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데이빗 Mar 31. 2017

보고와 결재, 왜 필요한거죠?

치사하고 스직하라

일은 끊이질 않고 요구사항은늘어만 간다. 상사는 예전에 요청한 자료가 아직이냐며 닥달한다. 여기저기 Pending 이슈들이 발목을 잡는다. 정리되지 않은 일들이 가득한 메일함을 보면 한숨만 나올 뿐이다. 띠링, 어제 올린 결재건은 무슨 내용이냐며 부서장의 반려 메일이 회신되어 날아온다.



1. 보고와 결재는 숫자와 용어의 집합체.


외국계 기업에서 기술영업 업무를 처음 맡았을 때, 모든 내용은 보고서와 수치화된 자료로 표현해야만 했다. 

이런 경험은 이후 삼성 안에서 마케팅으로 부서를 옮기는 과정에 큰 효과를 발휘 했다. 

마케팅이라는 부서 특징에 맞춰 나를 알리는 보고서를만들었다. 본인이 개발한 제품의 기술적 특징이 아닌, 매출액과 순이익, 시장점유율과 같은 내용을 마케팅 용어들과 함께 만들어 작성하였다. 짧은 소개자료였지만, 마케팅 팀장의 입맛에 맞춰진 내용은 수월한부서이동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R&D 개발직군은 상대적으로 자료 작성할 일이 적다. 우리는 흔히 공대생 이라고 하면 수학과 씨름하며 숫자에 강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업무 현장에서는 개발팀보다 영업, 마케팅 직군이 훨씬 숫자에 민감하다. 보고 자료와 형식을 중요시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피터 드러커는“아무도배우려 하지 않지만 입사하여 꼭 배워야 하는게 있다. 바로 자신의 생각을 글과 보고서로 표현하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상사의 요청 사항을 말로 때우지말고 보고서로 만들어보자.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추상적인 표현들을 구체적인 용어와 숫자들로 작성해 보자.

아래와 같은 방법을 통해 이런 과정을 연습할 수있다.


*  돈키호테 요약하기


풍차와 싸우는 기사 이야기로 유명한 ‘돈키호테’를 알 것이다. 먼저 이 이야기로 연습해보자.

돈키호테를 짧게 요약해서 소개 해주는 것이다.


먼저 예시1.

돈키호테라는 기사가 정신이상으로 풍차를 거인이라 부르고 결투를 하다가 나가떨어지기도 한다. 같은 마을 친구가 옆을 따라 다니며 말리지만 고집 센 돈키호테는 끝내 말을 듣지 않는다. 여행 중, 보다 못한 마을 청년이 기사로 변장하고 대결을 펼치고, 돈키호테는 패배 후 상심하여 집에 돌아와 앓다가 숨을 거둔다.


이번에는 예시2.

라만차 지방의 돈키호테는 로시난테를 타고 바르셀로나로 여정을 떠난다. 주막에서 기사작위를 받은 후, 시골여인 둘시네아를 공주라 믿고 소꾸에야모스의풍차와 대결을 한다. 말리던 친구 산초는 어느새 여행동료가 되고 툴레도와사라고사를 지나 바르셀로나에서기사로 분장한 마을청년에게 패하고 꿈과 모험을 잃은 채 귀향하게 된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무엇인가?

그렇다, 예시2번 글은 객관적 사실 위주로 작성된 것이다. 감정적인 부분을 최대한 배제하고 객관적인 사실 위주로 이야기를 서술하였다. 또 하나는 명칭이다. 정확한 이름, 지역명 등 이런 것들이 기억해야 할 중요 포인트가된다.


보고와 결재의 기본은 팩트와 의견을 구분하는 것이다.

돈키호테 뿐 아니라 익히 많이 알려진 소설이나 영화를 가지고 연습해보는 것이 좋다. 가까운 친구나 가족에게 해당 이야기를 길지 않게 소개 해주는 것이다. 연습을 할 땐 항상 KeyWord를 기억하는것이 중요하다. 



2. 관리받고싶은가, 관리하고 싶은가?


