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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에서 배우는 세대 간 소통: 본질은 사랑

[요즘것들 016] 세대 간 소통

by 허두영

<노인과 바다>는 일상도 비범하게 만드는 시적인 수사로 넘쳐난다!


이 책의 읽는 맛을 더하게 하는 것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담백한 시적인 표현과 따스한 감수성이다. 비범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을 해석해내는 수사는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하게 한다.


"해조가 잔잔한 파도에 너울거리며 흔들거리는 모습은 마치 바다가 누런 담요 아래에서 뭔가와 사랑의 행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별도 잠을 자고 달과 해도 잠을 자지 않은가. 심지어는 조류가 없는 아주 조용한 날이면 드넓은 바다도 가끔 잠들 때가 있지."
"동쪽 하늘로 점점 구름이 몰려오면서 그가 알고 있는 별이 하나둘 사라져 버렸다. 그는 마치 거대한 구름의 골짜기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고, 바람은 이제 완전히 멎어 있었다."
"배는 구름의 터널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그가 말했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그가 말했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OnixdPl5HX8


1. '노인과 바다'의 세 가지 매력


요즘 관객을 스크린으로 모으는 영화는 구성(줄거리)이 탄탄하고 감동도 있고 웃음이 묻어난다는 점이다. 좋은 영화는 이들 요소가 적절히 잘 버무려진 음식과 같다.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을 받는 좋은 책도 유사한 특징이 있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 전개와 가슴에 스며드는 감동과 피식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가 있어야 한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의 100페이지 남짓한 분량의 텍스트에는 이 모든 것들이 녹아있다.


저자와 순도 높은 대화를 위해 국내외 많은 비평들을 일체 보지 않았다. 책의 1/3을 차지하는 작품 해설은 물론 인터넷을 통해 이 작품에 대한 어떤 언급도 참고하지 않았다. 오롯이 저자와 나눈 대화로 순수한 느낌을 갖고 싶었고 나만의 해설을 하고 싶었다. 팔자에게 <노인과 바다>는 세 가지 느낌으로 다가왔다.



첫째, 따뜻함이다.


고요한 울림이었다. 노인과 소년의 서로를 향하는 따스한 마음은 책의 모든 텍스트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었다. 따뜻한 노인과 소년이 체온이 느껴졌다. 마치 지푸라기처럼 서로 엮여 하나의 단단한 플롯(구성)을 엮어냈다. 계속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 책을 놓을 수 없었다.


"식사예요. 같이 먹으려고요." "제가 살아 있는 동안은 할아버지가 굶은 채 고기잡이를 하시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예요"
소년은 아직도 졸렸고, 그래서 노인은 한 팔로 소년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미안하구나"


둘째, 위트다.


노인이 탄 조각배보다도 큰 청새치라는 고기를 잡느라 사투를 하는 긴장되는 순간에도 웃음을 스며냈다. 항해 중에도 노인이 툭툭 던지는 유머스런 독백은 고독하고 치열한 상황을 반어적으로 배가시켰다.


"여보게, 고기 양반, 그래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 그는 큰 소리로 물었다. "나는 기분이 좋다네. 왼손도 많이 좋아졌어. 오늘 밤과 내일 낮 동안의 식량도 갖추고 있지. 자, 친구, 어디 배나 끌어 보시지."
동쪽에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자 파도가 조금 일었고, 정오가 되어서야 비로소 노인의 왼손에 난 경련이 풀렸다. "이보게, 고기 양반, 자네에겐 반갑지 않은 소식이네."
"저놈이 이제 올라오고 있구나. 자, 손 친구야. 자, 제발 어서 정신을 차려." 그는 말했다
조금 전에 고기가 왜 뛰어올랐을까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마치 자기가 얼마나 큰지 자랑이라도 하려고 솟아오른 것 같아. 어쨌든 그 덕분에 얼마나 큰 놈인지 알게 되었지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도 내가 어떤 인간인지를 그놈한테 보여 주고 싶군. 하지만 저놈은 쥐가 난 손도 보게 되겠지. 녀석에게 내가 실제보다 힘이 센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게 해야지. 어쨌든 그렇게 될 테니까.


셋째, 서민적 정서와 여운이다.


