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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ER May 01. 2016

양자 얽힘을 통한 광자들의 물리적 양상

양자적 순간이동의 원리적 문제들

얽힘(entanglement)은 광자나 전자 같은 양자체들 간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이는 양자적 소통을 지칭한다. 어떤 대상의 속성, 예컨대 특정 광자의 편광방향(polarization)은 측정한 결과가 아무리 무작위적인 것으로 보인다하더라도 거기에는 짝이 있다. 이를 EPR효과(Einstein-Podolsky-Rogen Effect)라고 한다. 그렇다면 특정 광자의 편광방향을 측정하는 것으로 정보, 혹은 해당 광자의 상태를 순간 이동시키는 것이 원리적으로, 그리고 물리적으로 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가? 핸런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EPR효과에 의하면 광자 A의 편광을 측정하는 것으로 광자 A와 멀리 떨어져있는 광자 B의 편광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어야한다. 하지만 광자 A의 상태를 관찰하는 행위는 A의 상태를 변화시킬 것이기에 우리는 A의 편광이 어떠했는가를 알 수 없게 된다.[1]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측정이 행해졌을 당시 두 광자 A, B가 같은 상태에 있었다는 사실 뿐이다.>

핸런은 광자 A의 상태를 관찰하는 행위로 A의 상태가 변화된다면 빛의 속도를 뛰어넘는 속도로 정보를 순간이동(정확히 말하면 정보 전송)시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럴싸한 지적이다. 순간이동 시키려는 광자 A의 정보가 (관측자가 전자기장을 관측함으로써 에너지를 상승시키고, 결과적으로 전자기장 대신 광양자가 측정되는 이중 슬릿실험과 마찬가지로) <관찰하는 행위>에 의해서 변질된다면 설혹 광자 A의 정보를 광자 B로 전송하는 데에 성공했다 해도 실험자로서는 광자 A의 디폴트 상태를 알지 못하는 이상 광자가 순간이동에 성공했는지 아닌지 알 수 없다. 광자 A의 기존 상태를 알고 있어야만 광자 B의 정보를 확인하는 작업을 통해 광자 A와의 엮임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특정한 복수의 입자로 이루어진 계의 상태를 (S1)<계 A를 +로 측정할 때 계 B는 -로 바뀌는 상태>와 (S2)<계 A를 -로 측정할 때 계 B는 +로 바뀌는 상태>로 나누어 보자. 스핀이 1/2인 전자에 대한 두 개의 계를 상정할 때 총 스핀 값이 0인 스핀 단일항 상태(spin singlet state)는 다음과 같은 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2]

 

 


이와 같이 스핀 1중항 상태에 대한 반대칭적 파동함수에서 계의 상태는 (S1)과 (S2)으로 나뉘며, 입자 A와 얽혀있는 입자 B의 스핀 값(sv)은 입자 A가 측정되는 순간 고정 값(±)을 갖는다. 우리는 이제 위 식을 토대로 두 입자로 이루어진 계에서 특정 스핀을 측정하는 경우의 상황을 수리적으로 표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S1)의 상황에서 두 입자로 이루어진 특정 계의 상태변화는 다음과 같이 표현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스핀 단일항 상태 함수에 의해 이 고정값은 {(Asv=+)→(Bsv=-)}의 성질을 띤다. 그렇다면 (S2)는 어떻게 표현될 수 있는가? 그것은 다음과 같은 형식을 갖고 있다.

 

 

(S1)의 스핀 단일항 상태 {(Asv=+)→(Bsv=-)}에서 (S2)는 단순히 {(Asv=-)→(Bsv=+)}로 부호가 교체되며 이로써 우리는 입자 A와 B의 스핀 값이 서로 대칭적이라는 것을 볼 수 있다. (S2)와 (S1)는 즉 상호대칭적이다. 이와 같이 스핀 1중항 상태에서는 특정 계의 상태변화가 두 가지로 분할될 수 있으므로 우리는 이 전제를 통해 다음과 같은 추론을 할 수 있다.

 

P1.<{S1}∨{S2}>

S1.{(Asv=+)→(Bsv=-)}

S2.{(Asv=-)→(Bsv=+)}

P2(P1,S1,S2).<{(Asv=+)→(Bsv=-)}∨{(Asv=-)→(Bsv=+)}>

 

이 추론에서 볼 수 있다시피 동일한 스핀 값을 갖는 S1집합과 S2집합 중 하나의 스핀 단일항 상태가 결정될 때 우리는 P1의 전제를 세울 수 있고 이를 통해 <{(Asv=+)→(Bsv=-)}∨{(Asv=-)→(Bsv=+)}> P2의 결론을 정당화 수 있으며 이는 (Asv=x)→(Bsv=-x)로 치환될 수 있다. 이제 이 결론을 현 논의에 적용해보자. 초기 스핀 값이 x=±1인 광자 A와 y=±1(y≠x)인 광자 B가 존재한다고 상정하고 x와 y의 합집합이 {-1∨+1}로 정의된다고 할 때 우리가 광자 A의 구체적인 스핀 값을 측정해서 x={+1}이라는 것을 알아낸다면 광자 B의 스핀 값은 어떻게 되는가?

