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onal Computer란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바로 우리가 쓰고 있는 개인용 컴퓨터 ‘PC’의 약자입니다. 어느덧 PC는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요소가 되었고, 스마트폰 역시 없어선 안 될 요소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 다음으로 Personal Robot이 우리의 삶 속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공항에서 로봇이 길을 안내해주고, 은행에서는 휴머노이드가 예금상품을 비교하고 추천해줍니다. 이제 우리 주변에서 로봇을 접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로봇기술은 가까운 미래에 우리 삶의 한가운데로 로봇을 들여보내고, 우리 인간 삶의 패러다임을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듯 로봇이 우리의 삶 속에 빠르게 들어오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답은 바로 로봇 플랫폼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최근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플랫폼 붐이 일고 있는데요. 이 플랫폼 경쟁은 마치 초기 컴퓨터와 스마트폰 시장을 떠올리게 합니다.
우리는 이미 플랫폼의 효과를 경험했습니다. 과거에는 컴퓨터의 종류마다 CPU와 운영체제 등의 실행 환경이 달라 소프트웨어를 다르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이런 시장에서 소비자는 고가의 비용을 지급하고 컴퓨터를 살 수밖에 없었죠.
IBM과 인텔에 의해 값싼 하드웨어가 보급되었고, 그 기반을 바탕으로 윈도우와 애플이 개인용 컴퓨터 OS를 발표하면서 우리는 본격적인 PC 시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시간이 흘러 PC는 개인용 스마트폰으로 발전했고, 이는 안드로이드와 iOS라는 플랫폼을 바탕으로 빠르고 값싸게 보급되고 있습니다.
현재 로봇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라별, 기업별로 독자적인 로봇 플랫폼을 선보이며 시장 선점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죠. 여기에 개방과 오픈 소스화의 물결에 힘입어 로봇 플랫폼 시장은 전 세계 개발자들을 흡수하고 있을 뿐 아니라 로봇제어를 위한 SDK(Software development kit,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들이 공개되며 더 많은 이들을 로봇 애플리케이션 개발 생태계로 불러모으고 있는 상황입니다.
로봇 플랫폼의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할 수 있는 열쇠는 하드웨어의 모듈화, 소프트웨어의 개방성과 커뮤니티의 확장성에 달려 있습니다. 그 싸움은 이미 시작됐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로봇 플랫폼은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개발자를 위한 대표적인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인텔(Intel)의 리얼센스를 들 수 있죠.
인텔은 ‘리얼센스’ 기술을 활용해 디바이스에서도 인간과 같은 감각이 가능하도록 기술을 선도·혁신·통합시켜나가고 있습니다. 나인봇(Ninebot) 세그웨이(Segway)와 같은 1인용 이동수단은 새로운 인텔 리얼센스를 통해 멋진 로봇으로 탈바꿈했죠. 하드웨어 플랫폼의 경우 모바일 로봇, 드론, 휴머노이드 형태의 연구용 하드웨어 플랫폼뿐만 아니라 소프트뱅크의 페퍼, MIT 미디어랩의 지보 등 다양한 제품들도 출시돼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플랫폼은 PC나 스마트폰 못지않게 로봇에서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어떤 운영체제를 탑재하느냐에 따라 기기의 성능과 활용도가 달라지기 때문이죠. 예전에 운영체제가 없었던 시절에는 응용 소프트웨어들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전문가 수준의 운용 능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PC 확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응용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발을 도와주는 개발도구를 포함하여 GUI(Graphical user interface,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특화된 운영체제가 개발됐죠.
로봇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의 로봇은 대부분 하드웨어를 직접 컨트롤하는 언어(Firmware)를 배워야 했을 뿐 아니라 서로 각기 다른 하드웨어용 명령어를 배워야 했습니다.
