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꾸는 가장 쉬운 방법
"왜 코트를 안 사는 거야? 자꾸 안사면 내가 사줘 버릴 거야"
난 2010년 겨울을 잊을 수 없다.
날씨도 추웠지만 마음도 추웠고 몸도 추웠던 2010년이었다.
2010년 봄, 변변한 스펙조차 갖추지 못한 취업준비생이었을 때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마치 빈 땅만 가지고 거북선 사진을 보여주며 선박을 수주했던 정주영 회장님처럼
토익 700점도 갖지 못했던 난 미래의 직장 이름을 열거하며 아내에게 나를 발주했다.
우여곡절 끝에 그해 겨울 면접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지만 커다란 문제가 있었다.
이미 영혼을 끌어모아 몇 개월 할부로 면접용 정장을 샀던 난
칼바람을 막아줄 코트를 살 돈은 없었다.
돈이 없기도 했지만 돈보다 더 부족한 건 자신감이었다.
"붙을지도 모르는데 코트까지 사버리면 이 돈은 언제 갚지!?"
이미 빚이 많았지만 매달 마이너스가 쌓여가는 우리 집이었기에
붙을지 자신도 없는 면접을 위해 코트를 살 수는 없었다.
하지만 코트를 사라고 반협박하는 아내를 보며 눈물을 머금고 코트를 결제했다.
그건 단순히 코트를 산 것을 넘어선 행동이었다.
"이거 사고 떨어지면 어쩌지?"
이런 비겁한 생각을 끊어내는 나만의 '배수의 진'이었다.
돌아갈 다리가 있다면 언제나 뒤를 돌아보게 된다.
우연의 일치인지 그 코트를 사고 그리 긴 시간이 흐르기 전에
나는 "무서워서 결제도 못하던 그 코트"를 입고 신입사원 연수를 받고 있었다.
최근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면서 스카(스터디카페)를 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차마 돈을 내면서 스카를 가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는데
여기에서 공부를 하고 떨어지면 무슨 망신일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난생처음 스터디카페를 결제하면서
코트를 샀던 2010년의 겨울이 떠올랐다.
"도망갈 곳은 없다. 나는 합격한다."
자꾸 비겁해지는 나에게 말한다.
코트를 사라고
괜한 돈 핑계는 집어치우고 코트를 사라고
/The End/
(입금 후 계속)
By 이상적현실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