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숨 May 19. 2022

쌕쌕. 평안이 시작되었습니다

'요즘 나의 평안을 책임지는 것'을 쓰고 싶다. 그래서 써 본다!


쓰고 싶은 것을 쓰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첫 문장부터 유난을 떠냐 물으신다면 마침 지금 나의 평안이 시작되어서 내게 글 쓸 시간이 주어졌다는 뜻이다.


요즘 나의 평안을 책임지는 것. 그것은 우리 아가, 로디의 숨소리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낮잠 자는 로디의 숨소리'다.



로디가 쏘아 올린 이 '쌕 쌕 '은 공기의 흐름에 반응하여 흐트러지지 않고 천천히 방을 유영하고 있다. 일정한 박자에 잘 타 오른 '쌕 쌕 ' 한 줌은 한참을 돌아다니다 다시 로디의 들숨에 살짝 빨려 들어간다. 평화롭던 '쌕 쌕 '공장은 로디의 꼼지락에 움찔하며 멈췄다가 다시 가동되길 반복한다. 


로디의 낮잠은 보통 30분 컷인데 웬일로 40분을 넘겼다. 이 기쁜 날을 그냥 넘길 수 없어서 노트북을 켰는데 타자를 치는 손가락 속도를 뇌가 영 따라가지 못해서 내 오른쪽 약지는 Delete키를 수십 번 두드리고 있다. 달리고 싶어하는 손가락은 뇌가 잡아당기는 고삐에 계속 넘어지고 있다. 내 평안을 책임지는 것을 쓰려고 했는데 이렇게 쫓기는 마음이라니.


다시 로디의 숨소리에 집중해본다.



배가 나왔다, 들어갔다

어깨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쌕 쌕 '공장은 결국 터져버린 "헹!" 한 번에 운영을 멈추고 다음 낮잠까지 몸을 숨긴다. 나의 조용한 평안도 잠시 안녕.


이제 시끌벅적한 평안을 누려봐야 겠다.


잘 잤어, 로디?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전문자격증'을 발급받고 싶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