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했성경] 49화, 이삭과 이스마엘부터 예루살렘 회복까지 연대기
CNN은 사망자 숫자를 센다. BBC는 파괴된 건물을 센다. 그러나 성경은 시간을 센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을 보는 세상의 눈은 단순하다. 영토분쟁, 종교갈등, 정치적 이해관계.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지구상에 분쟁지역이 수십 곳인데, 왜 유독 예루살렘만 전 세계가 떠들썩할까.
스가랴는 이미 2,500년 전에 답을 적어놨다.
"그날에는 내가 예루살렘으로 모든 민족에게 무거운 돌이 되게 하리니, 그것을 드는 자마다 상할 것이며…"(슥 12:3)
예루살렘은 세계의 화약고가 아니다. 하나님의 시계추다. 탱크가 지나가는 그 땅 밑에는, 4,000년 된 언약의 뿌리가 박혀 있다. 이 글은 그 뿌리를 따라가는 여정이다. 지금 벌어지는 전쟁이 사실은 '창세기 16장의 연장전'이라는, 소름 돋는 이야기.
① 약속보다 조급함을 택한 인간(창 16장)
모든 비극은 '기다림'을 포기한 순간 시작된다. 사라는 기다리다 지쳤다. 하나님이 약속하신 아들이 안 오자, 그녀는 '플랜 B'를 가동했다. 여종 하갈을 남편에게 보낸 것.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이스마엘이다. 이름의 뜻은 '하나님이 들으셨다'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출생은 '사람이 대신한 하나님의 타이밍'이었다.
하나님은 하갈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가 사람 중에 들나귀 같이 되리니, 그의 손이 모든 사람을 치겠고, 모든 사람의 손이 그를 칠 것이며…" (창 16:12)
이 한 문장이, 이후 4,000년 중동 역사 전체를 요약한다. 이삭은 '약속의 자녀'로 태어났고, 이스마엘은 '조급함의 결과'로 태어났다. 한 여인의 초조함이 오늘 가자지구의 로켓 발사로 이어진 셈이다.
② 형제의 분리와 하나님의 자비(창 21~25장)
이삭이 태어나자 집안이 폭발했다. 이스마엘이 이삭을 놀리는 장면을 본 사라는 분노했다. "저 여종과 그 아들을 내쫓으라"(창 21:10). 아브라함은 괴로웠지만, 하나님은 오히려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그로 큰 민족을 이루리라." (창 17:20)
하나님은 이스마엘도 버리지 않으셨다. 그러나 언약의 계승자는 오직 이삭이었다. 그날 이후 두 길이 갈라졌다. 언약과 복, 약속과 자립, 믿음과 본능. 이삭의 후손은 이스라엘이 되었고, 이스마엘의 후손은 아라비아 반도로 퍼져나갔다. 오늘의 이스라엘과 아랍 세계, 두 형제의 긴장은 바로 이 순간에 씨앗이 심어졌다.
③ 약속의 땅에 뿌리내리다(출애굽기~여호수아)
하나님은 모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에게 주리라 하신 땅에 들어가서 그것을 얻으라."(신 1:8)
이스라엘은 가나안에 들어갔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거기에 이미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는 것. 가나안 족속, 블레셋. 이들이 바로 오늘날 '팔레스타인'이라는 이름의 기원이 된 사람들이다. 팔레스타인(Palestine)은 블레셋(Philistine)에서 유래했다. 즉,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은 1948년에 시작된 게 아니다. 출애굽 때부터 시작된 이야기다.
④ 왕국의 영광과 분열(사무엘상~열왕기상 12장)
다윗은 예루살렘을 점령하고 수도로 삼았다(삼하 5:7). 솔로몬은 성전을 지었다. 그러나 우상숭배가 언약을 갉아먹었고, 왕국은 둘로 쪼개졌다. 북이스라엘과 남유다. 형제가 적이 되는 이 패턴, 익숙하지 않은가? 이삭과 이스마엘, 야곱과 에서, 요셉과 형들. 성경은 반복해서 '형제의 분열'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분열의 끝에는 항상 회복의 약속이 숨어 있다.
⑤ 포로와 귀환 - 흩어짐과 회복의 모형(열왕기하~느헤미야, 겔 37장)
BC 586년, 바벨론의 느부갓네살이 예루살렘을 불태웠다. 성전은 무너졌고, 백성은 포로로 끌려갔다. 언약의 시계가 멈춘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하나님은 에스겔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 무덤을 열고 너희를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가게 하리라."(겔 37:12)
고레스 칙령으로 그들은 돌아왔다(스 1:1~4). 그러나 그 회복은 완전하지 않았다. 이사야와 스가랴는 '미래의 더 큰 회복'을 예언했다. 예루살렘이 다시 열국의 중심이 되는 날을.
⑥ 주후 70년 - 성전의 불길과 언약 시계의 정지(눅 21:24)
예수님은 십자가 이전에 이미 예언하셨다.
