갖춘 이는 이를 쉽게 건널 수 있겠으나 그렇지 않은 자는 결국 낭떠러지를 피투성이가 된 맨손으로 올라와야만 보물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생은 참으로 야속하다. 인생은 낭떠러지 앞에 아무런 경고문도 붙여놓지 않을뿐더러 낭떠러지를 건너는 것 또한 누군가에게는 힘든 일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손쉬운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나르시시즘으로 소비되는 문장들에선 하나같이 젖비린내가 난다. 불안 섞인 자위가 찌꺼기처럼 한데 고여 있는 탓이다.

21.위협은 상대의 약점을 쥐고 있을 때만 유효하다. 말뿐인 위협은 기실은 상대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

22.부자연스러운 감정이란 없다. 감정에는 정도가 있을 뿐이다. 감정의 정도가 지나칠 때를 위한 정신치료가 있는 이유는 그것이 부자연스러운 감정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것이 생활하는 데에 불편을 끼치거나 타인에게 불필요한 해를 주기 때문이라 보는 것이 합당하다.

23.간결한 문장과 미사여구가 많은 문장들을 적재적소에 사용할 줄 아는 자가 글을 잘 쓰는 자라 할 수 있겠다. 전자의 극단은 지겨움이고 후자의 극단은 장황함이니 글쟁이란 지겨움과 장황함 사이에서 외줄을 타는 광대와도 같다. 물론 나는 지금 글을 잘 쓴다는 일종의 상태에 관한 최소한의 조건에 대해 말하고 있다.

24.글이 간결하다해서 좋은 것도 아니며 미사여구가 많다고 나쁜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왕왕 독해하기 쉬운 글을 좋은 글이라 여기기에 간결함을 훌륭한 글의 미덕이라 여기곤 하지만 간결해도 독해하기 어려운 글이 있으며 미사여구가 많아도 독해하기 쉬운 글은 있기 때문이다.

25.글이 장황하다는 것은 불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글의 구조가 길거나 핵심을 파악하기 어렵다고해서 장황한 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문장의 형식적 구조가 길거나 핵심을 파악하기 어렵다고해서 반드시 불필요한 부분이 정비례적으로 많아지는 것은 아니다.

26.반성한다는 말만하고 결코 실천은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차라리 반성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 잘못된 부분을 고칠 의향이 없다면 반성은 처음부터 하나마나다.

27.상처를 견디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상처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28.독서가 자신이 볼 수 있는 세계의 지평선을 넓히는 작업이라면 서평쓰기는 그 지평선이 독서 이후 어떻게 달라졌는지 검토해보는 작업이다.

29.꿈은 상상 가능한 영역에 의해 한계지어진다.

30.우리 모두는 삶의 한 국면에서 치기어린 그 시절을 지나왔다. 그렇기에 그 시절을 지나온 누군가가 고개를 하늘로 쳐들고 팔짱을 낀 채 자신이 걸어온 길 위에서 아직 고군분투하고 있는 치기어린 아이들을 손가락질하며 조소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역사를 비웃는 것에 다름 아니다. 결국 그 누군가는 어떤 의미에서는 치기어린 아이들보다 더더욱 치기어린 자에 불과하다.

31.어떠한 것이 본인에게 무의미하거나 시간낭비라고 해서 타인에게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타인에겐 타인만의 의미와 가치들이 있다. 그렇기에 누군가의 어떤 행동이 무의미하거나 시간낭비라 역설하는 것은 주제넘은 행동일 뿐이다. 본인의 가치관을 타인에게 투사하지 마시라.

32.모든 주의(ism)는 취향과 신념 사이의 어딘가에 위치해 있다.

33.우리는 타인에게서 우리 자신을 본다.

34.요란하건 조용하건 이쪽이나 저쪽이나 종국엔 똑같은 수레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35.혹자의 사전에 불가능이라는 단어가 없는 이유는 그런 단어가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아직까지 그런 단어를 사용할 만큼의 시련에 부딪혀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36.글은 시간을 담는 그릇이다.

