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했성경] 58화, 하나님이 남기신 구속 기록과 인간이 덧붙인 이야기
한 교인이 물었다.
"가톨릭 성경에는 책이 더 많던데요? '지혜서'나 '마카베오서' 같은 외경도 성경 아닌가요?"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다. 성경의 본질을 묻는 질문이다. '무엇이 진짜 하나님의 말씀인가?' 개신교 성경엔 정경 66권만 있고, 7권의 외경은 빠져 있다. 왜일까?
'정경(Canon)'이란 말은 원래 ‘측량줄, 기준선’을 뜻한다. 하나님이 ‘여기까지’라고 그으신 선이다. 교회가 성경을 만든 것이 아니라, 성경이 교회를 낳았다. 교회는 말씀의 품에서 태어난 자식이다. 예수님은 부활 후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모세의 율법과 선지자와 시편에 나를 가리켜 기록된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하리라." (눅 24:44)
이 한 문장 안에 이미 히브리 정경의 구조가 들어 있다. 율법(토라), 선지자(느빔), 성문서(케투빔). 예수님은 이 세 범주 안의 말씀만 인용하셨다. 그분은 70인역 헬라어 성경을 아셨지만, 그 안의 외경은 단 한 번도 인용하지 않으셨다. 예수님의 침묵은 곧 선언이었다.
"하나님이 말씀하신 책과 인간이 쓴 책은 다르다."
말라기 이후 400년, 하늘은 침묵했다. 그러나 인간의 펜은 쉬지 않았다. 하나님이 침묵하신 그 시간, 헬라 문명이 예루살렘을 삼키고 있었다. 플라톤의 철학과 유대 신앙이 뒤섞였다. '지혜'와 '이데아'가 손을 잡았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것이 바로 ‘외경(Apocrypha)’이다. 겉모습은 경건하고 교훈적이지만, 그 내면엔 계시의 빛보다 인간의 철학이 더 짙게 배어 있다.
지혜서는 인간의 이성으로 하나님의 섭리를 논하고, 시락서는 유교의 윤리와 흡사한 도덕 교훈을 담았다. 마카베오서는 민족의 영웅 서사, 유딧서와 토비트서는 신앙적 교훈담, 바룩서는 예레미야의 제자 이름을 빌려 쓴 위문문이다. 하나님의 침묵을 인간의 지혜로 메우려 한 시도, 그 결과물이 외경이다.
16세기, 마르틴 루터가 외쳤다.
"교황도, 전통도 아니다. 오직 말씀(Sola Scriptura)만이 진리의 기준이다!"
그 한마디가 중세 교회를 뒤흔들었다. 이에 가톨릭은 반격했다. 1546년 트렌트 공의회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라틴어로 번역된 성경(제롬의 번역본)에 포함된 모든 책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동일하게 인정한다."
문제는 그 '라틴어 성경' 안에 외경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가톨릭은 루터의 '오직 믿음'을 반박하기 위해, 행위와 공로를 강조한 외경을 정경으로 채택했다. 가톨릭은 "교회가 성경의 경계를 정한다"라고 선언했고, 개신교는 "하나님이 이미 그 경계를 정하셨다"라고 맞섰다.
이 충돌은 단순한 교리 논쟁이 아니었다. 말씀의 권위를 둘러싼 역사적 분기점이었다. 말씀 위에 교회를 둘 것인가, 교회 위에 말씀을 둘 것인가. 그 질문은 지금도 교회의 방향을 가른다.
성경엔 외경 외에도 수많은 문헌이 언급된다. '야살의 책', '여호와의 전쟁기', '이스라엘 왕조 연대기', '유다 왕 역대지략', '이스라엘 왕 역대지략', '솔로몬 행전', '나단의 글', '갓 선지자의 묵시', '아히야의 예언서', '스마야의 역사', '예후의 글', '잇도 선견자의 묵시', '다윗의 시집', '솔로몬의 시와 잠언', '고라 자손의 노래', '므리암의 노래', '모세의 노래', '야일의 딸의 노래', '다윗의 애가' 등 실로 많은 책이 성경 속에 등장한다.
이들은 고대 이스라엘의 공적 역사 기록, 예언자의 자료, 찬송과 전쟁 기록, 개인 연대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중 일부만 인용하시고, 나머지는 시간 속에 흩어지게 하셨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성경은 모든 사실의 기록이 아니라, 구속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역사의 모든 문헌을 보존하지 않으셨다. 그분은 구원의 이야기만 남기셨다. 정경은 단순한 정보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과 계획, 곧 구속사의 핵심만 압축된 하나님의 선택된 책이다. 많은 책이 있었지만, 하나님은 말씀만 남기셨다.
하나님은 "무엇이 내 말인가"를 명확히 구분하셨다.
1. 영감성 -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되었는가?(딤후 3:16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2. 사도성/예언자성 - 하나님이 세운 사도와 선지자를 통해 주어졌는가?(엡 2:20 "너희는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터 위에 세우심을 입은 자라")
3. 정통성 - 복음의 진리와 일치하는가?(갈 1:8 "우리나...천사라도 우리가 전한 복음 외에 다른 복음을 전하면 저주를 받을지어다")
4. 영적 권위 - 인간의 사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명령으로 선포되는가?
5. 보편성 - 하나님의 백성이 일관되게 말씀으로 인정해 왔는가?
6. 영적 열매 - 시대를 넘어 영혼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는가?(히 4:12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활력이 있어")
이 중 하나라도 결핍되면, 그 책은 하나님의 말씀이 될 수 없다. 정경은 하나님이 '나의 말'이라 인증하신 책이고, 외경은 인간이 "하나님을 향해 쓴 책"이다.
정경은 인간의 합의가 아니라 하나님의 선택이다. 교회는 그 선택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인정'했을 뿐이다. 성경은 교회를 만들었고, 교회는 성경을 증언한다. 그러므로 신앙의 근거는 전통이 아니라 말씀이다. 빛은 전통의 그림자 속에서 나오지 않는다. 빛은 오직 말씀 안에서만 난다.
오늘의 세상은 또 다른 외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외경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하나님의 침묵을 인간의 지혜로 메우려는 욕망." 성경은 그 반대편에 서 있다. 인간의 지혜를 하나님의 침묵 앞에 무릎 꿇게 하는 책. 정경은 하나님이 내려오신 기록이고, 외경은 인간이 올라가려 한 기록이다. 정경은 구속의 노래, 외경은 신앙의 독백이다.
하나님은 많은 책 중에서 오직 말씀만 남기셨다. 그건 단순한 과거의 사실이 아니라, 오늘 교회가 다시 회복해야 할 신앙의 고백이다. 성경은 닫힌 책이 아니다. 그것은 여전히 살아 움직이며, 우리의 내면을 비추는 하나님의 목소리다.
허두영 작가
현) 인천성산교회 안수집사, 청년부 교사
현) 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 요즘것들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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