가난한 노인의 삶과 있는 것에 자족하는 여유는 힐링을 줬다. 마치 우리가 평범하게 세 끼를 챙겨 먹고 낯선 땅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느끼는 그것과 비슷했다.


이 판잣집은 '구아노'라는 대왕 야자수의 튼튼한 껍질로 지었는데 방 안에는 침대, 식탁, 의자가 하나씩 있었고, 흙바닥에는 숯불을 피워 음식을 만드는 자리가 있었다... 셔츠는 하도 여러 번 기워서 마치 돛과 같았고, 기운 조각들이 햇볕에 여러 색깔로 바래 있었다... 신발을 신지 않은 맨발이었다.


*출처: https://www.slideshare.net/mraiyah/old-man-and-the-sea-16704749


소년은 아직도 졸렸고,
그래서 노인은 한 팔로
소년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미안하구나"
*출처: https://www.thedailybeast.com/how-ernest-hemingway-taught-the-world-to-drink


2. 노인 '살리아노'가 전하는 기성세대의 소통



1) 기운 넘치는 눈, 겸손함, 배려 - "겸손함을 배웠는지조차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육체는 노쇠했지만 바다색 빛나는 기운 넘치는 눈을 가진 노인 산티아고. 그는 '가장 운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의 스페인어인 ‘살라오’라고 불렸다. 많은 어부들이 노인을 놀렸다. 노인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희망과 자신감이 넘쳤다. 또 누군가에게 배운 것도 아닌데 겸손이 넘쳤다.


"그는 너무 단순한 사람이어서 자신이 언제 겸손함을 배웠는지조차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하지만 모두가 아름답게 나이 들지는 않는다. 노인 산티아고는 바다와 오래 함께 해서 바다를 닮아버린 것일까? 그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넓은 마음과 배려가 흘러 났다.


"비록 노인은 이 마을 사람들이 자기 물건에 손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갈고리오 작살을 배 안에 그냥 놔두는 것은 공연히 사람들의 마음을 유혹하는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노인의 마음에 한가운데 자리한 것은 ‘사랑이었으리라. 그의 아내 사랑에 잘 묻어난다.


사진을 볼 때마다 너무 울적한 기분이 들어 지금은 방구석에 있는 선반의 깨끗한 셔츠 밑에 넣어 두었다.


*출처: https://english11yang.weebly.com/setting.html


2) 인색하지 않은 칭찬, 그리고 측은지심 - "넌 참 친절하기도 하구나."


상대에게 칭찬하는 것은 의외로 쉽지 않다. 상대의 모습을 보면 칭찬할 거리보다는 질책할 거리가 눈에 더 잘 보이지 않는가? 노인은 칭찬에 인색하지 않았다. 친절하게 노인의 식사를 챙기는 소년의 태도에 칭찬을 놓치지 않는다. 적절한 타이밍에 상대방에게 던지는 사소하지만 진실한 칭찬은 마음을 움직인다.


"넌 참 친절하기도 하구나. 자, 그럼 어디 먹어 볼까?" 노인이 말했다.


노인의 마음은 참 따뜻하다. 그는 인간에 대한 긍휼과 측은지심이 있다. 인간관계는 스킬이 아니라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 아닌가.


소년은 아직도 졸렸고, 그래서 노인은 한 팔로 소년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미안하구나"
... 그들은 바다를 두고 경쟁자, 일터, 심지어 적대자인 것처럼 불렀다. 그러나 노인은 늘 바다를 여성으로 생각했으며, 큰 은혜를 베풀어 주기도 하고 빼앗기도 하는 무엇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노인은 자연에 대해서도 측은지심을 가진 사람이었다. 강자보다는 약자의 편이었다.


그는 날치를 무척이나 좋아하여 날치를 바다에서는 가장 친한 친구로 생각했다. 그러나 새들은 가엾다고 생각했는데, 그중에서도 언제나 날아다니면서 먹이를 찾지만 얻는 것이라곤 거의 없는 조그마하고 연약한 제비갈매기를 특히 가엾게 생각했다. 바다가 이렇게 잔혹할 수도 있는데 왜 제비갈매기처럼 연약하고 가냘픈 새를 만들어냈을까?
"(고깔 해파리에게) 아구아말라(스페인어로 '해로운 물'이라는 뜻), 갈보 년 같으니."
노인은 커다란 바다거북이 해파리들을 먹어 치우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았다.
노인은 지금까지 여러 해 동안 바다거북잡이 배를 탄 적이 있었지만 바다거북에 대해서는 왠지 아무런 신비감도 느껴보지 못했다. 오히려 가엾게만 느껴졌다.


