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안 한 사람은 이유가 있다?
최근의 술자리에서 결혼을 하지 않은 직장 동료가 한 말이다.
"어쨌건 결혼이라는 것은 상대방과 맞춰가고, 서로 이해해 가는 과정이잖아요. 근데 저는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경험치가 적어서 '남을 이해하고 서로 맞춰가려는 정도가 결혼한 사람에 비해 낮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음... 확실히 결혼을 하고 애를 키워보니 이해도가 올라간 것 같기는 해요. 예전에 예의 없는 아이들 보면 '저 아이 엄마는 애를 어떻게 키운 거야?'라는 생각도 했는데, 제가 애를 키워보니까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도 했거든요.
그런데... 환자를 이해하려고 꼭 병에 걸려봐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경험을 통해 사고와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맞다. 그러나 꼭 경험을 통해서만 이해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본인이 원하는 경험이 아니라면, 그리고 항상 좋기만 한 경험이 아니라면 더더욱 그렇다.
사람 간의 관계는 더 그렇다. 갈등은 어디에나 있으며,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은 언제나 어렵고 힘들다. 나이가 들어가며 (몇 안 되는) 좋은 점 중의 하나는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또라이를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화가 났는데, 나이가 드니 조금 달라졌다.
가끔 그 사람 마음속에 상처받은 어린아이가 보이기도 한다. 어릴 때의 기억이나 상처 때문에 사소한 것으로도 발작버튼이 눌리는 사람들...
꼰대, 또라이, 별별 이상한 사람을 마주치더라도 '아, 저 사람은 이런 욕구가 덜 채워졌구나', '저 사람은 어릴 때 이렇게 자라서 저러한 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끼치는 피해에 영향을 안 받는 것은 아니다.)
최근 심리학에서 나르시시트라는 용어가 지주 보인다.
'나르시시즘'이라고 하면 자기애가 강한 사람, 즉 잘난 척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텐데 나르시시스트는 조금 다르다. 자존심은 높은데 자존감은 낮다. 즉 낮은 자존감을 비뚤어진 자존심으로 채우려 한다. 그래서 사람들을 즐 세워서 평가하고 자기 자신과 비교하며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조종하며 우위를 차지하려 한다. 자신보다 높은 사람은 질투하고, 자신보다 낮은 사람한테는 함부로 대한다.
심리학 책을 읽다 보면 상처받은 어린아이들을 너그러이 이해해주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이야기들이 많다. 그것도 맞다. 어린 시절의 가정불화 때문에 사람을 믿지 못하던 사람이 배우자와의 돈독한 관계를 통해 사랑을 배우고 안정감 있는 결혼생활을 하는 케이스도 있다. 사람한테 학대받던 강아지가 처음에는 도움을 주려는 구조자의 손을 할퀴고 물지만, 나중에 익숙해지면 좋은 관계가 된다는 아름다운 스토리.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그런데 내 여동생이 그 강아지를 구조한답시고 몇 년 동안 손을 물리고 피를 흘리고 결국 마음의 상처까지 받는다면 … 나는 내 여동생부터 지켜야겠다. 살아보니 그 상처를 보듬는 게 쉽지 않다. 그 상처를 껴안는 과정에서 내가 받는 상처나 고통이 너무 크다면 난 그만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만두라고 말리고 싶다.
늘 해피엔딩인 것은 아니다. 내가 끝까지 참아냈을 때 얻는 해피엔딩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받는 상처가 너무 크다면… 그리고 그 상처 때문에 나 스스로가 망가질 정도라면 포기해도 된다.
마찬가지로 결혼을 안 했다는 것이 성격이 결함이 있거나, 상대방과 맞춰가지 못해서임은 아니다.
자신의 삶이 충분히 즐겁고 부족함이 없기 때문에 굳이 남들과의 관계가 필요치 않은 사람도 많다. 그러니 결혼 안 했다고 해서 성격에 문제가 있다거나, 혹은 다른 사람과 맞춰가려는 노력을 덜 하는 사람으로 치부하지 않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