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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ER May 01. 2016

물체의 무게와 질량의 상대성

무게는 객관적인 개념인가? 모든 물체의 무게는 지속적으로 변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관측자는 결코 물체의 정확한 무게를 측량할 수 없다. 가령, 지구에서 종이의 무게를 잴 때 그 무게는 사실 종이를 누르고 있는 기압과 종이를 끌어당기는 중력에 종속된다. 설령 이 변수를 무시한다 해도 측량되는 종이에 단  하나의 공기분자라도 종이와 맞닿아있다면 종이의 무게는 <실제무게+공기분자>가 될 것이기에 실상 물체의 실제무게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공기는 무게를 갖고 있고, 따라서 수시로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의 무게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즉 물체의 실제무게를 측량한다는 말은 곧 양자역학에서 광자의 정확한 위치를 측량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의 문제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나는 위에서 <실제무게+공기분자=종이무게>라는 공식을 제시함으로써 마치 <종이무게-공기분자=실제무게>라는 공식 또한 성립된다는 뉘앙스의 수사를 사용했다. 하지만 <종이무게>와 <실제무게>는 실상 동일한 <무게>를 지칭하는 것이 아닌가? 이 딜레마는 단지 무게를 <측량무게>와 <실제무게>로 구분할 때 해결될 수 있다. 전자의 무게는 (비록 정확한 무게는 아니겠지만) 관찰 가능한, 측량될 수 있는 무게인 반면 <실제무게>는 관측될 수 없다. 여기서 문제시 되는 것은 물체의 실제무게와 물체 주변에 존재하는 분자들 및 관측의 정확도 일 것이다. 이에 대한 경우의 수는 다음과 같다.

a)외부분자의 존재-정확한 관측-실제무게와 측량무게 일치
b)외부분자의 존재-정확한 관측-실제무게와 측량무게 불일치
c)외부분자의 존재-부정확한 관측-실제무게와 측량무게 일치
d)외부분자의 존재-부정확한 관측-실제무게와 측량무게 불일치
e)외부분자의 부재-정확한 관측-실제무게와 측량무게 일치
f)외부분자의 부재-정확한 관측-실제무게와 측량무게 불일치
g)외부분자의 부재-부정확한 관측-실제무게와 측량무게 일치
h)외부분자의 부재-부정확한 관측-실제무게와 측량무게 불일치

우리는 물체 A의 무게를 측량하는 관측자가 실제무게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실제로 실제무게와 측량무게의 값을 비교해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여기서 외부분자의 존재유무와 관측의 정확도는 무관하다. 외부분자가 존재한다고 해서 관측의 정확도가 하락하는 것은 아니며 외부분자가 부재한다고 해서 관측의 정확도가 상승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외부분자의 존재>는 <측량무게>에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 변수에 영향을 받는 것은 관측 정확도가 아니라 <실제무게와 측량무게의 일치여부>일 뿐이다.

외부분자가 존재할 때 물체 A의 실제무게와 측량무게는 일치할 수 없다. 왜냐하면(측량무게에 오류가 없다는 가정하에) 측량무게는 외부분자의 존재유무를 고려하지 않으므로 물체의 실제무게는 측정무게에서 그 외부분자(들)의 무게의 값을 배제한 값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우의 수 a)는 존재불가능하다. 허나 c)는 존재가능한 경우다. 실수로 실제무게와 측량무게가 동일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b)와 d)는 관측의 정확성과는 무관하게 외부분자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실제무게와 측량무게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이기 때문에 존재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경우의 수 b)와 d)는 실제무게와 측량무게가 불일치한 경우이기 때문에 현 논제에서 배제되어도 괜찮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e)부터 h)까지의 변수이다. 외부분자가 부재할 때 정확한 관측이 가능하다면 실제무게와 측량무게는 반드시 일치해야 한다. 따라서 e)는 충분히 가능한 반면 f)는 각 변수가 모순되므로 불가능하다. <정확한 관측>에서 외부분자의 영향을 받지 않은 측량무게는 실제무게와 동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g)는 d)와 같은 이유로 가능하며 h)는 관측이 부정확할 때 실제/측량 무게의 불일치를 암시하기에 역시 존재 가능하다. 이로써 a)와 f)는 불가능하며 b), c), d), e), g), h)는 존재가능 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실제무게와 측량무게가 일치하는 상황은 외부분자가 부재할 때만 가능하며 외부분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실수로만” 실제무게와 측량무게가 일치하는 상황이 존재할 수 있다는 다소 암울한 결론을 도출해 볼 수 있겠다.