37.인생의 사대숙적은 자만과 자기연민과 나태함과 욕망이다.

38.욕(欲)이 과하면 망(亡)에 다다르고 욕이 적절하면 활(活)에 다다르며 욕이 부족하면 사(死)에 다다르니 인(人)에 있어 욕망이라는 이름을 가진 짐승은 참으로 양날의 검(劍)과 같지 아니한가.

39.감정이 있다면 귀찮아지지만 우리는 그것으로 말미암아 비로소 인간이 된다.

40.쓰레기 같은 글을 읽는 것은 악질적인 고문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41.처(處)가 있고 양(糧)이 있고 의(衣)가 있다는 것은 필시 우로지택(雨露之澤)이 아닌가.

42.갈지 않은 칼은 아무 것도 밸 수 없다

43.유쾌함을 잃지 않는 것은 비관의 늪에 빠지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44.생각은 없을수록 행복한 법이고 개구리는 우물 안에 머물수록 자신감이 충만해지는 법이다.

45.웃을 수 있을 때 많이 웃어두고 울 수 있을 때 많이 울어두라. 웃고 싶어도 웃을 수 없을 때가 있을 것이고 울고 싶어도 울 수 없을 때가 있을 테니.

46.감정적으로 뱉어내는 글은 아름답거나 치기어리거나 둘 중 하나다.

47.모험 없는 성장은 있을 수 없다.

48.천재타령 할 시간에 책 하나라도 더 읽자.

49.자만은 발전에 한계를 긋는다.

50.역량의 반이 재능이라면 나머지 반은 독기다.

51.토론 초보의 특징은 팔짱을 낀 채 자신의 논리는 완전하며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을 것이므로 당신은 어서 동의나 하시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토론을 어느 정도 해보다보면 아무리 완전하고 완벽해 보이는 주장이라도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는 경우를 많이 경험해보게 된다. 때문에 어떤 주장을 할 때에도 상대가 반박을 결코 하지 못하리라는 자만심 따위를 가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 것 같이 나는 생각되는 것이다.

52.타인에게서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면 그저 존중해주고 지나치면 될 일이다. 상대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호들갑 떠는 것은 본인이 아직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언제나 자신의 마음에 맞는 사람만을 만나는 것도 아닐뿐더러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그 때마다 울상으로 징징거리는 것은 바꿀 수 없는 것에 관해 불평하는 것이므로 무의미하며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누군가의 어떤 면모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마음에 들 수도 있는 것이므로 그것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53.상대의 주장을 대충 독해하는 사람과의 토론은 시간낭비이다.

54.사적인 자리에서 신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타인이 자신의 말을 엿듣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거동하는 것이다.

55.최선을 다하는 자는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법이며 최선을 다하지 않는 자는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 법이다.

56.한 번도 흔들려본적 없는 자가 어떻게 파도를 견뎌낼 수 있겠는가.

57.모든 글은 일종의 역사적 기술이다. 그것은 어떤 주인공의 역사서가 될 수도 있고, 필자의 역사서가 될 수도 있으며, 개인들과 사회와 국가의 역사서일 때도, 어떤 학문체계의 역사서일 때도 있고 결론에 다다르는 논증에 대한 역사서일 때도 있다. 물론 그것은 무엇의 역사를 담고 있느냐에 미세한 차이를 갖기는 하지만 글이라는 것은 결국 어떤 시간과 어떤 공간과 어떤 사상과 어떤 정보를 반영하는, 세계에 대한 하나의 거대한 역사서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맥락에서 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늘어가는 나이테와 같다.

58.문장이 조잡해질 때는 침묵하는 것이 낫다.

59.아무리 좋은 패를 쥐고 있어도 머리가 나쁘면 무용지물이다. 패가 결과를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패를 쥔 손에 게임의 승패가 달려있다.

60.일어서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패배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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