 

T1.{(Asv=x)→(Bsv=-x)}

T2.x=1

L1(T1,T2).{(Asv=1)→(Bsv=-1)}

 

광자 B의 스핀 측정 값은 L1의 결론에 의해 <y=-1>일 것이다. 요컨대 광자 A의 초기 스핀 값을 모르는 상태에서 그 초기 스핀 값이 광자 B와 동일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우리는 역설적이게도 광자 A의 정보를 순간 이동시키기 위해 광자 A를 관찰해서는 안 될 것이다.[3] 그렇다면 광자 A의 양자적 상태와 정보를 광자 B로 순간이동 시키는 것은 불가능한가? 이 문제는 간단히 광자 A를 관측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개체가 되는 또 다른 제 3의 광자를 사용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자일링거는 광자의 양자적 상태와 정보를 광자 A에서 반대편에 있는 광자C로 보내기 위해 분규화된 광자, 즉 광자 B를 전달자(매개체)로 이용하는 방식으로 광자의 정보를 순간이동 시키는 데 성공했다. 요컨대 순간이동의 주체가 되는 광자 A에게 어떠한 물리적 영향도 주지 않은 상태에서 EPR효과를 이용해 광자 A, B, C 중 B, C를 얽은 후 B를 순간이동장치의 송신 측 옆에 놓고 C를 수신측에 놓는 것으로 광자 A의 양자적 안정화를 유지한 상태에서 A와 B의 특성을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알아낸 A와 B의 상관관계에 대한 정보를 통해 광자 A의 정밀한 양자 상태를 수신부로 보내면 순간이동장치는 이 정보를 이용해 A의 원래상태를 계산하고 광자 C에 그 상태를 손쉽게 복제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광자C는 EPR효과를 통해 광자 A와 동일한 내용을 갖는 광자로 치환될 수 있다.


그럴듯해 보이는 위 실험에는 그러나 커다란 문제가 있다. 광자 C는 엄밀한 의미로서의 <순간이동된 광자 A>라고 할 수 있는가? 순간이동 된 것은 (1) 광자 A의 양자적 상태와 (2) 광자 A가 가진 정보들일 뿐 물리적 의미로서의 광자 A 그 자체는 아니다. 즉, <광자 A와 동일한 양자적 상태 및 정보를 가진 광자 C>는 물리적 의미에서 순간이동 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광자 A>와 <순간이동을 통해 광자 A가 된 광자 C>는 구분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정보의 순간이동이 완료된 바로 그 순간 광자 A는 양자적 순간이동의 법칙에 따라서 필연적으로 파괴된다. 반면 순간이동이 성사된 시점부터의 <광자 C의 양자적 상태와 정보를 가진 광자 C>는 <광자 A의 양자적 상태와 정보를 가진 광자 C>가 된다. 그러나 <광자 A의 양자적 상태와 정보를 가진 광자 C>는 <광자 A>와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가? 만약 순간이동 이후의 광자 A와 C의 광자상태가 동일하다면 광자 A가 파괴되고 광자 C는 멀쩡한 이유는 무엇인가?


광자 A의 원본은 파울리 배타 원리에 따라 순간이동 즉시 소멸한다. 광자들은 정말로 순간이동된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러나 광자 A와 C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존재해왔다. 적어도 시간적으로 볼 때 광자 A와 C는 결코 동일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광자 A와 <광자 A의 속성을 가진 광자 C>는 <동일한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동일한 속성>과 <동일한 대상>은 명확히 구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자는 물리학적, 양자적 관점에서만 해명될 수 있고 후자는 수적 동일성으로만 해명될 수 있다. 분명 철저한 물리학적 관점에서 이와 같은 나의 견해는 아마 용납되기 힘든 종류의 생각일 것이다. 그린이 지적한대로 같은 종류의 두 입자가 동일한 양자 상태에 있다면 양자역학의 법칙에 따라 이 두 입자는 원리적으로, 물리적으로 동일한 입자로 취급된다. 그러나 동일한 양자 상태에 놓여있는 두 개의 입자가 물리적으로 동일하다면 우리는 어째서 <한 개의 양자>라는 표현 대신 <두 개의 양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가? 그린은 동일한 양자상태에 있는 두 입자가 동일한 이유는 그들이 물리적으로, 원리적으로 동일할뿐더러 그들을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그러나 실증적으로 구분할 수 없다 표현은 동일하다는 표현과 구분되지 않는가? 아마 그린이 말하는 입자의 동일성은 수적 동일성이 아니라 질적 동일성인듯 하다. 양자 A와 C는 질적으로 동일할 순 있어도 수적, 시간적으로 동일할 순 없기 때문이다. 광자 C는 광자 A와 우유적 속성으로 이루어져있다. 즉 광자 C의 필요조건이 광자 A는 아니다. 광자 C가 광자 A로 바뀌기 위한 필요조건이 매개체가 되는 광자 B의 존재와 광자 A의 정보라는 사실은 최소한 광자 C의 정보가 광자 A의 정보로 대체되는 순간 바로 직전까지는 <광자 C≠광자 A>였다는 사실을 함의한다.


