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
어릴 때의 선명한 기억 중 하나는 토요일마다 엄마 아빠와 청소년 문화회관에 롤러스케이트를 타러 간 것이었다. 토요일마다 그곳은 차도를 막고 청소년들이 롤러스케이트, 브레이드,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해놓았다.
아이들이 엄마 아빠에게 손을 내밀어 스케이트를 타고, 나 역시도 그랬다. 언니는 혼자서 씽씽 잘 타는 것 같은데 나는 유독 잘 못 탔던 것 같다. 엄마는 나를 혼자서도 타게 했고 손을 잡아끌어주기도 했다.
토요일마다 엄마와 함께 청소년회관을 갈 때면 엄마는 늘 목표를 정해 주었다. <오늘 5번 엉덩방아 찧기> 지금 생각해 보면 귀여워 웃음이 나는 목표지만 나는 그 당시 비장했다. 그리고 그만큼 엄마는 내게 넘어지는 만큼 실력이 는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었던 것 같다. 반드시 넘어질 테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그 의미를 모르는 나는 그저 롤러스케이트를 타다 내가 넘어진다면 반드시 엉덩이로 넘어지리라, 그리고 넘어진 것에 자랑스러워 하리라는 다짐을 하며 비장하게 끈을 고쳐 매었다.
엄마는 아빠와 인도 곁에 앉아있고 나는 혼자서 롤러스케이트를 끌었다. 언니는 저 멀리서 두발자전거도 슝슝 잘 타고 있는듯했는데, 나는 스케이트에 거의 끌려가듯 그곳을 엉거주춤 기어 다녔다. 너무 바퀴가 빠르게 구르는 듯하면 나는 두려웠지만 엄마의 말을 기억했다. 앞으로 기우뚱 넘어질 것 같으면 엉덩이를 땅에 떨어뜨려 속도를 멈추고 나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럴 때마다 엄마가 괜찮다고 잘했다고 손뼉 쳐줬다. 그리고 지난주보다는 확실히 덜 넘어지는 것 같다며 칭찬도 해줬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끝끝내 롤러스케이트를 잘 타지 못했다. 그렇지만 적어도 넘어졌을 때 나는 못하는 애라며 좌절하거나, 너무 아프다며 주저앉아만 있지 않았던 것이 그때의 내게 가장 큰 배움이지 않았었을까.
사실 실수하고 넘어지는 것은 지금도 참 아프다. 가급적이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순간이다. 그럼에도 내 삶 가운데 넘어짐이 절대 없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아가진 않는다. 때론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넘어지게 될 때가 있고, 그 넘어짐이 오히려 나를 배우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이런 나는 어디에서부터 오는 걸까 생각해 보면, 아마도 나는 어렸을 때 열심히 넘어지고, 웃어봤기 때문이지 않을까? 넘어져도 괜찮다고, 이렇게 자라가는 것임을 배웠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