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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적현실주의 Aug 20. 2023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어

이빨 4개가 부러진 날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어

그때 감사하면 이겨낼 수 있어 이만하길 감사합니다.. 이빨이 8개가 아니라 4개가 부러져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말이야"

두 달 전 복직을 하고 내 기준으로는 너무도 어려운 업무를 처리하느라 머리가 너무 복잡했었다.

이걸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되기는 되는 걸까 고뇌하고 있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ㅇㅇ(아들)이가 이빨이 4개가 부러졌다고 유치원에서 연락이 왔는데 어떻게 해야 해?"

이건 대체 무슨 일일까.. 이빨이 4개가 부러질 정도면 얼굴은 얼마나 다쳤다는 거지?

일이 쌓여있었지만 그냥 던져놓고 집으로 달려가는데 잘생긴 내 아들 얼굴은 무사한 건지 얼마나 무서웠을지 생각하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런데 집으로 가던 택시에서 아들을 위해 기도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빨 8개가 아니라 4개가 부러진 것에 감사하자.. 그동안 건강했음에 감사하자"

집에서 아내가 치과에서 데려온 아들을 보니 얼굴이 너무도 멀쩡하고 다행히(?) 이빨만 딱 4개가 부러져 있었다.

그리고 의기소침해 있는 아들에게 말했다.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어 그때 감사하면 이겨낼 수 있어 이만하길 감사합니다.. 이빨이 8개가 아니라 4개가 부러져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말이야"

내 말 덕분이었는지 자체 탑재된 멘탈이 훌륭했던 건지 아들은 트라우마 없이 그 시간을 견뎌내고 이제는 귀여운 드라큘라가 되었다.

잘생긴 얼굴이 좀 푼수처럼 변했지만 덕분에 인간미를 얻었달까? 날 닮아 조금은 차가운 인상이 사라진 이빨 덕분에 상당히 소프트해졌다.

"감사하면 이겨낼 수 있다"

아들의 마음속에 경험으로 새겨지길 바란다.

영구치가 새로 나올 때까지 거울을 볼 때마다 이 말을 떠올릴 수 있기를

by 이상적현실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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