노인의 측은지심은 확장한다. 그 마음은 강자를 대할 때도 예외가 아니었다.


노인은 자신의 낚시에 걸린 큰 고기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그 녀석을 죽인 건 정당방위였어. 그리고 정당한 방식으로 죽였다고" 노인은 큰소리로 말했다. 더구나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어떤 형태로든 다른 것들을 죽이고 있어 하고 그는 생각했다. 고기를 잡는 일은 나를 살려주지만 동시에 나를 죽이기도 하지. 그 소년은 나를 살려주고 있어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고기야, 난 이렇게 멀리 나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너를 위해서나 나를 위해서나 말이다. 고기야 미안하구나."


*출처: http://mediad.publicbroadcasting.net/p/kalw/files/styles/medium/public/201310/the-old-man-and


3) 전문성과 후배 육성 - "노인은 한 손으로 이 일을 능란하게 해치웠으며..."


노인의 관록은 바다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그의 풍부한 해양지식은 출항에서부터 항구에 돌아오는 내내 곳곳에 묻어난다.


그는 어떤 어부보다도 낚싯줄을 똑바로 드리울 수 있었다
그는 모든 상황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알고 있었다
"놈은 북쪽으로 향하고 있구나." 노인은 말했다. 하지만 조류 때문에 우리는 멀리 동쪽으로 밀려나게 될 거야 하고 그는 생각했다. 고기 놈이 조류를 타고 방향을 바꿔 주면 좋으련만 그건 놈이 지쳤다는 증거인데 말이야"


노인은 동네에서 가장 힘이 센 어부이기도 했다. 팔씨름을 추억하는 장면에 잘 나타난다.

*출처: http://www.kaysmithartist.com/Galleries/HemingwayGallery/slides/contest.html
그는 있는 힘을 다해 마침내 검둥이의 손을 밀어 테이블에 눕히고 말았다. 일요일 아침에 시작된 시합이 월요일 아침에서야 끝장이 났다... 그 뒤 오랫동안 모든 사람이 그를 '챔피언'이라고 불렀고, 봄에는 복수전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많은 돈을 거는 사람이 없었으며, 첫 번째 시합에서 시엔푸에고스 출신의 검둥이의 기를 꺾어 버렸기 때문에 이번에는 아주 쉽게 이길 수 있었다. 그는 마음만 먹으면 어떤 사람이라도 이길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다.
노인은 고기의 마음을 읽을 정도의 물고기에 대한 지식이 풍부했다. 정확하게 날씨를 예측하는 노하우뿐 아니라 나침반도 필요 없을 정도로 항해에 능숙했다.
고기란 놈은 하나같이 해 질 무렵이면 다루기 힘들어지는 법이거든
저놈은 이제 열두세 번 넘게 물 위로 뛰어오르면서 등줄기를 따라 있는 부레 속에 공기를 가득 채웠단 말이야. 그러니 이제 저놈은 내가 끌어올릴 수 없는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앚아 죽지는 않을 거야
동쪽 하늘로 점점 구름이 몰려오면서 그가 알고 있는 별이 하나둘 사라져 버렸다. 그는 마치 거대한 구름의 골짜기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고, 바람은 이제 완전히 멎어 있었다. "사나흘 지나면 날씨가 나빠지겠는걸."
노인은 남서쪽이 어느 쪽인지 알아내는 데 나침반이 필요 없었다. 무역풍이 와 닿는 감촉과 돛이 펴지는 상태만으로도 충분했다.


승부욕과 근성 넘치는 모습도 곳곳에 드러난다.


