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와 세련되게 일하고 소통하는 법_11. Z세대의 직장 내 니즈
어느 세대든 성장 과정에서 겪은 사건과 상황을 보노라면 측은지심이 생긴다. 세대를 연구하는 필자가 Z세대를 보면 왠지 더 짠한 마음까지 든다. 학생에서 직장인으로 신분이 바뀌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스트레스가 큰 역할 전환의 시기다. 더욱이 바이러스 팬데믹은 Z세대를 녹록지 않은 환경에 처하게 했다. Z세대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어버린 불확실성의 환경에서 성장했다. 무엇보다 부모의 경제적 어려움을 보고 자란 탓에 높은 경제적 불확실성은 직업에 대한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태도를 지니게 했다.
Z세대는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바이러스 팬데믹 기간에 입시와 구직이라는 중요한 시기를 겪은 얄궂은 운명의 세대다. 경황 중에 Z세대를 맞은 선배들은 그들이 더 낯설다. 최근 Z세대를 맞이한 선배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선배 세대의 처지도 딱하다. 밀레니얼 세대와는 또 다른 Z세대, 그들과 함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Z세대가 직장생활을 통해 얻고자 하는 니즈가 무엇인지부터 이해해야 한다. 필자가 수차례의 워크숍과 수년간의 연구를 통해 파악한 Z세대가 직장에서 원하는 것을 6가지로 정리했다. 직장에서 Z세대와 일하고 소통하는 데 의미 있는 정보가 되기 바란다.
Z세대는 하나의 직업보다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N잡러를 꿈꾼다. 회사의 업무 외에도 다른 잡(Job)이나 부가적으로 하는 활동에 욕심이 많아서 효율적인 시간 활용이 중요한 세대다. 따라서 Z세대는 업무도 중요하지만 삶을 즐길 적당한 수준의 업무량을 원한다. 직장을 자아실현의 장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직장을 경제활동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일과 삶을 분리된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과는 비교된다.
Z세대의 효율성은 대표적으로 시간 관리에서 나타난다. 자아실현을 위해 최대한 효율적으로 시간 관리를 하려는 합리적인 세대다. 그래서 선배 세대는 Z세대가 삶 영역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회식이나 야근이 대표적이다. 특히 예측할 수 없는 회식이나 야근은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하기 어렵게 만들고, 업무 시간 외 연결은 자신만의 시간을 방해받는 것이기에 불편하다. 회식해야 한다면 사전에 충분히 일정을 조절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주는 게 그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다. 만약 야근을 해야 한다면 합리적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 납득시킬 필요가 있다.
Z세대가 업무를 통해 추구하는 최우선 가치는 ‘성장’이다. 따라서 조직은 그들의 성장 니즈를 충족시키는 게 지상 과제여야 한다. Z세대에게 직장이 즐거움과 자아실현의 무대가 되도록 도와야 한다. Z세대에게 즐거움은 단순한 재미 이상이다. 일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이 최고의 즐거움이다. 만약 그들이 하는 일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회사를 그만둘지 모른다. 최근 직장인의 퇴사율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은 Z세대의 영향이 크다. Z세대의 니즈를 충족하는 조직의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배 세대와 비교해 Z세대가 공부하고 취업할 시기에 국가는 경제적으로 성장이 더뎠다. 아이러니하게 Z세대는 스스로 성장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성장이 자기개발이었다면, Z세대에게 성장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만약 어렵게 입사한 직장이 커리어 성장은커녕 정체될 것 같은 분위기라고 판단한다면 더 좋은 조직으로 미련 없이 파랑새처럼 날아갈 지도 모른다. Z세대는 직장에서 의미 있는 성취를 맛보면서 미래 준비를 할 수 있기를 원한다.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이면 금상첨화다.
니즈 3. 공정하게 대우받기를 원한다
Z세대는 공정이라는 키워드에 예민하다. 앞서 언급한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다.”라는 말은 그들의 정체성을 잘 표현한다. 언론에서 공정이라는 이슈가 뜨거워진 것도 그들의 직장 생활 시작 시기와 비슷하다. Z세대는 일하고 노력한 만큼 공정하게 평가와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그들이 공정에 민감한 이유는 무엇일까?
