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vid Oct 04. 2021

나의 우울에게

10년 만의 휴식

8월 말에 CFA를 보느라 한동안 글 쓰는 걸 쉬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시험 자체는 망한 것 같기도 하고 애매하고 찝찝한 느낌이고

시간 투자 대비 가성비가 좋지 않은 시험이라, 만약 떨어지더라도 다시 보지는 않을 것 느낌의 시험이네요.


8월에 시험이 끝나고 몇 년 동안 미뤄왔던 허리 쪽 수술을 하면서, 지난 6개월 동안 BeanStocks 웹사이트와 브런치에 올린 글들을 다시 검토해보면서 인사이트를 얻어 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6개월 동안 매일 아침 전날 미국 시장을 훑어보면서 글로 정리하는 건 생각보다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일이었는데, 시간 투자 대비 트래픽과 구독률이 처참 그 자체였습니다. :(


물론 그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제 글은 읽을 가치가 없었거든요! 


해외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 유튜브를 켜게 되면, 투자 운용사 및 증권사에서 운영하는 채널에 전날 미국 시장을 요약한 영상을 찾을 수 있고, 아니면 PB가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에서 간단 요약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길기만 하고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한 학생이 쓴 제 글을  굳이 사람들이 시간을 쓰면서 읽을 동기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물론 긴 글 속에, 저 만의 인사이트를 담기도 했지만, 그걸 읽으면서 찾으라고 강요하는 글은 절대 사용자 친화적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방향성을 바꾸어 보았습니다. 쌩판 새로운 사이트를 만들어 유저를 유입시킨다는 게 무모했다는 생각이 들어, 인스타그램으로 장소를 옮겨 보았습니다. 

원래는 사이트 홍보 목적으로만 운영을 하던 인스타에 카드 뉴스 식으로 정보를 간단히 축약해서 정리하는 방식으로 운영을 해보았고, 게시물에 포함되는 글은 비교적 축약해서 게시했습니다. 

너무 "시장" 에만 집중하는 공간 보다,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는 테크, 동기부여와 같은 이야기들도 담아 보려고 합니다.


다행히 아직은 갈길이 멀지만, 팔로워와 트래픽이 빠르게 늘고 있어서 콘텐츠의 퀄리티를 조금씩 높여간다면 전보다는 유의미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조그마한 기대를 품고 있네요 :)

그래도 한 콘텐츠에 안에 담고 싶은 내용이 많다 보니, 팔로워가 늘어난다면 뉴스레터나 클럽하우스를 통해 소통하는 방법도 생각 중입니다. 


인스타 링크: https://instagram.com/beanstocks_?utm_medium=copy_link


나의 우울

개인적으로는 감성적이거나 센치한(?)  쓰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그런 글을 잘 쓰지도 못하고, 쓰다 보면 감정적이 되어 내가 무슨 내용을 쓰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는 적이 많았거든요. 나의 감정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요.


그래도 요즘은 이렇게라도 글을 써야 정신적으로나마 좀 편한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를 다닐 때까지 걱정 없이 쉬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중, 고등학교 때는 성공을 해야 한다는 마음다짐에 열심히 공부를 했다면, 대학에서는 부자가 되고 싶어 열심히 살았습니다. 


미국에서는 고등학교 때 면허를 따고 운전을 시작합니다. 워낙 시골지역에 살았기에 면허와 차가 필수였는데, 둘 다 없었던 저는 사실 집 - 학교가 모든 동선의 끝이었습니다. 학교에 유일한 동양인 + 어릴 때 워낙 소심했다 보니 고등학교 4년 동안 추억이라는 게 아예 없었네요 하하.

나름 친했던 미국인 친구들도 한국을 오면서 연락이 모두 끊겨 버렸었습니다.


고등학교 4년이 엄청나게 후회됐습니다. 

그래서 대학 4년은 다르게 보내자 라는 다짐과 함께, 신입생 때부터 먹지도 못하는 술을 이슬 톡톡으로 마시면서 사람들과 어울렸었습니다 :) 

한국에서는 대학 친구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학 학기 중에만 친구라는 뜻이죠. 

그런데 저는 그런 말에 공감할 수 없었던 것이, 한국에는 친구가 없었던 탓에 저한테는 대학교 친구들이 오랫동안 보아온 그리고 앞으로도 오래 볼 친구들이자 친구들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대학에서 4년이라는 시간이 거의 다 지나가고, 고등학교 4년과는 다르게 살았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올해 들어 느낀 건 무언가 같은 엔딩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

인스타를 보면 여전히 학교 사람들끼리 자주 만나고 친한 관계들을 유지하는 모습들이 보입니다.

다만 저는 거기 없을 뿐이죠. 


지난 8년의 결과가 똑같다는 건, 이쯤 되면 저 스스로한테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졸업을 하고도 취직 걱정 없이 골프를 치러 다니고  쉬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 이게 부의 격차에서 오는 삶의 차이인가 하는 자격지심이 들기도 합니다. 아 그래서 나는 어울리지 못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과 함께.


말도 안 되는 부의 격차는 1학년 때부터 느꼈지만, 4년 동안은 그게 저의 동기부여였습니다. 

"나도 저런 삶을 살고 싶다"라는 감정이 앞으로 열심히 헤엄쳐갈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었습니다. 


이쯤 되니 번아웃이 오고, 동기부여가 좌절감으로 바뀌고, 학교 사람들과 멀어지면서 앞으로 저 사람들은 나와는 다른 삶을 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되면서  지난 8년이 헤엄친 게 아니라 물속에서 발버둥 쳤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차피 나는 앞으로 몇십 년 동안 회사에 출근하면서 살 거면 내 능력, 가치를 높이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그렇다고 다른 수익구조를 만들기에는 스스로의 능력에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너는 똑똑하니까 능력이 좋으니까 잘할 거야"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 스스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상대방의 좋은 의도와 상관없이 좌절감에 휩싸입니다.


우울증인지 공황인지 모르겠지만, 새벽에 자다가 깨면 당장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감정이 들어서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갈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는 게 무서워져서 자기 전에 고요함 속에 혼자 유튜브를 보는 게 안정이 됐는데, 요즘은 또 그 시간이 너무 힘들어서 좋아하는 유튜버 영상을 보면서도 이유 없이 울 때가 많아지네요. 


정신적으로 힘들다 보니, 누구한테 털어놓고 싶어 카톡창을 켜보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몇 주간 개인적으로 연락을 한 사람이 한 명도 없네요. 카톡 알람을 확인해보면  광고가 대부분이고요:) 

지인 중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 찾아보지만, 속 편한 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떠오르지 않아서,

카톡을 보내려가 도 망설이다가 지우기만 반복했습니다 허허


새벽까지 술 마시면서 사람들이랑 고민 이야기를 하던 순간이 그리워지는 요즘입니다. 


평소에 쓰던 글과 너무 달라서, 이런 글을 쓰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어 브런치에 "우울"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았습니다. 

다양한 글들을 보았습니다. 

우울이라는 감점에 관한 고찰, 자신의 우울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 등 제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은 글들이 있는 걸 보고 "그래 가끔 이런 글 하나쯤은 괜찮지"라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글을 썼습니다 :)


분명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더 많았는데, 막상 쓰다 보니 기억이 나지 않네요.


이상 나의 우울에게 쓰는 글이었습니다 :)

작가의 이전글 8월의 미국 시장 세 가지 이슈 - 오랜만에 보내드리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