왜 나는 두 손을 다 잘 쓰는 양손잡이로 태어나지 못했을까 라고 노인은 생각했다. 한 손을 제대로 훈련시키지 못한 건 내 잘못일지도 몰라. 배울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다는 건 하나님도 아시지.
"고기야!" 노인은 크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난 죽을 때까지 너랑 같이 있을 테다"
"고기야, 나는 너를 끔찍이도 좋아하고 존경한단다. 하지만 오늘이 가기 전에 난 너를 죽이고 말 테다."
"고기야, 네놈이 지금 나를 죽이고 있구나"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하지만 네게도 그럴 권리는 있지. 한데 이 형제야, 난 지금껏 너보다 크고, 너보다 아름답고, 또 너보다 침착하고 고결한 놈은 보지 못했구나. 자, 그럼 이리 와서 나를 죽여보려무나. 누가 누구를 죽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출처: http://nothingiswrittenfilm.blogspot.kr/2016/08/the-old-man-and-sea.html


한편 노인은 후배 육성에도 힘썼다. 노인은 소년이 5살 때부터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소년은 고기를 곧잘 잡는 어부로 조금씩 성장해 간다. 노인과 소년은 사제 간 두터운 인연으로 줄탁동시를 보여준다. 마치 어미닭과 병아리가 동시에 알을 쪼듯 노인의 육성 의지와 소년의 학습의지가 환상의 궁합을 이룬다.


4) 역지사지, 탁월한 감정이입 - "저 고기 놈이 되어보고 싶구나"


노인의 역지사지는 끝판왕 수준이다. 고기와 사투를 벌이는 순간, 고기의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은 대량살상 소통 무기(?)라도 지닌 듯 환상적이다. 급기야 "저 고기 놈이 되어보고 싶구나."라고까지 말한다.


저 놈이 뭣 때문에 그렇게 몸부림쳤을까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목줄의 철사가 놈의 언덕같이 큼직한 등을 긁은 게 틀림없어. 그래도 놈의 등은 분명 내 등만큼 아프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제놈이 아무리 등치가 커도 이 배를 영원히 끌고 살 순 없겠지....
물속의 고기 놈한테도 먹을 것을 좀 줬으면 좋겠는데 하고 그는 생각했다. 저 놈하고 난 형제 사이니까
"저 고기 놈이 되어보고 싶구나"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노인은 아무것도 먹지 못한 큰 고기가 왠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고기 놈이 되어보고 싶구나"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노인은 아무것도 먹지 못한 큰 고기가
왠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뭣 때문에 저놈이 그렇게 날뛰었을까? 배가 고파서 발작한 것일까, 아니면 어둠 속에서 뭔가를 보고 겁을 집어먹은 것일까, 아니면 갑자기 겁을 집어먹었기 때문일지 몰라. 하지만 그렇게도 침착하고 힘센 고기였는데. 공포 따위는 느낄 리가 없고, 또 꽤나 자신만만한 놈 같았는데 말이야.
"내 고통 같은 건 문제가 아니야. 난 참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저 녀석은 고통 때문에 미쳐 버릴지도 몰라."


내 고통 같은 건 문제가 아니야.
난 참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저 녀석은 고통 때문에
미쳐 버릴지도 몰라.


5) 긍정성 - "이 늙은이야, 뭔가 좀 유쾌한 일을 생각해 봐"



노인은 계획했던 것보다 멀리 떠나 망망대해에서 고기와 결투를 벌이는 와중에도 긍정성을 잃지 않으려고 분투한다.


"이 늙은이야, 뭔가 좀 유쾌한 일을 생각해 봐. 이제는 시시각각 집으로 가까이 다가가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고기 무게가 20킬로그램이 줄어 배는 그만큼 가볍게 달리고 있고 말이야."
그가 말했다. 희망을 버리는 건 어리석은 일이야 하고 그는 생각했다. 더구나 그건 죄악이거든. 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말자 하고 그는 생각했다.


고난 가운데서 그 사람의 본질이 드러나거늘, 위기 속 노인의 긍정성을 본받아야 할 일이다.



