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는 놈

by 새벽한시

눈 뜨면서부터 잘 때까지 휴대폰 게임을 해대는 우리 아들,

사춘기 되면서 입도 거칠어지더니

게임하다가 잘 안되면 상대방에게 혼잣말로 욕도 한다.

그런데 상대 게이머에게 우리 아들이 쓰는 욕은

"X발" 같은 게 아니라

"배냇병신", "엄마 없는 놈"이라는 단어였다.

'배냇~'하면 '배냇웃음', '배냇저고리'같은 귀엽고 앙증맞은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배냇병신'이라니...

예상을 뛰어넘는 참신한 단어에 '저런 욕은 도대체 누가 만드나' 싶어

어이가 없으면서 비식 웃음도 새어 나왔다.

아이가 "엄마 없는 놈"이라는 욕을 쓸 때면

반 장난처럼 아이에게 말한다.

"엄마 없으면 엄청 불쌍한 사람이네. 왜 욕을 하고 그래. 걔가 얼마나 안타깝니"

'엄마 없는 애', '애비에미도 없는 자식'이라는 표현이

항상 욕할 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걸 보면

'부모의 존재라는 게 자식에게 참 중요하다'싶은 생각도 든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오랫동안 혼자 생활하시던 외할머니는

치매 증상이 심해지셔서 요양원에 들어가셨다.

시골에 있던 외가는 외삼촌이 명의만 가져왔을 뿐

실질적으로 전혀 관리를 하지 않아 폐가가 되어버렸다.

엄마랑 근처를 지나가다 들러보았는데

마당에는 풀이 우거져서 예전과 너무 다른 모습인데

정작 방은 예전 그 모습 그대로 장롱이며 티브이가 있어서

이질감이 들었다.


명절에 사촌들이랑 옹기종기 모여 작은 방에서 티브이를 보던 기억이며

안방에 나란히 서서 세배를 하고 세뱃돈을 받던 순간,

부엌에는 숙모들이 분주히 음식을 준비하던 모습들이 생생히 떠올랐다.

집안의 모습들은 정말 달라진 거 하나 없이 그대로인데

사람들만 사라져 버린 모습이

아쉬우면서도 비현실적인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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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항상 학생들이 북적이던 학교의 주말에 텅 빈 모습,

혹은 코로나로 락다운 되었을 때

사람 하나 얼씬하지 않는 거리를 보았을 때와 같은

낯섦과 이질감,

거기에 그리움이 더해져

복잡 미묘한 감정이 되었다.




작년에 엄마의 상태가 걱정스러워서

집에 CCTV를 설치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라도

익숙한 우리 집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티브이를 보기도 하고, 화분에 물을 주기도 하고, 훌라후프를 돌리기도 하는

엄마의 모습을 CCTV로 보고 있으면

안심되면서도 포근한 미소가 지어졌다.


엄마를 요양원에 모신 이후

텅 비어버린 집을 CCTV로 보고 있자면

곱게 개켜진 이불만 한쪽에 남은 채로 빈자리가 된 엄마의 침대만큼이나

마음이 허전해진다.


몸과 마음이 힘들 때

달려가 기댈 수 있는 엄마, 아빠라는 울타리가

이제 다 없어져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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