이때 등장한 로봇 운영체제(ROS, Robot Operating System)는 로봇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필요한 하드웨어 추상화부터 하위 디바이스 제어, 기능 구현을 비롯해 다양한 개발 및 디버깅 도구를 제공해 사용자가 쉽게 로봇을 제어할 수 있게 해줬죠.
소프트뱅크가 발표한 로봇 페퍼는 왜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로봇의 핵심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사례입니다.
사람의 말을 인식하고 얼굴을 알아볼 뿐 아니라 사용자가 한 말을 기억하고 학습하여 추천 서비스를 제공해주죠. 이 모든 것은 클라우드와 연결돼 실시간으로 처리되고 또, 업그레이드됩니다. 페퍼를 작동하게 하는 대부분의 기술은 소프트웨어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산업용 로봇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Rethink Robotics는 협력 제조 로봇인 ‘벡스터’를 발표하면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벡스터는 오픈 소스 로봇 OS로 하드웨어를 제어할 뿐만 아니라 각종 애플리케이션이 탑재될 수 있도록 SDK도 제공하고 있죠.
1. ROS(Robot Operating System)
로봇 소프트웨어 플랫폼에서 ROS는 로봇계의 안드로이드로 통합니다. ROS는 로봇용 공개소스 메타 운영체제인데요. 로봇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지원을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해당 기종의 하드웨어에서 사용 가능한 운영 체제와 같은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2009년 8월 ROS.org를 열어 핵심 로봇 소프트웨어 ROS를 오픈소스로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2010년에는 대당 40만 달러에 이르는 로봇 ‘PR2’를 전 세계 10여 개 연구실에 무료로 공급했는데요. 이는 ROS를 로봇 플랫폼의 표준으로 만드는 밑거름이 됐습니다. 현재 ROS는 빠르게 개발자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을 뿐 아니라 ROS2.0 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2. 나오키(NAOqi)
ROS를 중심으로 비슷하게 성장해오던 로봇 플랫폼 시장은 소프트뱅크와 알데바란의 연합으로 출시한 페퍼의 등장과 함께 본격적인 경쟁 구도로 돌아섰습니다. ‘페퍼’는 알데바란의 ‘나오키’라는 플랫폼 위에서 제작된 것으로 ‘나오키’는 감정의 상호작용 구조에 강점을 지니고 있어 ROS와는 또 다른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ROS와 달리 Closed Source* 정책을 펼치고 있어 하드웨어 플랫폼의 활용에 제한이 있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 저작권 소유자의 예외적 법적 권한 하에 허가된 컴퓨터 소프트웨어, 독점 소프트웨어 소스라고도 한다.
한국에는 ROS나 나오키처럼 운영체제 형태의 로봇 플랫폼은 아직 없습니다. 국내 로봇산업계를 중심으로 국산 개방형 로봇 서비스 플랫폼인 ‘OPRoS'(Open Platform for Robotic Service)가 개발 진행 중이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죠. 하지만 ROS에서 사용되는 ‘터틀봇’, 하드웨어 플랫폼,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에 다수 참가한 ‘똘망’ 플랫폼 등 하드웨어 플랫폼 시장이 성장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에 이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으로는 사용자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듯 로봇에 자신이 원하는 기능과 동작을 넣고, 구현하고자 할 것입니다. 미리 짜놓은 동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원하는 응용 프로그램을 구매하거나 개발하여 자신의 로봇 기능을 확장하는 것이죠.
아직은 안전성 문제 등으로 인해 하드웨어 혹은 소프트웨어 특성에 맞는 응용 프로그램을 구매하거나 개발해야 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봇 플랫폼도 HW 및 SW에 대한 공용화와 재활용성을 위하여 모듈화에 대한 국제 표준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향후 개발될 국내의 로봇 오퍼레이팅 시스템은 MS사의 윈도우즈나 LINUX 혹은 안드로이드와 같이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로봇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로봇 플랫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나 만나던 사람만큼 똑똑한 지능을 가진 로봇을 실제로 만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skt insight에 투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