희망을 버리는 건 어리석은 일이야
하고 그는 생각했다.
더구나 그건 죄악이거든.
*출처: http://www.openculture.com/2013/12/see-a-beautifully-hand-painted-animation-of-ernest-hemingwa


3. 소년 '마놀린'이 보여준 요즘 것들의 소통


다섯 살부터 노인과 배를 탄 소년, 그의 마음은 노인을 향한 측은지심, 아니 ‘사랑’으로 넘쳤다. 참 가슴 따뜻한 소년이다. 소년을 미끼로 요즘 젊은 세대가 가져야 할 소통 노하우 몇 가지를 낚아봤다.


1) 따뜻하고 바른 성품


사십 일이 지나도록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하자 소년의 부모는 소년에게 노인는 살라오(가장 운이 없는 사람)가 되었다고 한다. 더이상 그와 배를 함께 타지 말라고 한다. 소년은 부모가 시키는 대로 다른 배로 옮겨 타게 된다. 소년이 탐 배는 첫 주에 큼직한 고기를 세 마리나 잡는다. 하지만 소년은 날마다 노인이 빈 배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가슴 아파한다. 늘 노인을 마중 나가 노인이 사려 놓은 낚싯줄이며 갈고리를 챙기는 등 노인을 돕는다.


노인은 소년에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그래서 소년은 그를 무척이나 따랐다. 소년은 진심으로 노인을 살뜰히 챙겼다. 친할아버지 이상으로.


"제가 나가서 내일 쓰실 정어리를 좀 구해다 드릴까요?"
"아냐, 괜찮아. 가서 야구나 하고 놀렴. 나는 아직 노를 저을 수 있고, 로헬리오가 그물을 던져 줄 테니까."
"그래도 구해다 드리고 싶은걸요. 할아버지와 함께 고기잡이를 하지 못한다면, 다른 거라도 도와드리고 싶어요."
"넌 내게 맥주를 사 주지 않았니. 너도 이젠 어른이 다 됐구나." 노인이 말했다.
"할아버지, 몸을 따뜻하게 하고 계세요. 9월이라는 걸 잊지 마시고요"
"소년은 침대에서 낡은 군용 담요를 가져와 의자 뒤쪽에서 펴서 노인의 어깨를 덮어 주었다."
"식사예요. 같이 먹으려고요." "제가 살아 있는 동안은 할아버지가 굶은 채 고기잡이를 하시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예요"


*출처: http://oscareducation.blogspot.kr/2014/04/the-old-man-and-sea-major-characters.html


2) 존경과 칭찬: 상대를 기쁘게 해주는 사람


어린 소년은 나이답지 않게 성숙하다. 예의도 지킬 줄 안다.


"할아버지가 드실 준비를 다 하실 때까지 뚜껑을 열고 싶지 않았어요."


단지 나이 든 노인이어서 챙기는 것이 이상이다. 노인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존중한다.


"그리고 가장 훌륭한 어부는 할아버지시고요."
"고기를 잘 잡는 어부는 많이 있고, 또 아주 뛰어난 어부도 더러 있죠.
하지만 할아버지에 비길 만한 사람은 없어요."
"고맙구나, 넌 나를 기쁘게 해 주는구나.”


3) 역지사지: "나는 왜 이다지도 생각이 모자랄까?"


노인을 배려하는 소년의 마음은 어지간한 어른 이상이다. 소통에 대한 폼 나는 그 어떤 수식어나 정의가 무의미하게 한다. “소통은 그냥 사랑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더 잘해주지 못해 아쉬워하는...


"할아버지에게 물을 길어다 줘야 했는데 그랬구나 하고 소년은 생각했다.
비누와 수건도 가져와야 했는데 말이야. 나는 왜 이다지도 생각이 모자랄까?
할아버지에게 셔츠도 한 장 더 준비해 드려야 하고,
겨울 재킷과 신발 그리고 담요도 한 장 더 갖다 드려야 되겠는걸."


4) 자존감


소년은 그 누군가가 자신을 깨우는 것에도 자존심 상해한다. 게으르다는 느낌도 싫은 것이다. 참 기특하기 그지없다. 이 정도의 자존감이라면 소년이 어떻게 살아갈지도 훤히 그려진다.


전 주인아저씨가 깨워 주는 게 싫어요. 제가 그 사람보다 못난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4. 왜 책 제목이 '노인과 바다'일까? '노인과 소년'이 더 어울린다!