Z세대의 ‘공정’이라는 DNA는 X세대 부모의 양육방식의 영향을 받았다. 어느 봄날 토요일, 카페에서 있었던 일이다. 오후 1시 무렵이 되자 Z세대 한 가정이 창가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아빠는 높은 탁자를 기대어 서 있었고, 엄마는 옆자리의 낮은 의자를 가져와 앉았다. 그런데 초등학교 고학년쯤으로 보이는 딸은 하나밖에 없는 높은 의자에 앉았다. 그 순간 평등(Equality)과 형평(Equity)을 비교한 삽화가 머릿속에 스쳤다. X세대 부모가 Z세대 자녀에게 배려하는 풍경에서 ‘공정’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Z세대가 원하는 것은 모든 사람은 똑같으므로 공정하게 대우받는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가치는 엄밀하게 보면 형평(Equity)보다는 공정(Fairness)이다. 모든 사람을 능력에 맞게 다르게 대우하는 것이다. Z세대는 인생 자체가 형평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선배 세대는 이루기 힘든 목표를 부여받으면 헝그리 정신을 발휘해서 일했다. 특히 전통 세대나 베이비붐 세대는 엄청난 의지로 ‘한강의 기적’을 일궜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Z세대에게 과도한 목표는 동기를 자극하기보다는 시도하고자 하는 마음조차 사라지게 할 수 있다.
Z세대는 학원에서도 레벨 테스트를 통해 자신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직시했고, 학교에서는 각종 평가로 냉정하게 자신의 위치를 수시로 확인했다. 중요한 시험 몇 번으로 평가받던 선배 세대와 다르다. Z세대는 학창 시절 내내 실력을 숨겨 두거나 남겨둘 겨를 없이 일 년 내내 100% 최선을 다해야 했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수준에 대해 냉정하게 메타 인지한다. 자신의 실력 이상의 과도한 목표는 애초 꿈도 꾸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자신이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목표를 정하고 실천하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Z세대는 목표 달성할 수 있어 보이는 합리적인 수준의 목표를 원한다. 도전 정신을 요구하는 수준의 목표는 지레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 선배는 이런 Z세대의 니즈에 부합하는 적정한 목표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그들을 동기 부여할 수 있다.
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보다 개인성이 더 뚜렷하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실시한 연구에서도 Z세대는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성과 평가 방식을 묻는 말에 다른 세대보다 개인의 매출과 실적에 따른 평가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들은 팀이나 조직보다는 개인 단위의 평가를 원한다. 어떤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후배 세대일수록 개인성이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Z세대는 가장 서구화된 사고를 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직장에 들어온 그들은 과거 어느 세대보다 개인이 존중받기를 원한다. 조직이나 부서의 이익을 위해 개인이 희생해야 한다는 것에 부정적이다. 이런 모습은 선배 세대가 보기에는 공동체 의식이 부족하고 협력이 잘 안 되는 세대로 인식하게 한다. 조직이나 팀을 이끌며 성과를 내야 하는 선배로서는 고민이 깊어진다. 한 팀이 되어 팀플레이를 해도 모자랄 판에 후배들 눈치를 보느라 마음처럼 업무에 속도가 나지 않으니 말이다.
Z세대는 학창 시절에 분임 토의, 프로젝트 수업 등으로 협력의식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에 노출된 세대다. 하지만 연합보다는 경쟁에 익숙한 세대로 협력의식보다 개인의식이 강하다. 이런 특성의 Z세대에게 ‘개인보다는 팀’을 강조한들 그들의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괜한 반감을 갖게 하기 좋다. 그리고 Z세대는 선배 세대보다 소속감이 약하다. Z세대에게는 단체 기합이나 연대 책임이라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다. 하다못해 야구 경기를 즐기더라도 팀 대신 선수가 좋아서 응원한다. 그들은 회식처럼 함께하는 활동에 대해 밀레니얼 세대보다 부정적이다. 그들과 팀 활동을 해야 한다면 개인적인 이익을 명확하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Z세대는 바이러스 팬데믹 기간에 원격 근무나 원격 수업 등 비대면 환경에 누구보다 잘 적응했다. 그들은 온라인 공간에 익숙한 오리지널 ‘디지털 네이티브’ 아닌가? 정보가 넘치는 디지털 세상에 익숙한 Z세대는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식이라고 판단되면, 즉시 학습해 실생활과 업무에 적용하는 능력이 남다르다. 비록 경험은 부족할지라도 DT(Digital Transformation) 역량만큼은 선배보다 우수하다. 그리고 전문성을 향상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개인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 Z세대가 직장에서 원하는 것도 바로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다. Z세대가 전문성을 키우고자 하는 의지의 이면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잠재해 있다. 불안한 미래가 싫기 때문이다.
