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금요일 새벽, 로디가 너무 잠을 안 자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아가의 눈을 똑바로 보고 짜증과 화를 쏟아냈다. 결국 뜬 눈으로 토요일을 맞이했고 내내 피곤해하다 점심을 먹고 바로 두어 시간을 잤다. 늦은 오후에 일어나 좀비같은 모습으로 거실에서 아가랑 시간을 보내는데 으슬으슬 춥기 시작했다. 옷을 껴입어도 몸이 떨려 혹시나싶어 체온을 재보았다. 그런데,
39.1도.
체하면 열부터 나는 나는 원래 소화를 잘 못 시키는 위장때문에 먹고 나서 절대 눕지 않는다. 그런데 이날은 몸이 힘들어 도무지 앉아있을 수 없어서 누웠던 것이 문제였을까. 박스채로 쟁여 둔 소화제를 털어넣고 열이 내리길 기다렸다. 하지만 내릴 줄 모르는 열은 39.4를 찍었다.
그때였다. 애써 무시하던 생각이 걱정과 함께 밀려온 때가.
이 시국에 열이 나면 몸보다 마음이 더 괴롭다. 열이 날 때부터 소화제보다 타이레놀이 먼저 생각났지만 체한 것이라 믿었고 소화제를 먹으면 괜찮을거라 다독였다. 그런데 1시간, 2시간, 3시간이 지나도 열이 안 내리자 나는 본격적으로 내 몸에 있을지도 모를 바이러스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우선 경로부터 훑으려했으나 뭐 생각할 것도 없이 간소했다. 화요일에 아이 예방접종 때문에 소아과에 갔었다. 그런데 자가용을 타고 갔고 그날은 희한하게 소아과에 환자가 우리 뿐이었다. 아니면 직장을 다니고 있는 가족에게 옮긴 것일까. 그렇다고 보기엔 우리 가족 모두 아무 증상이 없다.
혼자 쓰던 소설은 눈앞에 생후 70일째인 아이를 보자 더없는 비극으로 비약했다. 임신과 모유수유로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나는 밖에만 나가도, 아니 집에만 있어도 가족의 오염된 마스크나 손에 감염될 수 있다. 아니면 택배박스에 묻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일까. 앞뒤 문맥이 맞지 않는 이야기를 이리도 정성스럽게 시간을 들여 적어나가는 나를 멈추고 싶었지만 억지스럽고 맥락 없는 상황이 많은 쪽은 잘 짜여진 소설보다 오히려 우리의 현실이지 않을까.
검사고 뭐고 필요없이 난 이미 스스로 코로나라고 진단내렸다. 내가 코로나라면 백일도 넘기지 못한 이 아가도 무조건 감염되었을 것이다. 엄마는 내게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라며 꾸중했으나 조금 있으니 엄마, 아빠도 서서히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부모님도 걱정이 되셨는지 일단 나와 아가를 분리시키셨고 난 방안에 혼자 남겨졌다. 밤새 핸드폰을 붙들고 검색했다. ‘신생아 코로나 증상’, ‘신생아 코로나 확진’, ‘신생아 코로나 치료’, ‘코로나 모유수유’. 그와 동시에 아이를 입원시켜야 한다면 어떤 물품을 챙겨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그려나갔다.
새벽 5시. 문득 아이가 보고 싶었다. 어제는 이 시간에 자지 않는 아이에게 화를 냈는데 오늘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어 나에게 화가 났다. 이럴 거였으면 어제 그냥 군말없이 안아줄걸. 그저 엄마 품이면 곤히 잘 수 있는 아이를 수면교육 한답시고 안아주지도 않고 화만 낸 나에게 짜증이 났다.
아이와 나를 위해 수면교육을 시작했지만 지식 부족으로 아이를 울리기만 하고 의지 부족으로 결국 흐지부지 된 교육. 누굴 위한 교육이었던가. 잠을 못 자 피폐해지면서 내 수면을 챙기려는 목적이 짙어지니 깊게 못 자는 아이가 안타깝기보다 내 잠을 방해하는 아이가 원망스러울 수밖에.
고열, 체기만 있을 뿐 감기 증상은 없었지만 불안한 마음을 잠재울 수 없었다. 주말 밤이라 선별진료소도 못 가서 아빠가 사온 자가진단 키트로 검사했고 두 번 다 음성이 나왔다. 하지만 난 다음 날부터 다시 열이 오르내리길 반복해서 결국 응급실가서 해열제, 수액을 맞고 그 다음 날 pcr검사를 했다. 피말리는 기다림 끝에 얻은 ‘음성’. 결론은 그냥 급체와 피로였던 것. 부모님도 온풍기때문에 잠시 열이 올랐던 것일 뿐 아무 이상 없었다.
5일간 고열과 구토에 시달리면서 아가와 함께 하지 못한 밤들. 그 두려움과 그리움을 다시 겪고 싶지 않다. 80일이 지난 지금도 통잠은 고사하고 여전히 1시간마다 깨는 아이 옆에서 실패감과 좌절감을 맛보지만 그래도 다시 없을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수면교육. 포기하진 않았지만 많이 힘들어보이면 그냥 토닥토닥 안아주기로 했다. 이것이 아이의 깊은 잠을 계속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우느라 이미 달아나버린 잠이 30분간 내버려둔다고 다시 찾아오진 않을 것 같다. 정답이 있고 내가 오답을 골랐을지언정 지금은 그냥 안아주겠다.
잠들지 못하는 아이에게 내 피로와 속상함을 더이상 토로하고 싶지 않아 쓰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