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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나무 Nov 10. 2021

미라클 모닝이라는 허상(1)

나도 좀 미라클 해보자

2019년 연말 나의 유튜브 알고리즘이 웬일로 기특한 일을 했다. 새해에는 좀 그럴싸한 인간이 되어보는 건 어때,라고 하듯 온갖 자기 계발 영상들을 제안해왔다. 하나 둘 호기심에 들여다보니 어느새 내 피드는 썸네일만 봐도 반짝반짝 빛이 나는 ‘갓생러’들로 가득 찼다.


작년 유퀴즈에 출연했던 ‘김유진 미국 변호사’도 그중 하나였다. 시원시원해 보이는 인상에 확신에 찬 듯한 눈빛이 나의 손가락을 끌었고, 무엇보다 ‘4시 30분 기상’이라는 당시 내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녀의 영상은 한창 유행하던 브이로그들의 작위적인 느낌이 없었다. 구성도 단순했다. 새벽 4시 30분 기상 후 출근하기 전 6시까지, 그러니까 1시간 30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대한 모습과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이야기를 담은 로그였다. 영상 속 그녀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유튜브에 올릴 영상 편집을 했다. 그 꼭두새벽에 홈 바이크를 타며 땀을 빼기도 했다. 


홀린 듯이 몇 개의 영상을 연달아 본 뒤 겨우 유튜브에서 벗어났다. 그러다 문득 인터넷을 켜고 미라클 모닝을 검색했다. 한때 서가에 붐을 일으켰던 엘 할로드의 책 <미라클 모닝>의 서평과 후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책에서는 아침을 맞이하며 하기 좋은 6가지 습관을 제안하고 있었다.


- 침묵

- 일기 쓰기

- 확신의 말

- 시각화

- 독서

- 운동


그럴싸해 보였다. 이미 미라클 모닝을 꾸준히 수행해 온 선배 블로거들의 말에 의하면 무엇보다 기분이 상쾌해지고 긍정적 마인드가 된다고 했다. 긍정적 마인드... 몇 개월 간의 괴롭힘에서 겨우 벗어나 멘탈 회복을 하던 당시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었다. 


유튜버 김유진 미국 변호사도 말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주도할 수 있는 시간은 오직 그 고요한 아침뿐이라고. 


그래, 해보는 거야.
뭐, 그까짓 거 어렵겠어? 


새해까지 남은 날짜는 6일. 

딱 일주일 뒤부터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는 거야. 나는 다시 한번 비장한 다짐 앞에 섰다. 금요일이면 토요일 새벽 4시까지 술을 마시던 나였다. 그런 내가 새벽 4시에 기상을...? 아니아니, 새로운 사람. 다시 태어나는 거라고. 


그렇게 2020년을 향한 대망의, 대책 없는, 미라클 모닝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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