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싶어서 그냥 하는 말인데 그댄 왜 이렇게 내 맘을 몰라 정말
노래 ‘사랑에 미쳐서 (지선)’ 중
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툭 던져도 웃음으로 돌아올 말이 내게 무관심한 사람에게는 살포시 건네도 냉담한 반응으로 돌아온 경험. 잔잔하게 아프고 무안했던 기억.
처음 보는 사람과 꼭 스몰톡을 해야 한다면 주제는 보통 특별한 논쟁거리가 없는, 예를 들어 모두가 공감할만한 날씨 이야기가 최고다. 하지만 ‘웃고 싶어서’, ‘그냥’ 하는 말들은 의외로 스몰톡의 주제가 되기 어렵다. 오가는 호감이 없다면 꺼내기도, 유지되기도 어려운 사소한 요소들.
예를 들어 아이 친구의 엄마를 우연히 식당에서 만났을 때 요즘 놀이터에 잘 안 보여서 궁금했다고 반갑게 인사했는데 “아, 예. 그렇네요.”하며 시선을 방황할 때, 친해지고 싶던 동료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오늘 출근길 많이 막혀 힘들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글쎄요, 그랬나요?”라며 내릴 층수만 보고 있을 때. 어쨌든 인사에 화답했고, 출근길이 서로 달라 특별히 더 막혔음을 못 느꼈을 수 있지만 내가 건넨 온도보다 한없이 차가운 반응이 돌아올 때 어쩔 수 없이 헛헛함이 돈다.
오랜만에 생각나는 친구에게 말을 걸 때도 마찬가지. 나는 그저 안부가 궁금해서 말을 걸었지만 상대는 의아해 하기 쉽다. 물론 겉으로는 다양한 말로 안부를 물어와 주지만 결국 여기저기 붙은 ‘얘가 왜?’라는 뉘앙스를 무시하기 어렵다. 그래서 뭔가 용건이 있어야 할 것만 같다.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그저 안부가 궁금해도 쉽게 말을 걸기 어려워 용건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해서라도 사람을 남기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상대의 뜨뜻미지근한 반응들에 데인 후부터는 이어져 있다고 여겼던 끈을 올 풀린 실밥으로 여기고 미련 없이 끊어내기로 했다. 행여 끊어질까 애쓰고 마음 졸였던 에너지를 이제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인연들에 더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오늘 일 할만 해?
오후에 정신 못 차려서 카페인 원샷 중이야.
아니, 어제 퇴근 시간에 버스 탔는데 사람이, 사람이…
숨도 못 쉬고 실려갔겠네 ㅋㅋ
내 기준으로 시시콜콜한 이야기의 범위는 요즘, 약 일주일간의 나다. 어제, 오늘의 나를 나눌 수 있다면 꽤 가까운 사이라 느낀다. 1년 만에 연락한 사람에게 내가 지난 주 봤던 예능을, 어제 먹었던 디저트를, 오늘 들를 가게에 대해 이야기하긴 어렵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고민해봤다. 손에 꼽지만 그래도 가족 제외하고 다섯 손가락은 접힌다. 회사 동료 중 목적 없이 이야기하는 것이 어려운 관계도 많지만 적어도 우리 사무실 안에서는 지난 주에 봤던 영화를, 어제 퇴근하고 있었던 일을, 오늘 뜬 기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이 정도면 그래도 가벼운 공기를 함께 마시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점심에도 지난 한 주간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것들을 나누었다. 남는 건 옅은 웃음과 가벼운 마음 뿐 가라앉는 것도, 고민할 것도 없었다. 깊고 묵직한 걸 나눌 수 있는 관계도 참 중요하지만 내게는 가볍게 점심 한 끼 먹을 수 있는 관계도 소중하다. 잘 지켜내고 있음에 감사하다.
* 표지 사진 출처 | Unslpash @Planet Volu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