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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두영 Oct 26. 2019

직장에서 요즘 것들 괴롭히는 꼰대의 유형들

[세대 공존의 기술 009] 나도 혹시 꼰대?

2019년 5월 30일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에서 ‘꼰대’를 소개하는가 하면, 같은 해 9월 24일에는 영국의 공영방송사인 BBC의 공식 페이스북에 오늘의 단어로 ‘꼰대’(Kkondae)를 선정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각각 꼰대에 대한 해석은 다음과 같이 했다.


“젊은 사람들의 복종을 당연시하며 거들먹거리는 나이 든 사람”
“자신이 하는 비판은 재빠르지만, 자신을 향한 비판은 인정하지 않는 사람, 자신은 항상 옳고 남은 틀리다고 주장하는 나이 든 사람”


 이제 꼰대는 익숙한 단어다. 그만큼 시대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과거의 나에 사로잡힌 사람이 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한 취업포털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9명이 “입사 후 후회한 적 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후회 이유 중 1위는 "꼰대가 많고 수직적 조직문화를 가진 회사"이기 때문이라는 응답이었다. 실제 꼰대는 젊은 후배 세대의 퇴사를 부르는 주범이다. 구글 트렌드에서 ‘꼰대’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히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포털 사이트에 ‘꼰대’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꼰대 뜻’ ‘꼰대 테스트’ ‘꼰대 어원’ ‘직장 스트레스’ ‘꼰대가르송’ ‘꼰대질’ ‘세대 차이와 갈등’ ‘싫은 사람’ ‘X세대 꼰대’ ‘90년대생’ 등 다양한 연관 검색어가 뜬다.


픽사베이 이미지


이렇듯 꼰대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실제 직장은 물론 사회 도처에 꼰대질을 넘어 갑질을 일삼는 다양한 꼰대들이 도사리고 있다. 신분 의식, 권위주의, 특권 의식 등 서열 중심 사고와 차별주의, 가족 우선주의, 남존여비 등의 왜곡된 유교 문화의 원인이 크다. 꼰대의 모습은 몇 가지로 유형화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꼰대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직장 내 꼰대들의 유형



1. 서열주의자: 주민등록증부터 내민다. 호구조사까지 끝나면 바로 반말을 한다. 친근함의 표현이 아니다. 서열이 정해진 것뿐이다.


2. 깃털처럼 가벼운 입: 타인의 얘기를 잘 들어준다. 하지만 속 얘기까지 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다른 누군가와 대화할 때 내 얘기가 소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유형에는 단점이나 사적인 얘기는 삼가는 게 안전하다.


3. 책임 전가 박사: 맡은 업무의 상황이 불리해지면 책임지기보다는 슬그머니 발을 뺄 궁리부터 한다. 함께 일한 후배가 낭패를 볼 수도 있다.


4. 나쁜 보스: 후배 직원을 자신의 성공을 위한 도구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후배 직원 육성 따윈 관심 없다. 제 밥그릇 챙기기만 빠른 냉혈 이기주의자다. 


5. 평론가: 사회는 물론 업무나 회사, 구성원까지 매사에 불만이 있다. 그와 얘기하면 사사건건 의견 충돌이 생긴다. 멀리하는 게 상책이다. 전염성이 강하다.


6. 빨간펜 선생: 마이크로 매니저(Micro Manager)다. 일을 완벽하게 하는 유형이라기보다는 소소한 것을 따지느라 큰 그림을 못 보는 유형이다. 이런 유형과 일하는 후배라면 오탈자, 띄어쓰기 등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도 신경 써야 한다.


7. 개새끼: 모든 면에서 나랑은 안 맞는 유형이다. 퇴사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탈출하듯 이직을 해도 비슷한 사람을 또 만날 수 있으니 적절한 대응 방법을 신속하게 찾는 게 현명하다. 멘토 같은 사람에게 도움을 구할 필요가 있다.


8. 호로새끼: 능력도 없고 인격도 안 좋아 욕먹으며 직장생활 하는 유형이다. 함께 하지 않는 건 행운이다.


9. 정치가: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관계와 정치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유형이다. 약삭빠르고 밉상이지만 직장에서 생존율이 높고 잘 되는 경우도 많다. 단점은 줄을 잘못 서면 낭패를 본다.


10. 존버러 부장: 능력, 재력, 매력 그 어떤 것도 없이 처자식 때문에 버티며 근근이 직장생활을 연명한다.


11. 거머리 같은 태클러: 매사에 딴지 걸며 부딪히는 유형이다. 나에게 모함을 하며 공격해 올 수도 있다. 함께 하면 상처를 입을 수 있으니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게 필수다. 에너지를 뺏는 거머리 같아서 피하는 게 상책이다.