큰아이가 태어나고 100일이 지났다. 100일 떡을 부서원들과 나눠먹고자 와이프는 손수 떡을 준비했다.

마치 공항 검색대 같은 회사 입구에서 떡 상자를 가지고 들어가려던 필자는 의외의 제재를 받았다. 떡을 가지고 들어 갈 때도 결재를 받아야 한다는 것.

100일 떡이며 부서에서 나눠 먹을 거라고 말했지만 보안요원은 나를 테러범 보듯이 바라봤다. 결국 떡 상자를 밖에 두고 혼자 들어가, 부서장 결재를 받고 나서야 다 식어버린 떡을 나눠 줄 수 있었다.\


어느새 몇 년을 생활 하다 보니 익숙해졌지만, 현대나 외국계 기업과 비교했을 때, 삼성은 굉장히 많은 결재를 필요로 한다. 또한 한번의 결재에도 많은 합의자가 필요하다. 동시에 결재 후 통보자도 어마어마 하다. 항상메일함은 결재 후 통보 메일로 가득 차기 일쑤다. 


왜 이렇게 많은 합의와 통보, 결재를 필요로 할까.

책임을 분산 하고자 하는 것이다. 

위 사례에서 떡을 반입할 때 결재를 하는 것도, 이후 있을 알 수 없는 사고 - 식중독이나 급체 같은, 보안 과는 무관한 – 에 책임을 질 담당자가 필요한 것이다.


다수의 보고체계를 가지고 있고 이미 시스템화가 되어 있다. 그럼에도 별도로 구두 보고를 하고, 메일로도 확인하고, 다시 전화를 해서 묻곤한다. 이런 시시콜콜한 과정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다. '관리'라는 말을 다양한 의미로 활요하곤 한다. 그 중, 업무와 관련하여 볼 땐, 현대차와 삼성의 가장 상반된 부분은 '책임을 누가 지는가'에 있다.

 

현대차는 관리자 역할을 맡은 이에게 비교적 전권을 이임한다. 많은 결정권을 부여하고 그 결과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 중간 관리자들은 실무자와 거리가 가까운 편이다. 실무자의 요청사항을 이해하고 있기에 비교적 결재는 간단하게 마무리 된다. 대신, 혹시 문제가 생긴다면 담당자는 무한에 가까운 책임을 진다.


삼성은 책임이 분산되어 있다. 1차 승인자부터 최종 결재자까지 책임을 분산해 두었다. 결국 실무자가 처리하는 한 개의 사안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섥히곤 한다. 문제되는 사항이 생기면 서로 누가 잘못했는지를 따지는 일이 다반사다. 

외국계의 경우는 어떨까

필자가 가장 놀란 것은, 별도의 결재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그룹웨어 안에 결재 시스템을 만들어 둔다. 하지만 필자가 있었던 외국계 기업은 메일로 결재가 필요한 내용을 적어서 보내거나, 구두로 확인 해서라도 진행할 수 있다. 때로는 부서장 수준에서 확인될 수도 있고, 때로는 사장에게 직접 메일을 쓰기도 한다.

문제가 생기면 담당자가 협의 하는 것이 우선이나, 담당자가 어려움을 느끼면 즉시 팀장에게 SOS를 요청 하곤 한다.

물론 모든 외국계 기업이 이러하단 것은 아니다.


각각의 경우는 저마다의 장단점이 있다.

현대차의 경우,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단 책임자는 무한한 책임감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보통 비노조원으로 전환되는 과장급부터 이런 부담되는 상황에 놓일 확률이 높아진다.


삼성의 경우, 베스트 초이스를 할 수 있다. 많은 이해관계인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도출하는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좀 더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시간상의 이유로, 합리적인 답을 찾는 과정을 생략하고 최상위자의 의견에따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국계의 방식은 소규모 조직에 적합하다. 인원이 늘어나 조직이 커지면 동일한 시스템은 불가능하다. 또한 일부 주요 담당자들이 갑자기 자리를 비울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직장생활 3원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