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어려워졌다

by 새벽숨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참 다양하지만 근래 내 글쓰기를 방해하는 생각은 '나(혹은 남)를 어디까지 노출 시켜도 될까?'이다. 나의 이야기를 쓰다 보면 나를 변호하기 위해 사건의 전체 중 일부를 숨기려 한다. 반면 남의 이야기를 쓸 때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전체 중 다수를 과장하려 시도한다.


친구들과의 대화 내용만 봐도 그렇다. 모두 비슷한 처지에 놓인 직장인들이니만큼 회사에서의 사건들을 거창하게 늘여 놓는데 종종 나는 피해자로, 타인은 욕을 먹어도 싼 인물로 설정할 때가 많다. 일을 안 하거나 실수가 잦은 직원이 보이면 그 즉시 단체 채팅방에 답답함을 토로하는데, 회사에서 수십 분간 카톡에 열을 올리는 월루(월급루팡=월급도둑)의 모습을 하고서 내 업무상 실수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그런 내가 오피스라이프를 글로 풀어놓을 때 이런 모순된 면모를 숨길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나와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 만한 소재를 어떻게 찾아야 할까. 사실 사람만 글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연도, 사물도, 사회 현상도 모두 글의 주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주변을 살펴 본 후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은 내 관점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문제는 내 관점이 사회가 통용할 수 있는 기준에서 얼마큼 비뚤어져 있을지 모를 일이고, 그것을 글로 옮기면 독자에게 내가 어떤 사람으로 낙인 찍힐지 모른다는 것이다.


또한 내가 쓴 글로 인해 단단히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환경과 사고에 따라 다른 생각을 가진다. 그래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공감 혹은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내 글이 토론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좋은 현상일 수 있으나 과연 건전한 비판만 오가는 장이 될지는 의문이다. 나에게 혹은 타인에게 비난이 떨어지기 좋은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면 어쩌나. 물론 이런 상황은 내 글이 많은 사람에게 읽힌 후에나 가능한 부분이니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위와 같은 일이 일어나면 그 책임은 글쓴이에게 돌아올테니 글을 쓰려 하면 괜히 마음이 무거워진다.




여기에서 생각이 멈추면 난 앞으로 글을 못 쓸 것이다. 하지만 내 하루를, 내 생각을 끊임없이 쓰고 싶고 또 써야 한다. 생각을 문자로 표현하는 것은 모호하게 끝날 수 있는 생각을 구체화하고 발전시켜 어떤 식으로든 결론 짓는 데에 도움을 준다. 떠오른 질문에서 결론에 이르기까지는 생각을 차근차근 밟아야 하고 그것이 활자로 남게 되면 생각이 지나온 길에 성급한 일반화가 묻진 않았는지, 관련성의 오류를 떨어뜨리진 않았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글을 쓰고 검토하는 과정은 너무나 다양한 사상과 가치관 속에서 저 나름대로 뚜렷한 주관을 갖게 한다. 그렇게 거창한 목표를 이루지는 못하더라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 정도는 생각해볼 수 있다. 이렇게 발전된 생각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가치관을 형성시키고 그 삶이 나아갈 방향을 알려준다. 그것을 따라 올곧이 걸어 간다면 적어도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해 큰 후회를 남기지는 않을 것이다.


글쓰기는 단순히 기록하는 것을 넘어 생각을 형성하는 행위다. 어제보다는 더 옳은 방향으로 걸어가고 싶은 욕망 때문에 아직까지는 글을 계속 쓰고 싶고 당장은 내 주변의 것을 글감으로 삼으려 한다. 그러다 보면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며 살고 있는지, 또 내 주변 사람들은 어떤 캐릭터인지 노출될 것이다. 부디 이런 내 욕심이 타인을 공격하는 빌미가 되지 않길. 더불어 나 스스로를 사냥터에 집어넣는 바보같은 짓이 되지 않길.


차근차근 글로 완성될 글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