이 책의 제목을 왜 '노인과 바다'라고 했을까? 거듭 읽을수록 이 책의 제목은 '노인과 소년'으로 읽힌다. 노인과 소년의 가슴 따뜻한 우정 이야기이다. 그 증거는 책의 플롯을 이루고 있으며, 곳곳에 묻어난다.


1) 이심전심 - 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라!


노인의 지어낸 대화에도 소년은 능숙하게 라포를 형성한다.


"드실 만한 게 있나요?" 소년이 물었다.
"노란 쌀밥 한 그릇이랑 생선이 있어. 너도 좀 먹을래?"
"아뇨. 전 집에 가서 먹을게요. 불을 피워 드릴까요?"
"괜찮아. 나중에 내가 피우마. 아니면 그냥 찬밥을 먹어도 되고."
"투망 가져가도 될까요?"
"암, 되고 말고."
투망 같은 것이 있을 리 없었고, 소년은 노인이 투망을 언제 팔아 치웠는지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런 꾸며 낸 말을 날마다 되풀이했다. 노란 쌀밥도 생선도 있을 리 없었고, 이 또한 소년은 잘 알고 있었다.


2) 상대방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라!


노인과 소년은 공통의 관심사가 있었다. 바로 '야구'였다. 평상시 대화 주제는 야구였다. 고기를 잡기 위해 바다에서 고독하게 사투를 벌이는 3일 동안에도 노인은 야구 생각을 한다.


오늘 메이저리그 경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그는 생각했다. 라디오로 야구 중계를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소년은 그런 노인의 마음을 너무 잘 안다.


"야구 이야기해주세요." 소년이 그에게 부탁했다.
"아메리칸리그에선 역시 내가 말한 대로 양키스 팀이었어." 노인은 행복한 표정으로 말했다.


3) 근묵자흑 - 사랑하면 서로 닮는다!


노인과 소년은 서로를 깨우는 모습까지도 닮았다. 그래 사랑하면 서로 닮아가는 것이다.


"할아버지, 이제 그만 일어나세요." 소년은 이렇게 말하고 노인의 한쪽 무릎에 손을 얹었다.
노인은 소년이 눈을 뜨고 얼굴을 돌려 자기를 바라볼 때까지 소년의 한쪽 발을 살며시 잡고 있었다.


4) 상대의 아픔에 목놓아 울어줄 수 있는가?


3일 간 고기와 치열한 사투를 벌이다 부두에 도착한 노인은 자신의 판잣집에 들어갈 때까지 다섯 번이나 쉬어야 했다. 노인은 기진맥진 녹초가 되어 침대에 누어 잠이 들었다. 매일 노인의 빈자리를 확인했던 소년은 노인을 보고 복받치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다섯 번이나 목놓아 울고 만다.


#장면 1: 소년의 울음 1, 2

이튿날 아침에 소년이 판잣집 문안을 들여다보았을 때 노인은 잠을 자고 있었다. 그날은 바람이 몹시 사납게 불어서 유망어선이 바다에 나갈 수 없었기 때문에 소년은 늦잠을 자고 일어나 아침마다 그랬듯이 노인의 판잣집에 와 본 것이었다. 소년은 노인이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하고 나서 노인의 두 손을 보더니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커피를 가져오려고 조용히 판잣집을 빠져나와 길을 따라 내려가면서도 줄곧 엉엉 울었다.


#장면 2: 소년의 울음 3

"노인은 좀 어떠시냐" 어느 어부가 큰 소리로 물었다.
"주무시고 계세요." 소년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자기가 울고 있는 것을 어부들이 바라보고 있었지만 소년은 개의치 않았다. "그분을 깨우지 않은 게 좋겠네요."


#장면 3: 소년의 울음 4

소년은 테라스로 들어가서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뜨겁게 해 주세요. 우유랑 설탕도 듬뿍 넣어 주시고요."
(중략)
"정말 굉장한 고기 더구나. 저렇게 큰 놈은 난생처음 보았다니까. 어제 네가 잡은 두 마리도 꽤 좋은 놈이었다만." 주인이 말했다.
"제가 잡은 고기, 그까짓 거야, 뭐." 소년은 이렇게 말하고 또다시 울기 시작했다."
"너도 뭐 좀 마실래?" 주인이 물었다.
"아뇨. 산티아고 할아버지를 귀찮게 하지 말라고 일러 주세요. 전 그만 돌아가 봐야겠어요." 소년은 대답했다.


