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far
삐그덕 삐그덕 잘못 들은 건가?
나무들이 소꿉장난하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뚝딱뚝딱 메트로놈 소리인가?
음악을 지으려 망치질하는 소리가 들린다.
분명 피아노 연주를 듣고 있는데, 어째서 피아노 소리가 아닌, 피아노를 만드는 소리가 들리는 걸까.
아이슬란드 출신의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Vikingur Ólafsson)의 앨범 《From Afar》를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혼란이다. 익숙한 그랜드 피아노의 고급스러운 소리를 기대했던 귀에 날아든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작은 소리들. 나무와 천, 망치와 숨소리의 섬세한 뒤섞임이었다.
올라프손은 《From Afar》에서 두 대의 피아노를 사용했다. 하나는 우리가 잘 아는 그랜드 피아노이고, 다른 하나는 어릴 적 동네 피아노 학원에서 흔히 보던 업라이트 피아노다. 업라이트 피아노에는 한 가지 특별한 장치를 했다. 피아노 현과 해머 사이에 부드러운 펠트를 덧대어 소리를 일부러 작고 섬세하게 만든 것이다.
왜 그랬을까? 비킹구르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녹음은 누군가에게 비밀을 속삭이는 것 같아야 해요. 음악이 단지 소리의 울림이 아니라, 숨소리와 나무의 작은 떨림까지 담은 친밀한 대화처럼 느껴지도록요.”
https://music.apple.com/kr/album/from-afar/1633075835
그랜드 피아노가 풍성한 울림과 공간감을 만들어낸다면, 펠트를 덧댄 업라이트 피아노는 마치 연주자의 곁에 앉아 숨소리 하나까지 듣는 듯한 사적이고 은밀한 순간을 전해준다. 가까이 둔 마이크 덕분에 해머가 현을 때리는 소리, 미세한 삐걱거림, 피아노 내부의 나무 소리까지 그대로 들린다. 듣고 있으면 마치 연주자와 같은 공간에 앉아 피아노 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기분이다.
앨범에는 각 곡의 그랜드 피아노와 업라이트 피아노 버전이 있다.
두 버전의 녹음을 모두 공개한 이유도 재미있다. 두 아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없었다 한다. 화려함과 친밀함, 거대함과 미세함 사이에서 하나의 소리를 고르는 것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결국 두 악기의 소리는 각각의 트랙을 통해 교차하며, 하나의 큰 흐름 속에서 서로를 보완하고 완성한다.
From afar,
저 멀리서 들려오는 추억과 밀려오는 그리움.
https://youtu.be/IDm9udLzwu0?si=kFB2nnyknNT8lNv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