평생직장 따윈 없다. 최고가 되어 떠나라!
배달의 민족 사무실에서 볼 수 있는 표어란다. Z세대의 니즈에 가장 부합하는 그야말로 취향 저격의 문구다. 이제 평생직장의 개념은 흐릿해졌다. Z세대는 직장이 자신의 미래를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조직에 헌신하다가는 그야말로 헌신짝 된다는 것을 직시하고 있다. 그래서 몸담은 조직과 부서의 성장 보다는 자신이 성장하기를 원한다. 더 좋은 성장 환경이 조성된 곳이면 언제든 떠날 준비가 돼 있다. 선배 세대가 어떤 마음가짐 이어야 할지 시사하는 바가 분명하다.
이상 Z세대가 직장에서 원하는 6가지를 살펴보았다. Z세대가 직장에서 원하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는가? 조직에 합류하는 Z세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바람직한 리더십, 소통방식, 조직문화 등에 대해 바른 접근이 가능하다. 예컨대 공정하게 대우받기를 원하는 Z세대와 함께 한다면 평가의 공정성에 대해 더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또 합리적인 수준의 목표를 원하는 Z세대에게 과도한 목표는 동기부여를 저해할 수 있다. 조직이나 팀보다 개인이 존중받기를 원하는 Z세대에게는 평가와 보상 시에도 개인적인 접근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희대의 바람둥이 카사노바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내가 남들과 다른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위해 내 전부를 걸었다는 점이다.” 만약 당신이 Z세대 후배와 함께한다면 그들이 직장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관심을 갖고, 평소 잦은 스몰 토크(Small Talk)를 통해 파악해 볼 것을 권한다.
허두영 컨설턴트(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e-mail: davidstoneheo@gmail.com
※ 2000년생, Z세대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위 내용은 책의 일부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세대 간 행복한 공존을 응원합니다.
허 두영(작가, 강연자, 컨설턴트, 컬럼니스트)
2016년 직장 생활을 마친 후, 하고 싶은 일만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면서 자유롭게 살고 있다. 책 읽고 글 쓰고 강의하고 컨설팅하는 것이 주업이다. 1년에 1권씩 책을 출간했고, 해외 출간, TV와 라디오 출연 등으로 삶이 다채로워졌다. 대한민국 밀레니얼 세대를 분석한 최초의 책 《요즘 것들》 출간을 계기로 세대 전문가로 다양하게 활동해 오고 있다. KBS 스페셜 〈어른들은 모르는 Z세대의 삶〉, 국회방송 〈TV 도서관에 가다〉, KCTV 제주방송 〈JDC 글로벌 아카데미〉, 경인방송 〈사람과 책〉, 아리랑TV 〈아리랑 프라임〉, 채널A 뉴스, KTV, 성남TV, CJ그룹 사내 방송 등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엑스퍼트컨설팅, IGM세계경영연구원 등 인재 개발(HRD) 전문 컨설팅 기관에서 컨설턴트와 교수로 직장 생활을 했다. 교육 체계 수립 및 프로그램 개발, HRD 전략 수립, 조직 문화 개선, 비전 수립 및 핵심 가치 전파, 일하는 방식 개선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 개발로 경기도지사 표장을 받기도 했다. 지금은 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요즘것들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삼성전자, SK, 현대차그룹, LG, 롯데, 포스코, 한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한국전력, 한국은행 등 매년 100여 개 주요 조직, 1만여 명의 리더와 직원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컨설팅하고 있다. 삼성전자 DS부문 ‘리더십 아카데미’에서 <세대 공감과 다양성 포용>을 주제로 한 강의는 높은 평점과 함께 최고 인기 강좌로 주목받았다. 성균관대에서 행정학을, 연세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했고, 성균관대에서 행정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저서로는 『요즘 것들』(2018), 『첫 출근하는 딸에게』(2019), 『세대 공존의 기술』(2019), 『 데일리 루틴』(2021),『이젠 2000년생이다.』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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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사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서 발행하는 메거진 CHIEF EXECUTIVE 2023년 4월호에 실은 기사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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