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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적현실주의 Apr 03. 2022

인생은 원래 새로움의 연속이다

대모산 인솔기


인생은 원래 새로움의 연속이다


집에만 갇혀있어 지쳐버린 아이들을 위해 아내 없이 아이들만 데리고 대모산에 가기로 했다.


"애들만 데리고 대모산에 가겠다고!? 난 도저히 못하겠던데.."


아내는 놀라워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아이들을 데리고 킥보드를 태우는 것보단 백만 배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래 산을 사랑해서 그랬던 것일까?


그러고 보니 초등학생 때는 나의 절친과 서울공항의 비행기가 내려다보이는 뒷산에서 일몰을 바라보며 '형'이라고 불리는 풀을 뜯어먹고는 했다.


너무 맛있어서 어머니도 좀 드시라고 집에 가져갔었는데 어머니는 어이가 없어하셨다. 당시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대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했던 것인가 싶다.


밖에 나와 광합성을 한 아이들은 벚꽃과 목련, 그리고 개미를 보며 너무도 행복해했다.



처음으로 아이들을 인솔해서 대모산으로 향한 첫날.. 인생은 원래 새로움의 반복이니 이 새로움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설렘이 되기를 바랐다.


어제 미리 사전답사를 한 덕분인지, 최근에 완공되었다는 나무데크의 안락함 덕분인지 너무도 편안하게 아이들과 트레킹을 했는데


오고 가는 분들이 아이 둘을 데리고 산을 오르는 나를 부러움 반, 놀라 반으로 쳐다보시는듯한 느적인 느낌을 받았다.



대도개(대치도곡개포)에 양재천이 있다면 일원본동엔 대모산이 있고 존재 자체로 지역주민은 마치 회원권이라도 가진 듯 그 인프라를 원 없이 누린다. (애써 찾아가는 사람에 한해서)


유년기에는 대모산, 청소년기에는 양재천을 함께 걷고 싶다는 내 소박한 꿈의 첫 단추가 꿰어지는 날이어서인지 오고 가는 길이 따듯한 날씨만큼이나 따사로웠다.



마지막 코스로 간 놀이터 미끄럼틀의 정전기에 놀라 아들이 대성통곡을 했지만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무서운 건 죄가 아니니까..


아이들이 자라서도 자연과 함께한 지금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내가 종종 지는 해를 바라보며 뜯어먹던 시큼한 풀을 생각하며 피식 웃어버리듯, 인생의 어느 순간에 꿀벌을 그토록 외치며 뛰어다니던 오늘이 잔잔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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