12. 인터셉터: 후배의 공을 가로채는 게 특기다. 그래서 대부분의 직원이 기피하는 인물이다. 후배가 힘들게 일해도 공감이나 측은지심이 부족하다. 오로지 그가 잘 보여야 할 대상에게만 시선이 고정되어 있다.


13. 녹음기: 회식, 미팅 등 후배와 대화하는 자리가 생기면 녹음기를 재생하듯 똑같은 내용의 무용담을 되풀이한다.


14. 음란 마귀: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성적인 농담과 음담패설을 거리낌 없이 일삼는다. 본인은 껄껄껄 박장대소하지만 다른 사람은 재미없다. 그는 은근히 그런 분위기를 즐긴다. 이런 유형에게는 호응하지 말고 정색해야 한다.


15. 무식하면서 용기 있는 사람: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직원과 회사를 서서히 병들게 한다. 최악의 꼰대 유형 중 하나다.


16. 결정 장애자: A4 용지, 젓가락, 커피 등 소소한 비용 처리도 망설이느라 의사결정이 늦고 서툴다. 이 유형은 결재라인에서 항상 병목 지점이며, 회사의 업무처리 속도를 느리게 하는 주범이다.


17. 답정너: 모든 업무와 상황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야 직성이 풀리는 유형이다. 자기 생각과 반대되는 의견에 예민하고 쉽게 수용하지 못한다. 회의 때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결론이 나야 하고, 심지어 식사 메뉴를 선택하는 것마저 리더십을 발휘한다.


18. 스크루지: 회식이나 티타임 후 기분 좋게 한턱내는 일이 드물다. 이런 유형이 불문율처럼 지키는 룰이 있다. ‘N 분의 1’


19. 테러리스트: 휴가나 업무 시간 외에 후배에게 SNS나 이메일로 삶에 태클을 걸어오는 유형이다. 업무 중심이거나 워라밸에 대해 부정적이다.


20. 야근을 부르는 자: “나를 좀 만족시켜 봐.” 끝을 알 수 없는 눈높이로 어지간한 업무 결과에는 만족하지 않는다. 후배 직원들은 그의 업무 요구 수준에 맞추느라 역량은 늘지 모르지만, 야근으로 몸은 시들어간다. 


21. 얼리 버드: 가장 먼저 출근한다. 늘 그렇다. 신념처럼 지킨다. 하지만 고성과자는 아니다.


22. 결벽 주의자: 늘 그의 주변 정리를 잘한다. 책상에 모니터와 마우스 외에 아무것도 없는 경우도 있다. 거기까지는 좋다. 내 집 책상처럼 화분, 인형, 가습기 등으로 아기자기하게 자리를 꾸민 후배를 보면서 참견한다.


23. 스펙 좋은 무능력자: 범접할 수 없는 스펙이지만 몸값을 못 한다. 


24. 사이코패스: 본인만 자신을 모르는 ‘미친놈’이다.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이다.


25. 4차원: 직원들과 잘 섞이지 못한다. 독특한 세계관을 가졌다. 남다른 창의력으로 뛰어난 성과를 내거나 아니면 그냥 또라이다.


26. 외톨이: 구성원들에게 은따(은근한 따돌림)가 되었거나 스스로 왕따다. 구성원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개 점심 식사를 혼자서 한다.


27. 애어른: 사소한 일에 잘 삐진다. 이런 유형을 대하는 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먼저 다가가고 먼저 사과하면 된다. 


28. 분노조절 장애자: 화가 나면 속으로 삭이지 못하고 고성을 지르며 사무실 분위기를 싸늘하게 하는 사람이다. 


29. 갓을 쓴 꼰대: 식사 순서, 상석, 지각 등 예절과 근태를 칼같이 따진다. “요즘 애들은 버릇없어.”라며 유독 예절을 따지는 사람이다.


30. 함흥차사: 직원에게 부재중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는 유형이다.   


31. 회의 중독자: 온종일 회의를 하느라 바쁜 사람이다. 모든 업무를 회의로 해결하려고 하는 회의맹신자이다. 회의를 자주 하지만 그만큼 결과물이나 실행력이 따라주지 않는다.


32. 조급증 환자: 늘 여유 없이 일에 쫓기며 산다. “시간 없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일한다. 일 욕심이 많다기보다 시간 관리를 못 하는 유형이다.


33. 노답이: 메일이나 SNS에 답이 없거나 피드백이 느리다. 기다리는 직원은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직접 만나서 얘기하는 게 나을 수 있다.


