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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숨 Jan 12. 2022

'엄마 전문자격증'을 발급받고 싶어요

자격증

: [명사] 일정한 자격을 인정하여 주는 증서.


자격증이 부여되는 종목은 평가받을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대개 정답이 있기 마련이다. 자격증을 땄다면 벼락치기든 운발이든 그 일을 하기에 적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췄다는 뜻이므로 '나는 부족해'라고 느낄지언정 '자격은 있어'라는 안도를 품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엄마' 자격은 어떻게 부여될까.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기준과 그에 다다를 방법을 안다면 그래도 안심할텐데. 자격을 얻은 사람들의 커트라인을 보면 어느 정도 열심과 마음을 다해야 엄마로서 자격이 있는지 가늠이라도 할텐데. 내가 엄마가 된 기분은 마치 운전면허증 따위는 없는 세상에서 브레이크도 없는 차의 운전대를 잡은 느낌이다.


생각해보니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산후조리원에서 뭐든 많이 배웠을 것이다. 수유하는 법, 목욕시키는 법, 아기와 놀아주는 법, 아기 재우는 법 등. 그런데 기저귀 가는 것조차 물어봐야 했던 나로서는 기출변형 문제에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먹을 줄 알았던 아이가 안 먹는다든가, 응가가 기저귀 밖으로 샜다든가, 아가가 등을 대고 누워 자야 한다는데 눕히기만 하면 자지러지게 운다든가 하는 문제들. 유튜브와 맘카페에서 육아 정보를 섭렵해야 하는 상황이, 정보는 많으나 우리 아이에게는 어떤 것이 정답인지 모르는 이 처지가 참 답답할 뿐이다.


만약 '엄마 전문자격증'이 만들어진다면 발급받을 수 있는 최저 기준은 무엇일까. 생물학적인 혹은 서류상의 이유만으로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왠지 위험해 보인다. 그러면 법적・도덕적 기준이 더해지면 어떨까? 아이의 최소한의 기본 욕구를 채워주면서 신체적 학대를 하지 않는 정도면 될까? 아니겠지. 그러면 아이를 충분히 사랑한다면.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백번 양보해도 나는 아이를 사랑한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때로는 눈물이 나는 신비한 경험을 하고 있으며 내게 이 아이는 그저 빛이고 행복이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를 구속하고 의지를 꺾는다. 사랑하는 그대가 다칠까봐, 위험해질까봐 도와주려 건넨 손은 때때로 날아오르는 그를 땅 밑으로 끌어당기는 족쇄가 된다. 문제는 이같은 방식으로 표현되는 사랑이 주로 부모에서 자식으로 흘러간다는 데 있다. 


부모는 아이를 향한 사랑을 바른 방법으로 표현해야 한다. 그 바름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될 수 있다면 좋은 방법이라 감히 말해본다. 


언젠가 '엄마'라 불리는 사람들에게 '엄마 전문자격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격증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지 않을까? 


위 사람은
자신의 아이를 보호하고
사랑할 의무를 다하여
정서적 안정감을 주고 있으므로
위와 같이 자격을 인정함.


'엄마 전문자격증'. 생긴다면 꼭 얻고 싶다. 엄마라 불려도 당당할 수 있는 자격을. 내 아이에게 바른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는 인정을. 위와 같은 부모가 많아진다면 이 땅에 마음 아픈 아이들이 점점 줄어들지도 모른다. 어쩌면 상처 받은 마음으로 나이만 먹은 성인들까지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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