"예루살렘이 이방인들에게 밟히리라, 이방인의 때가 차기까지."(눅 21:24)
주후 70년, 로마의 장군 티투스가 예루살렘을 포위했다. 다섯 달 후 성전은 불탔다. 예수님의 예언대로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았다"(마 24:2). 수십만 명이 죽고, 생존자들은 세계 곳곳으로 흩어졌다. 이날부터 '이방인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하나님의 시계는 이스라엘에서 멈췄고, 복음의 무대는 열방으로 옮겨졌다. 바울은 이렇게 설명했다.
"이방인의 충만한 수가 들어오기까지 이스라엘의 더러는 완악하게 된 것이라."(롬 11:25)
그러나 멈춘 시계는 완전히 고장 난 게 아니었다. 하나님은 여전히 예루살렘을 기억하고 계셨다.
⑦ 마른 뼈의 환상과 홀로코스트(겔 37:1~14)
1933년부터 1945년까지, 나치 독일은 600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했다. 세계는 침묵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에스겔을 통해 이미 이 장면을 보여주셨다.
"이 뼈들은 이스라엘 족속이라. 그들이 말하기를 우리의 소망이 끊어졌다 하도다."(겔 37:11)
홀로코스트는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악이다. 그러나 성경의 렌즈로 보면, 그 죽음의 골짜기는 동시에 '부활 직전의 마른 뼈들'이었다. 에스겔 37장의 환상이 아우슈비츠에서 실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⑧ 1948년, 한 날에 태어난 나라(사 66:8)
1948년 5월 14일. 2,000년 동안 나라 없이 떠돌던 민족이 하루 만에 독립을 선포했다. 이사야는 이렇게 물었다.
"나라가 하루에 생기겠느냐?"(사 66:8)
대답은 '그렇다'였다. UN 결의안 181호가 통과되자 이스라엘은 태어났고, 동시에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네 나라가 침공했다. 그러나 살아남았다. 이날은 단순한 정치적 승리가 아니다. 예언의 문자적 실현이다. 2,000년 만에 멈췄던 시계가 다시 째깍거리기 시작한 순간.
⑨ 1950년, 귀환법 제정(사 43:5~6)
하나님은 이사야를 통해 약속하셨다.
"내 아들들을 먼 곳에서, 내 딸들을 땅끝에서 오게 하라."(사 43:5~6)
1950년, 이스라엘은 귀환법(Law of Return)을 제정했다. 전 세계에 흩어졌던 유대인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러시아, 예멘, 에티오피아, 미국. 모든 대륙에서 유대인들이 모여들었다. 하나님의 언약이 여권 스탬프로 찍히는 순간이었다.
⑩ 1967년 6월 7일, 예루살렘 회복, '이방인의 때'의 종결(눅 21:24)
6일 전쟁 셋째 날, 이스라엘 낙하산 부대가 성전산을 점령했다. 지휘관 모셰 다얀의 외침이 전 세계 라디오로 퍼졌다.
"하라 하바이트 베야데누! - 성전산이 우리의 손에 있다!"
이날은 누가복음 21장 24절의 예언이 완전히 성취된 날이다. 1,897년 동안 이방의 발아래 있던 예루살렘이, 드디어 이스라엘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날, 하나님의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⑪ 약속의 계승 vs. 억압의 저항(창 16:12)
오늘의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약속의 계승자'라 믿는다. 그리고 팔레스타인은 자신들을 '억압받는 자'라 여긴다. 이 두 정체성은 창세기 16장 12절의 예언처럼 서로를 향해 손을 든다.
"그의 손이 모든 사람을 치겠고, 모든 사람의 손이 그를 칠 것이며…"
이스라엘을 향한 적대감은 이슬람 세계의 정체성을 결속시키는 상징이 되었다. '억압받는 자의 정체성'과 '저항의 사명'이 그들의 역사 서사가 되었다. 그러나 성경은 이 모든 싸움이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언약의 완성으로 향하는 여정임을 보여준다.
누가복음 21장 24절은 역사로 증명되었다.
"예루살렘이 이방인들에게 밟히리라, 이방인의 때가 차기까지."
그리고 로마서 11장 25~26절은 약속한다.
"이방인의 충만한 수가 들어오면, 온 이스라엘이 구원을 얻으리라."
이스라엘의 회복은 단순한 민족주의의 사건이 아니다. 그건 하나님의 언약이 역사 속에서 실시간으로 실현되는 증거다. 예언은 소설이 아니었다. 지금도 예루살렘은 하나님의 시계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인간의 눈에는 전쟁이지만, 하나님의 눈에는 언약의 완성이다.
허두영 작가
현) 인천성산교회 안수집사, 청년부 교사
현) 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 요즘것들연구소 소장
인천성산교회 홈페이지: http://isungs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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