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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빗 Aug 04. 2022

우영우라는 판타지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지난주, 미뤄왔던, 아니 애써 외면했던 그 드라마를 보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똑바로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자폐스펙트럼 장애와 서번트 증후군의 천재성을 동시에 가진 독특한 장애인.


자폐 장애아이를 가진 부모로서 자폐인의 이야기는 큰 관심사 일수 밖에 없다.

심지어 자폐인 변호사라니.

그럼에도 이 드라마에 주저했던건 두 가지 이유였다.



먼저, 

기사로 전해 들은 내용들 때문이다.

남주와 러브라인, 법정에서 홀로 하는 변론 장면 등.

매일 내가 마주하는 '자폐' 라는 녀석과 너무 동떨어져 있기때문이다.



다음은,

두려웠기때문이다. 

수차례 봤던 영화 '말아톤' 에도 눈물 콧물 쏙빼는데, 이 드라마는 오죽할까. 

넷플릭스를 열었다 닫기만 수차례였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마주하였다.


뛰어난 연기와 구성, 

법정 공방의 긴장감까지 챙긴 드라마는

기대 이상이었다.


재미요소도 적절히 배치해

모처럼 시간가는줄 모르고 본 드라마였다.


그리고, 

자폐 아동의 부모로서 '우영우'를 바라본 복잡한 마음을 적어보려 한다.




먼저, 크게 공감 했던 부분들이다



1.

자폐인의 일반적 특성을 잘 드러냈다.

하이톤의 말투와 반복적인 행동. 특정위치에 정리하는 강박증.

너무 과하지 않게 비교적 정확히 표현했다.

같은 그릇에 같은 음식을 선호하는 모습에선

우리 아이를 보는 줄 착각할 정도였다.

자폐장애인 각각은 다양한 특징을 보인다. 그럼에도 유사한 부분들이 있다. 

그런 특징들을 적절히 보여 주고 있다.   



2.

뛰어난 연기력.

누구보다 주연배우 박은빈 님에게 박수를 보낸다. 

휴지를 정리하는 손가락 움직임, 다소 과장돼 보이는 몸동작.

집중하던 것에는 과한 리액션을,

그 외에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 특징까지

배우분의 많은 연습이 동작 하나하나에 배여 있다.





다음으로, 판타지처럼 멀게 느껴졌던 부분들이다.



1.

천재성과 사회성의 공존.

자폐인은 대화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대화주제와 동떨어진 얘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드라마에서 '고래' 이야기처럼 말이다.

집중적인 언어치료를 통해 '고래'얘기를 조절 할 수 있게 됐다고 치자. 그래도 여러사람과 빠르게 오가는 대화주제를 캐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드라마 속 장면처럼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기란 참 힘든 일이다.

그런 이유로 비장애인들은 자폐장애인을 기다려주기 힘들다.

특히 쟁점과 논리가 범람하는 법정에선 특히 그러하다.



2.

적극적인 감정표현.

많은 이들이 가슴 설랬을 '이준호'씨와 러브라인.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사랑 이야기는 꽤 흔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자폐인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좋아한다는 감정을 비장애인에게 이해시키기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10화에 등장하는 지적장애인 '신혜영'씨의 사랑 이야기가 더 현실적이다.



3.

우영우를 제외한 모든 주변상황.

가장 판타지는 우영우가 아니다. 그녀를 대하는 모든 주변 이야기들이 판타지다.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우영우가 있을 수 있을까.

서울대와 로스쿨 수석졸업도 그녀를 대형로펌 변호사로 허락하긴 힘든게 현실이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편협하다.

특히 강력한 기득권을 가진 법과 변호사의 세계에서, 우영우는 하늘을 나는 '아이언맨' 보다 더욱 판타지에 가깝게 느껴질 뿐이다.  








그럼에도 응원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그녀가 티키타카 대화를 이끌며 논리적인 언변을 펼치길 응원한다.

그녀가 더욱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이준호씨와 사랑의 결실을 맺길 희망한다.

그녀가 높은 법의 상아탑을 뛰어넘어 훌륭한 변호사로 자리잡길 바란다.



그래서 

하늘을 나는 이야기가 판타지가 아닌 현실이 될 수 있길 응원한다.

그래서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시선이 조금 더 부드러워지길 희망한다.

그래서

청각장애와 지적발달장애를 같이 갖고 있는 우리 아이를

이 사회가 조금 더 이해해 줄 수 있길 바래본다.



진부하지 않은 장애인 '우영우'의 이야기로

진부한 수많은 장애인 처우 개선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한 걸음 더 나아가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끝으로, 


3화에 등장하는 '김정훈'씨의 어머니 대사를 인용하고자 한다. 

 


"못난 마음인거 아는데, 변호사님을 보는데 우리 부부 마음이 복잡했어요. 변호사님도 정훈이도 똑같은 자폐인데 둘이 너무 다르니까 비교하게 되더라구요. 자폐가 있어도 머리좋은 경우가 종종있다고 듣긴했는데, 이렇게 실제로 보니까 마음이 이상했어요. 자폐는 대부분 우리 정훈이 같잖아요. 나아질거라는 희망을 갖기에는 너무 오래걸리잖아요.. "



우리 아이를 보는 것 같아 울컥했던 이 대사는,

작가가 자폐인 부모들에게 '드라마 우영우'를 이해해달라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해해보려 한다.

'우영우'가 단순히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을 바꿀 하나의 지렛대가 되어주길 바라며. 






사진출처 및 저작권 : ENA 이상한변호사우영우 (넷플릭스 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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