34. 무데뽀: 일단 저지르고 본다. 뒷수습은 남은 자들의 몫이다.


35. 스펙 커밍아웃: 무슨 법칙이라도 있는 듯 특정 학교나 기업 출신자들은 대화 시작 후 몇 분 안에 자신의 정체성을 어김없이 밝힌다. “나 OO 학교 나왔어,” “나 OO 회사 출신이야.” 누가 물어본 것도 아니다.


36. 아재 개그: 개그 욕심이 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기회가 왔다 싶으면 철 지난 유행어나 말장난으로 드립력을 발휘한다. 주변 사람은 웃기도 안 웃기도 애매하다.  


37. 호구: 사람도 좋고 착해서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유형이다. 하지만 거절하고 질책할 줄 몰라 자신도 후배 직원들도 답답하고 힘들 때가 있다.


38. 자칭 멘토: 선배랍시고 업무나 직장생활에 대해 훈수를 두고 매사에 가르치려 든다. 평상시 귀감이 되는 모습은 아니며 별로 귀담아듣거나 배울 게 없을 수 있다.


39. 진보 꼰대: 말로는 정의, 평등, 공정을 얘기하지만, 뒤로는 자녀 유학, 부동산 증식 등으로 기득권으로서 온갖 잇속을 챙기며 위선적이다. 언행일치가 안 된다. 주로 학생운동을 했던 586세대(현재 50대로 1960년대 태어나서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세대) 꼰대를 가리킨다. 사실 진보라는 수식어도 잘못된 표현이다. 진보하면 뭔가 진취적인 느낌인데 사실은 시대에 역행하는 퇴보적인 모습에 가깝기 때문이다. ‘좌파 꼰대’가 옳은 표현이다. 유사품으로 보수 꼰대가 있다.



기업문화라는 건 만들기는 어렵지만 무너지는 건 쉽다. 이를 모르는 꼰대들이 너무 많다. 예컨대 다음의 두 단계만으로도 기업문화를 쉽게 망가뜨릴 수 있다.


1단계, 휴가를 간다. 

2단계, 휴가를 가서도 계속 일한다. 


위에서 제시한 직장 내 꼰대들의 유형 중 ‘테러리스트’에 해당한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업무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완전한 휴가’가 어려운 회사는 직원들의 충성도도 낮고, 이직률도 높다. 휴가 중 보낸 이메일은 ‘휴가를 가도 완벽하게 쉴 수 없다’는 기업의 부정적인 단면을 보여준다. 작은 관행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 ‘그 사람 없이는 일하는 것을 신뢰할 수 없다’라거나 ‘휴가를 떠나기 전에 일을 완전히 마무리하는 게 힘들 정도로 체계적이지 않다’라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이런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호감을 주기 힘들고 능력을 과소평가 받게 만든다. 조직에서 꼰대의 부정적인 역할은 생각보다 크다. 그들은 후배 직원들의 직장생활 질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며, 건강한 조직문화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어디든 꼰대는 있다. 꼰대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스스로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필수이다. 세상은 넓고 꼰대는 많다.


이상은 책 <세대 공존의 기술> 20~26 페이지의 내용을 옮긴 것입니다.






허 두영(작가, 강연자, 컨설턴트, 컬럼니스트)


(주)엑스퍼트컨설팅, (주)IGM세계경영연구원 등 인재개발(HRD) 전문 컨설팅 기관에서 컨설턴트와 교수로 일하면서 100여 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교육 프로그램 개발 공로로 경기도지사 표창을 받기도 했다. 2017년에 독립해서 (주)지스퀘어스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지금은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요즘것들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성균관대에서 행정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글 쓰고 강의하며 컨설팅하는 것을 주업으로 하고 있다. 세대소통 컨설턴트이자 저자로서 [KBS 스페셜]의 ‘어른들은 모르는 Z세대의 삶’, 국회방송 [TV 도서관에 가다], KCTV 제주방송 [JDC 글로벌 아카데미], 경인방송 [사람과 책], 아리랑TV [아리랑 프라임], 채널A뉴스 등에 출연했다.


저서로는 『요즘 것들』(2018), 『첫 출근하는 딸에게』(2019), 『세대 공존의 기술』(2019), 『나는 오늘만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데일리 루틴』(2021), 이 있다.

이메일: davidstoneheo@gmail.com

홈페이지: https://www.davidstoneconsulting.com

블로그: http://blog.naver.com/davidstoneheo 

브런치: http://brunch.co.kr/@davidstoneh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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