위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물체는 적어도 지구의 대기에 노출되어 있을 때 실제무게-관측 불가능성의 법칙에 영향을 받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지구가 아닌 공간에서 이 법칙의 반증사례를 확보하는 것이 가능한가? 만약 물체가 진공에 존재한다면 특정물체의 정확한 무게를 측정하는 것이 가능한가? 이 물음에는 문제가 있다. 기초 물리학에서 무게는 만유인력, 즉 중력이 존재할 때만 측정 가능한 물체의 가변적인 속성에 들어간다. 즉 중력이 비존재할 때 무게라는 개념은 존재할 수 없다. 만유인력은 두 물체가 갖고 있는 각각의 질량에 의해 생기므로 상호인력을 가진다. 예컨대 지구에 존재하는 물체 A는 지구의 중력에 의해 특정한 무게를 지니게 되고 그와 동시에 지구 역시 물체 A의 중력에 의해 특정한 무게를 갖게 된다. 요컨대 <물체 A가 지구를 끌어당기는 인력>과 <지구가 물체 A를 끌어당기는 인력>이 물체 A의 무게를 결정하는 요인이므로 우리는 결국 무게라는 개념이 질량에 종속되어있는 가변적인 개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질량은 인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물체의 정확한 무게를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물체의 질량은 변하지 않지만 물체의 인력과 무게는 물체의 위치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다시 말해 질량이 절대적이라면 무게, 위치, 인력은 상대적이다. 상항이 이렇게 된다면 앞서 언급했던 진공에서의 측정 역시 외부환경의 위치와 질량 및 존재하는 중력장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결국 대기에서의 측정과 다를 바 없다. 왜냐하면 10^-14토르(torr)를 뛰어넘는 진공상태에서도 1cm^3의 넓이에 30-40개 정도의 분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의 양자론에서는 힘의 장이 반드시 소립자를 동반하기 때문에 힘의 장이 존재할 때 소립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는 존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나로선 시공간의 소립자-종속성에 동의하기 때문에 이러한 양자론과 마찬가지의 입장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무게의 상대성을 밝혀낸 지금, 분자의 무게가 측량하는 물체의 무게에 영향을 미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무의미해진다. 설령 물체의 외부에 존재하는 분자가 물체의 무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물체의 무게는 주변에 존재하는 중력장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미 정확하지 않은 무게일 것이다. 결국 나는 무게의 상대성을 선언한 시점부터 <정확한 무게>, 혹은 <절대적인 무게>라는 개념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무게가 상대적이라면 정확함과 무게라는 개념은 양립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1)물체의 무게가 물체주변의 중력장에 영향을 받고 2)물체주변에 존재하는 분자들이 물체의 무게에 영향을 준다면 물체의 정확한 무게를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론상으로는 주변에 외부분자가 없으며, 중력장이 없고, 따라서 인력이 없을 때 물체 자체의 실제무게를 측정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러한가? 아무런 중략장에도 구애받지 않는 진공상태에서의 무게는 언제나 0에 수렴한다. 물체의 무게는 물체 그 자체의 속성이 아니라 물체가 질량을 갖는 다른 물체(예컨대 지구)와 특정한 관계에 있을 때 창발되는 그 무엇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물체의 질량을 측정하는 것은 어떤가? 내가 보기에 정밀한 측정이 가능한 것은 물체의 무게가 아니라 물체의 질량이라고 생각된다. 지구와 달에서 우리의 몸무게는 변화하지만 우리의 질량은 동일하다. 무게가 힘(force)이라면 질량은 그 힘의 정도를 결정하는 물체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질량과 에너지는 등가다. 핵분열/핵융합 전후의 질량결손은 에너지로 치환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적어도 정확한 질량측정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인가? 뉴턴역학에서 질량은 어떤 물체에 포함돼 있는 물질의 양으로 정의되지만 그러한 물질의 양이 정확히 측정될 수 있는지는 역시 불분명해보인다. 물질의 양은 무한한가? 아니다. 닫힌계 내의 특정 물체가 갖고 있는 물질의 양은 유한하다. 그러므로 질량에 대한 측정이 부정확할 순 있어도 질량 그 자체는 가변적이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다면 질량이 가변적인 것처럼 보이는 상황은 어떠한가? 질량에 대한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다고 해보자. 자, 100mL의 식염수가 500mL 비커에 담겨있다. 우리는 이 식염수의 질량을 정확히 측정해낼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식염수의 질량은 앞서 정의되었 듯이 식염수의 물질의 양과 동일한데 식염수는 비커에 담긴 순간부터 증발하기 시작할 것이므로 그 어떤 시점에서의 식염수의 물질의 양도 다음 시점에서의 식염수의 물질의 양과 동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간을 멈춘다면 어떠한가? 시간이 정지한다면 식염수의 증발도 정지할 것이므로 우리는 비커 내의 식염수의 물질의 양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시점에서의 시간이 정지한다 해도 막 증발하기 시작한 식염수의 분자를 식염수의 물질의 양으로 취급해야할지 애매하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즉 시간이 정지한다고 가정하면 우리는 증발하기 직전의 단계에 있는 식염수 분자들과 증발한 후의 단계에 있는 식염수 분자의 사이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증발 도중의 단계에 있는 식염수 분자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액체와 기체의 경계가 모호한 구간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비커 그 자체를 닫힌계로 취급함으로서 액체상태에 있는 비커 내의 식염수의 질량과 증발한 식염수의 질량의 총합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역시 아니다. 비커 내에 있는 공기에도 좌우간 질량은 존재하기 때문에, 증발한 식염수의 질량을 구하기 위해선 증발한 식염수에 해당하는 공기와 증발한 식염수가 아닌 공기를 구분할 수 있어야한다. 즉 비커 그 자체를 하나의 닫힌계로 취급하기도 곤란하다. 고체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무리 단단한 물체라도 적어도 시공간 내에 있는 이상 그 질량을 완벽하게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든 시공간에는 원자가 있고 단단한 물체에 부딪힌 원자는 그 물체에 흠집을 남기지 않을 순 있어도 미시적인 수준에서 그 물체의 원자 몇개를 물체로부터 떨어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는 질량의 측정 정확도와 질량의 불가변성에조차 회의될 수 있는 측면이 존재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어느 쪽이건 우리가 무게의 객관성에 대해 침묵해야 한다는 결론은 바뀌지 않는다. 고정적인 물질의 양을 갖는 물질이 원리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는 그 다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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