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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준 David Kim Sep 03. 2023

블랙 스완

Black Lives Matter!

“위조지폐를 만들거나 사용하는 것은 연방법에 위반하는 중범죄이고 이를 다스리기 위해 법과 그 집행관인 경찰이 존재한다.  법 집행은 정당해야 하고 불편부당해서는 안 된다.  법 앞에는 누구나 평등하고 법으로 죄가 판정되기 전까지는 누구나 무죄로 취급되어야 한다.  현행범이 아니고는 구금이나 신체구속을 하여서는 안 된다.”

반세기 이상을 살면서 귀가 따갑게 들어온 진실 같은 허구를 오늘도 또 접한다.  

“중죄를 저지르고서도 빽 있고 돈 있으면 얼마든지 법망을 피해 미꾸라지가 되지 않아?”  “죗값을 받는다 싶었는데 조금 있으니까 사면받고 씩 웃으며 나오는 것 봤잖아!”  “누구는 6개월형 받고 들어갔다 6일 만에 나오더라!  어참, 기가 막혀!  어느 장관 친척이라지 아마!”  “어떤 친구는 1년 반 형 받고 들어갔는데 2달 지난 지금 코로나바이러스 옮을 까봐 집으로 퇴근했다데!  같은 감옥 살던 다른 죄수들은  바이러스 안 들어오는 철판 깔았나?”


친구하고 실랑이하는 사이 정오티브이뉴스에서 전국적인 시위데모 현장이 나온다.  며칠 전 미네아폴리스에서 위조지폐 사용 혐의로 경찰 조사받던 46살 먹은 흑인이 경찰관 3명에 의해 쓰러져 강제로 목과 가슴이 짓눌리면서 질식사한 사건으로 촉발된 폭력투쟁이다.


얼마 전 강의준비로 잠시 공부하던 흑인노예 해방 역사가 떠 오른다.  꿈의 땅 신대륙에 자발로 도착한 사람과 강제로 끌려온 사람과의 관계는 신물이 나도록 들어온 ‘흑백분리’, ‘인종차별’, ‘불평등’, 그리고 ‘black lives matter’로 대변된다. 


“누가 잘못한 거야?  끌고 온 사람이야?  아니면 끌려온 사람이야?”  친구의 질문에 답하기나 하듯 대통령의 말씀이 튀어나온다.  “죽은 사람과 그 가족에게 깊은 조의와 위로를 보낸다.  국가엔 법이 있고 정의롭게 판단이 이루어질 것이다.  사건에 항의하는 것은 이해하나 난동행위는 불법이고 용납될 수 없다.  각 지방정부는 강력히 시위대를 진압하고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는 내가 나서 군을 동원해서라도 대신 진압할 것이다.  내가 법이고 정의이니 나를 따르라!”


“거봐!  아무도 잘못하고 있지 않아!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래.  경찰은 경찰의 할 일을 한 거고, 정부는 정부의 일을 하고 있는 거야!”  목이 마른 지 물 한 모금 들이 마신 친구의 입에 불이 붙는다.  “자네 92년 엘에이 폭동 기억나?  그때 아주 끔찍했잖아!  한국 사람 다 죽고 망하는지 알았어, 난!”    91년 3월 백인경찰관에게 집단 폭행당한 흑인 Rodney King 사건을 얘기하고 있다.  맞다!  그때도 흑인과 백인경찰과의 관계였다.  법과 정의가 분명히 있지만 그것은 편향적으로 제정되고 집행된 것이었고 따라서 한쪽은 불평등과 불공정에 치를 떨며 목청이 터져라고 소리 질렀었다.  “정의 없이는 평화도 없다” 고.


차가 불타고 건물이 불타고 최루가스가 폭발하고 육모방망이가 좌우로 휘갈겨지며 쓰러 지는 시위대와 업소 현관창문이 던진 돌에 깨지고 곧이어 벌어지는 약탈과 도적질들이 생방송을 타고 계속 전해 진다.  


마틴 루터 킹 목사나 노예폐지주의자 후레데릭 더글러스의 외침이 내가 마시는 녹차컵 안에서 쓸쓸히 맴돌고 있는 듯 느껴진다.  1865년 선포된 노예 해방은 한 대통령을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하게 만들었을 뿐 해방선언을 받은 노예였던 흑인들이 155년이 지난 지금 진정 해방과 평등을 즐기고 있을까?  


얼마 전 유튜브 방송에서 일본의 홋카이도를 구경한 것이 생각난다.  

홋카이도 동쪽 ‘아칸 마수 국립공원’ 안에 자리한  분지호수인 ‘쿠샤로 호수’.  한겨울엔 호수 전체가 꽁꽁 얼어붙지만 가장자리 일부는 주위의 따뜻한 온천물이 흘러들어 겨울 내내 온화한 온도 때문에 수많은 시베리아 백조들이 날아와 편히 쉬었다 가는 곳이란다.  


너무나 평온해 보여 나도 한 번 가봤으면 했는데 뜬금없이 하나의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만약, 만약에 그 백조 떼가 모여 온천을 즐기는 그곳에 남쪽 따뜻한 곳에 살 던 ‘블랙 스완’ 한 마리가 날아든다면?!   아마 옆구리에 권총찬 ‘백조경찰대’에 붙잡혀 재판도 받기 전에 까만 털 다 뽑히고 추위에 얼어 동사 하지나 않을까?  들어와서는 안 되는 곳에 오롯이 선 흑조의 외마디가 들리는 듯하다.   “흑조도 살 권리, 즐길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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