#장면 4: 소년의 울음 5

"얼른 나으셔야 해요. 전 아직 할아버지한테 배울 게 너무 많으니까요. 또 할아버지는 제게 모든 걸 가르쳐 주셔야 해요. 대체 얼마나 고생하신 거예요?"
"푹 쉬세요. 할아버지. 약국에서 손에 바를 약도 사 올게요."
"페드리코한테 고기 대가리를 주는 걸 잊지 마라."
*네 잘 기억하고 있을게요."
소년은 문밖으로 나와 발길에 닳고 닳은 산호초 길을 따라 걸어 내려가면서 또 엉엉 울었다.



'노인과 소년'이라는 또 다른 증거: 헤어진 3일 동안 더 넘쳤던 서로에 대한 그리움


노인과 소년의 우정은 출항 전후뿐 아니라 서로 떨어져 있던 3일 동안 더 절절히 나타난다. 특히 노인은 소년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했다. 고기를 낚는 기쁨의 순간에도 고기와 사투를 벌이는 순간에도 노인은 소년을 목놓아 부르짖었다.


이렇게 큰 소리로 혼잣말을 하기 시작한 것은 아마 소년이 배에서 떠나고 혼자서 고기잡이를 하면서부터인 것 같았다.
소년은 늦잠을 자고 일어나 아침마다 그랬듯이 노인의 판잣집에 와 본 것이었다.


인간은 고난과 어려움의 순간에 신을 찾게 된다. 노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노인은 소년보다 하나님을 먼저 찾는다. 그리고 다섯 번에 걸쳐 하나님을 찾는다. 노인의 손의 상처는 예수님의 못 박히신 손을, 청새치는 구원을, 상어는 사탄을 연상하게 하기도 했다. 3일은 요나가 물고기 뱃속에 있던 3일, 예수님이 돌아가시고 3일만에 부활하신 것도 오버랩됐다.


#장면 1: "하나님, 그놈이 제발 먹게 해 주십시오!" 노인이 큰 소리로 말했다
#장면 2: "하나님, 제발 저놈이 뛰어오르게 해 주세요. 저놈을 다룰 낚싯줄은 충분히 갖고 있습니다." 노인은 말했다
#장면 3: "하나님, 제발 쥐가 풀리도록 해 주세요. 저 고기 놈이 무슨 짓을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으니 말입니다." 그가 말했다.
#장면 4: "저에게는 신앙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고기를 잡게 해주신다면 주기도문과 성모송을 열 번씩이라도 외겠습니다. 만약 고기를 잡을 수만 있다면 코브레의 성모 마리아 님을 참배하기로 약속드리죠. 정말로 약속합니다."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노인은 기계적으로 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장면 5: "... 하나님, 제발 버틸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주기도문을 백 번 외우고, 성모송을 백 번이라도 외겠습니다."
#하나님 언급: "한 손을 제대로 훈련시키지 못한 건 내 잘못일지도 몰라. 배울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다는 건 하나님도 아시지."

*번역서에는 '하느님'이라고 되어 있음.

*출처: http://youjin8sje.weebly.com/the-old-man-and-the-sea.html

하지만 노인은 하나님(5회)보다 소년(12회)을 더 찾았다. 흥미로운 점은 노인은 소년을 찾을 때마다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간절했던 것이다.