결국 송신측에서 수신측으로 이동된 것은 광자 A 자체가 아니라 양자 상태와 정보뿐이므로 <순간이동 되었다>는 표현보다는 <복사, 혹은 복제되었다>는 표현이 양자 정보이동을 묘사하는 데 적합한 표현일 듯하다. 그렇다면 양자상태가 동일하다는 것은 광자 A와 C가 동일하다는 주장의 반증이 될 수 있는가? 이 말은 광자 A의 양자상태를 보유한 광자 C가 존재적으로 더 이상 광자 C가 아닌 광자 A라는 의미인가? 대상이 소유한 정보나 속성은 그 대상을 정의할 수 있는가? 대상의 속성이 곧 그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동일한 속성을 가진 많은 대상은 전부 <동일한 대상>인가? 같은 맥락에서, 광자의 상태가 그 광자의 존재를 규정할 수 있는가? 만약 대상이 소유한 정보가 그 대상을 규정할 수 있다면 광자 A는 자일링거의 양자 순간이동 실험의 모든 과정 중 단 한 번도 소멸한 적이 없다. 광자 A의 정보가 광자 C에 입력되는 순간 광자 A(원본)은 붕괴하지만 그와 동시에 광자 A(본래는 광자 C에 해당하는 복사본)가 생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다면 양자적 순간이동이 진행되는 순간 붕괴하는 광자 A와 생성되는 광자 A의 물리적인 거리의 차이가 설명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광자의 상태가 광자의 동일성에 대한 근거로 기능할 수 있다면 문제가 생긴다. 어느 한 순간에 완전히 동일한 광자가 동시에 두 개나 존재했다는 말이 되니깐 말이다. 광자가 제아무리 빠르게 파괴된다고는 해도 그 속도는 유한할 것이다. 즉, 광자 A의 정보가 광자 C에 입력되는 바로 그 순간 시간이 정지한다고 가정할 때 우리는 아직 소멸하지 않은 광자 A와 광자 A의 속성을 보유한 광자 C를 동시에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복사되는 광자가 순간이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파괴되지 않은 경우를 논리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우리는 시간이 정지한 상태를 상정함으로써 이미 순간이동(광자의 양자적 상태와 정보이동)이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광자 A의 원본이 아직 존재하고 있는 상황을 가정해볼 수 있다. 우리가 이런 상황을 가정할 수 있는 이유는 양자의 정보전송속도와 양자가 파괴되는 속도 둘 중 어느 쪽도 ∞에 수렴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양자가 하나 더 생기는 현상은 분명 복제(clone)나 복사(copy)지 시공간을 건너뛰는 순간이동(teleport)이 아닐 것이다. 물론 광자의 양자적 순간이동은 대단히 빠른 속도로 초기광자가 붕괴되기에 마치 순간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순간이동처럼 보이는 것일 뿐 엄밀한 의미에서의 순간이동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린이나 자일링거가 말하는 양자적 순간이동에서 복사되어지는 측과 붙여넣어지는 측의 동일성은 어떠한 방식으로 연역 혹은 귀납되는 것인가? 물리학에 대한 공부가 부족한 나로서 이 이상의 논의를 전개하는 것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허나 나는 이러한 양자적 순간이동 관련 담론에서 논의되는 수적 동일성의 문제가 물리학보다는 철학의 문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복사되어지는 양자와 붙여넣어지는 양자의 동일성은 양자역학적이거나 자연과학적인 문제보다는 개념적, 논리적인 문제에 가까워보이기 때문이다.

 

Notes


[1] 여기서 말하는 A의 편광이란 1차편광, 즉 광자 A가 변하기 전의 편광을 의미한다.


[2] 페르미 통계를 따르는 페르미온(페르미 입자)는 반정수, 즉 1/2의 스핀을 가진다. 바로 이러한 이유때문에 이 전자는 페르미-디랙 통계에 의해 반대칭적인 파동함수를 갖는다.


[3] 이때 초기 편광값 x와 y는 관찰하기 전의 시점 t1 당시에는 동일하지만(t1->x=y) x를 아는 시점 t2에서 y의 값은 능동적으로 변동된다.(t2->x≠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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