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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한시 Mar 18. 2024

똥오줌 못 가리는 게 최악인 줄 알았는데

그게 끝이 아니구나

병들고 아파서, 늙어서, 또는 기타 여러 문제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 중 가장 견디기 힘들고 자존심도 상하고, 건강상으로도 문제가 되는 게 배변문제가 아닌가 싶다. 엄마의 치매 증상 중 요양원 직원들을 힘들게 했던 것 중 하나도 배뇨문제였다. 요양원 입소 초반에는 엄마가 자꾸 복도 구석이나 방 한 구석에 소변을 본다는 요양원 직원의 하소연에 나 역시 마음이 몹시 힘들었다.

입소 전에 엄마가 집에서 지내실 때는 화장실을 자주 가기는 했어도 방에 소변을 본 적이 없기에 엄마의 증상이 악화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그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집에서야 화장실의 위치를 몸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낯선 곳에서는 화장실을 찾지도 기억하지도 못했던 것이다. 우리와 있을 때는 낯선 곳에서도 화장실을 찾으면 우리가 엄마를 모시고 갔지만, 요양원에서는 직원이 항상 엄마 옆에 있는 게 아니니 엄마가 화장실을 못 찾고 남몰래 볼일을 해결했을 뿐이다. 옛날 어르신들이 화장실 없는 들판 한가운데에서 밭일하다가 소변이 마려우면 근처 수풀 사이에서 해결하던 것처럼 말이다.


다행히 새로 옮긴 요양원에서는 엄마의 배뇨 문제를 문제 삼지 않고 잘 대처해 주었다. 엄마가 화장실 아닌 곳에 실수하시니 요양원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힘드시겠다는 나의 미안함 섞인 걱정에도, 요양원 직원분은 치매가 원래 그런 병이라고 도리어 위로를 해주셨다.


그러다 최근에 요양원에서 전화가 왔다. 요양원에서 보통 먼저 전화를 주는 일은 잘 없기에 발신번호를 보고 ‘엄마가 안 좋은가’ 싶어 놀란 마음으로 다급히 전화를 받았다.

요양원 선생님이 걱정스레 최근 엄마가 소변을 잘 못 본다고 했다. 화장실에 모셔가서 물소리를 들려주고, 손에 따뜻한 물을 적셔도 소변을 보지 않는다고 말이다.  며칠 전에는 엄마가 하루 종일 소변을 보지 않아 염려스러운 마음에 병원에 모셔가서 소변줄을 꽂았단다. 그랬더니 방광에 소변이 가득했다고 했다.

소변을 보는 건 인지와는 상관없는 자연스러운 기능이라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화장실에 못 가는 것이 인지의 문제인지, 혹은 다른 신체적인 기능의 문제인지 모르겠다.


똥오줌 못 가리는 게 최악인 줄 알았는데, 배뇨배변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축복인 거였구나. 먹고 자고 화장실에 가는 가장 기초적인 것조차 치매 환자에게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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