#장면 1: "옆에 그 애가 있으면 좋을 텐데" 노인이 큰 소리로 말했다.
#장면 2: 그러고 나서 노인은 큰 소리로 말했다. "그 애가 옆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를 도와줄 수도 있고 이걸 구경할 수도 있을 텐데.
#장면 3: "그 애가 지금 내 옆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노인은 큰 소리로 말하고 나서 둥그스름한 이물 널빤지에 몸을 기댓다
#장면 4: "그 애가 옆에 있다면 정말 좋으련만" 노인은 큰 소리로 말했다
#장면 5: "지금 그 애가 내 곁에 있고, 또 소금이 조금 있으면 좋으련만." 그는 큰 소리로 말했다.
#장면 6: 만약 그 애가 옆에 있다면 손을 주물러서 팔뚝 아래부터 쥐를 풀어 줄 수도 있을 텐데 하고 그는 생각했다
#장면 7~9: "만약 그 애가 옆에 있었더라면 감아 둔 낚싯줄에 물을 축여줄 텐데 하고 그는 생각했다. 암, 그렇고말고, 그 애가 옆에 있어 주었더라면. 만약 그 애가 옆에 있었더라면 말이야.
#장면 10(언급만): 집으로 돌아가거든 그 아이와 함께 둘이서 다시 꼬아 이으면 돼
#장면 11(언급만): 고기를 잡는 일은 나를 살려주지만 동시에 나를 죽이기도 하지. 그 소년은 나를 살려주고 있어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장면 12(언급만): "나는 그 아이한테 내가 별난 늙은이라고 말했지. 지금이야말로 그 말을 입증해 보일 때야."


*출처: https://bookquotemonster.wordpress.com/2014/11/02/the-old-man-and-the-sea-by-ernest-hemingway/


흔히 인생을 항해에 비유해 인간의 고독, 치열한 삶의 모습을 빗댄다. 하지만 이 책을 <노인과 소년>이라는 관점에서 읽다 보면 <노인과 바다>라고 할만한 부분이 의외로 얼마 되지 않는다.


노인은 바다 저편을 바라보며 자신이 얼마나 홀로 고독하게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그러나 깊고 어두컴컴한 물속에서 프리즘이 보였고, 앞쪽으로 곧바로 깊고 뻗어 나간 낚싯줄이며 잔잔한 바다의 이상야릇한 파동이 보였다. 이제 무역풍이 불러오려는 듯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문득 앞쪽을 바라보니 물오리 떼가 바다 위 하늘에 새겨 놓은 듯 뚜렷하게 모습을 드러냈다가 흩어지고 다시 나타나면서 바다 위를 날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어느 누구도 바다에서는 결코 외롭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대단한 새나 짐승과 비교해 보면 인간이란 그리 대단한 게 못 돼. 난 차라리 저 컴컴한 바닷속에 사는 저런 놈이 되고 싶구나."


<노인과 바다>라는 관점에서 고통이 없이는 성취도 없고, 누구나 약점은 있으며, 좋은 일이란 오래가는 일이 없고, 범사에 감사해야 한다는 등의 메시지도 있다. 하지만 <노인과 소년>이라는 관점에서 메시지가 지배적이고 훨씬 강하게 다가온다. 노인과 소년을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조화와 화합 측면에서 해석해 볼 수 있다. 책에서 얘기하는 소통의 본질은 '사랑'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리고 지금도 두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계속 멤 논다.



인생 조각배를 같이 타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

가장 감격스럽고 아름다운 순간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


세대소통 컨설턴트 허두영(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허 두영(작가, 강연자, 컨설턴트, 컬럼니스트)


(주)엑스퍼트컨설팅, (주)IGM세계경영연구원 등 인재개발(HRD) 전문 컨설팅 기관에서 컨설턴트와 교수로 일하면서 100여 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교육 프로그램 개발 공로로 경기도지사 표창을 받기도 했다. 2017년에 독립해서 (주)지스퀘어스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지금은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요즘것들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성균관대에서 행정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글 쓰고 강의하며 컨설팅하는 것을 주업으로 하고 있다. 세대소통 컨설턴트이자 저자로서 [KBS 스페셜]의 ‘어른들은 모르는 Z세대의 삶’, 국회방송 [TV 도서관에 가다], KCTV 제주방송 [JDC 글로벌 아카데미], 경인방송 [사람과 책], 아리랑TV [아리랑 프라임], 채널A뉴스 등에 출연했다.


저서로는 『요즘 것들』(2018), 『첫 출근하는 딸에게』(2019), 『세대 공존의 기술』(2019), 『나는 오늘만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데일리 루틴』(2021), 이 있다.

이메일: davidstoneheo@gmail.com

홈페이지: https://www.davidstoneconsulting.com

블로그: http://blog.naver.com/davidstoneh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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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것들 #노인과바다 #세대간소통 #소통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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