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타인의 잣대를 마주하며 살아간다. 우리의 주변엔 얼토당토 않는 근본 없는 잣대를 제멋대로 들이밀며 우리를 평가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존재한다.
상담실을 찾는 내담자들 중에서도 이런 타인의 잣대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대부분 비합리적이거나, 일관성 없거나, 과도하게 이상적이거나, 가학적인 잣대를 들이밀며 자신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는 그런 잣대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런 잣대로 인해 너무 고통스러움을 느끼게 되거나, 그들의 잣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그것에 맞출 수도 없고, 맞출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걸 알게 되면 처음엔 분노를 느끼기도 하고 저항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담자들은 그런 잣대에서 스스로를 쉽게 분리해내지 못한다. 그 잣대에 동의하는 것과 별개로 무시하지는 못한다. 그런 엉망인 잣대에서조차도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엉망인 잣대에서조차도 20점,30점을 받는 것이 스스로를 불안하게 만들고, 초라하고 부적절한 느낌을 갖게 만들고, 자존심 상하고 상처받게 되기 때문이다. 잘못된 답안지로 채점했다는 것을 알아도 20점짜리 성적표를 받아드는 것에 고통을 느낀다. 왜냐하면 그것을 채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에게 가깝고 중요한 사람이거나, 영향력 있는 사람이거나, 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엉망인 잣대에서도 인정받고 싶어서 자신을 끼워 맞추거나 자신을 꾸며 가짜 자기로 살아가기도 한다. 그마저도 충족시킬 수 있다고 자신을 몰아붙이기도 한다.
혹은 그들의 잣대를 바꾸어보려고 논리적으로 설득하거나 비판을 해보기도 한다. 물론 통할리 없다.
혹은 계속 자신을 변명하고 억울해하고 이건 잘못된 성적표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호소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결국은 그 성적표를 받은 자신에 대해 분노하고 자학하게 된다. 반짝거리던 자신을 학대하고 그래서 너덜해진 자신을 또 학대한다. 자신을 용납하는 법을 잊어버리게 된다.
내담자들의 이런 모습들을 볼 때마다 너무 가슴이 쓰리다. 나 역시 그렇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전하는 괜찮다는 말들이 나 자신도 위로하게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